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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반접씩 묶어 나가는 우리 어머니
마늘을 반접씩 묶어 나가는 우리 어머니 ⓒ 이승숙
마늘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참 많이 가는 일이다. 심을 때도 일이 많지만 거둬들일 때도 역시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마늘 캐는 기계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일일이 그 많은 마늘을 한 뿌리 한 뿌리 다 호미로 캐거나 괭이로 캤다고 한다. 마늘을 캐면 흙먼지가 풀풀 날려서 사람 꼴이 말이 아니다. 지금은 다행히 마늘을 캐는 기계가 나와서 마늘밭을 훑어주면서 마늘을 캐주니 그 일만 안 해도 어디냐고 그러셨다.

그래도 할 일은 태산이다. 기계로 뽑아놓은 마늘을 일일이 다 주워서 간추려 놓아야 한다. 마늘 뿌리에 엉겨 붙은 흙더미들을 털어내고 마늘을 간추리며 계속 나아간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한참 일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그리고 흙덩이를 털어주어야 하니 팔도 아프다. 마늘밭은 또 왜 그리 긴지 한참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아직도 끝이 저만치에 있어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마늘을 줄 따라서 가지런히 다 간추려 놓으면 그 다음으로 반접씩 묶어 나간다. 그리고 경운기에 가득 실어서 집 바깥마당에 부려놓는다. 집 추녀 밑에는 마늘을 걸어둘 대가 길게 층층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곳에 마늘을 걸어서 말린다. 여름 햇살에 마늘이 잘 마르면 그때서야 비로소 출하를 하는 것이다.

마당에 부려놓은 마늘을 다시 손보고 있습니다.
마당에 부려놓은 마늘을 다시 손보고 있습니다. ⓒ 이승숙
마늘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일일이 다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고 그리고 항상 흙먼지를 덮어쓰고 일해야 한다. 그래서 마늘 일을 하고 나면 온 몸에 흙먼지가 뿌옇게 묻어 있다. 나중에 세수를 하면서 코를 풀면 코에서 검은 흙먼지가 계속 나오고 침을 뱉어도 흙먼지가 섞인 침이 계속 나온다. 요즘에는 그래도 욕실도 있고 보일러 시설이 되어 있어서 뜨거운 물로 목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현충일을 앞둔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의성 시댁에 내려갔다. 올해는 날이 조금 빨라서 마늘이 아직 조금 덜 여물었다 하셨다. 하지만 일손이 내려온 김에 며칠 일찍 마늘을 캐기로 했다. 아버님께서는 "이틀만 더 있다 캐면 딱 좋겠는데..." 하셨다.

지난 6월5일 월요일에도 우리 식구들은 식전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전기솥에 밥을 앉혀놓고 바로 들에 나가서 일을 했다. 그날은 우리 어머님이 중요한 일로 낮에 출타를 해야 하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더 바쁘게 일을 했다.

"어머님, 그리 일하고도 춤 출 수 있겠어요? 몸이 뻐득뻐득해서 춤 못 추겠다."
"그케 말이다. 안 그래도 몬 해서 넘들 하는 거 보며 따라가는데 우얄랑공 모르겠다."

어머님과 내가 말을 주고받는데 저 쪽에서 마늘을 줍던 아버님이 "무신 장한 일 하러 간다꼬 그 카노. 춤추는 기 무신 자랑이라꼬" 그러시며 괜히 지청구를 하신다.
"아이고 아버님 그게 아입니더. 춤이 아이라 운동이라 카이꺼네요. 저는 마 어머님이 너무 훌륭해 보입니더."

참말로 나는 어머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 연세에 그리고 쉴 틈 없이 농사 일 해내느라 바쁘신데 언제 댄스 스포츠를 배우셨는지 정말 장하고 대단해 보였다.

우리 어머님은 올해 68세이신데 올 봄부터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생활체육을 배우러 나가셨다 한다. 작년부터 의성군 보건소에서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했는데 우리 어머님은 작년에는 못 배웠다 하셨다. 먼저 시작하신 분들이 운동으로 아주 좋다 하시며 배울 것을 권해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1주일에 2번씩 면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나가서 배우셨다고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댄스를 겸한 운동을 하니 허리 아프던 것도 덜 아픈 것 같고 회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참 좋았다고 하셨다.

"어머님, 인자 고만 하세요. 준비하셔야죠. 저는 좀 더 있다 가서 사진 찍어 드릴게요."
한나절 일 못하는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더 몸을 재빠르게 놀리시는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우리는 계속 일을 했다.

의성군 관내 6개 면이 이 날 수료식을 했습니다.
의성군 관내 6개 면이 이 날 수료식을 했습니다. ⓒ 이승숙
그날따라 날이 무척 더웠다. 의성 문화회관 안은 열기로 더 뜨거웠다. 화려한 댄스복을 차려입은 선수들과 관람객들로 열기가 넘쳤다. 오후 2시가 되어서 수료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해당 면의 이름을 부르면 마치 올림픽 선수단이 입장하는 것처럼,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은 선수들이 손을 흔들며 입장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고 활달한 입장식은 처음 봤다. 모두들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행복한 얼굴들이었다.

각 기관장들의 축사가 끝나고 드디어 몸 풀기 체조가 시작됐다. 흥겨운 우리 가요에 맞추어 준비 체조를 다같이 하였다. 가벼운 준비운동도 음악에 맞춰 하니까 아주 흥겨워 보였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의성읍을 시작으로 각 면의 생활체육회원들이 그 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을 원 없이 펼쳐 보였다. '차차차'를 비롯한 '룸바'와 '자이브' 같은 춤을 연세 드신 분들에게 맞도록 안무를 짜, 쉬우면서도 재미있어 보였다. 춤을 추는 어머니들과 구경하는 관람객들 모두 한 마음이 되어서 손뼉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었다. 농사 일 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서 배웠다는데 들인 시간에 비해서 실력들은 대단했다.

마지막 순서로 우리 안평면 차례가 되었다. 차례가 가까워져 오자 어머니들은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틀리마 우야지요? 아이고 내사마 몸이 막 떨리네요."
"틀리면 어떻십니꺼. 제가 사진 이뿌게 찍어 드릴 테니까 잘 하이소오."

어머니들이 나간 뒤 나도 사진 찍을 위치로 이동을 했다. 그런데 도통 사진을 찍을 기회가 안 왔다. 찍으려고 그러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버리고 또 찍으려고 그러면 몸이 돌아가 있고 그랬다. 멋있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애쓰느라 어머님이 춤추는 걸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짝을 지어서 '차차차'를 공연 중입니다.
짝을 지어서 '차차차'를 공연 중입니다. ⓒ 이승숙
공연을 하는 사람도 구경을 하는 사람도 다 한마음으로 진지했습니다.
공연을 하는 사람도 구경을 하는 사람도 다 한마음으로 진지했습니다. ⓒ 이승숙
건강 백세를 추구하는 웰빙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하게 살려면 적당한 운동과 함께 취미 생활도 더불어서 즐겨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 이것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마음의 행복이 가정의 행복으로 연결되고 그 행복은 이 사회의 밝은 빛으로 퍼져간다. 춤을 통해서 마음의 행복을 느끼고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건강한 아름다움을 배웠다. 당당한 자신감이 바로 아름다움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수료식을 관람했다.

덧붙이는 글 | 춤이라고 그러면 다들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 봅니다. 하지만 춤은 자신과의 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춤과는 거리가 멀 거 같은 농촌의 어머니들이 건강한 삶을 위한 레포츠로 춤을 배우고 있어서 참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즐겁게 배우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그 모습들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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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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