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11 전당대회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2일 새 지도부 구성 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상견례를 겸한 새 지도부의 첫 회동에는 이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3명의 최고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이 최고위원이 첫 회의부터 불참함에 따라 지도부간 노선 갈등을 비롯해 내홍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보수일색의) 이런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면서 "일단 며칠 조용히 지내며 생각을 정리한 뒤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과 관련 "저쪽(박근혜쪽)이 다 공작한 것"이라며 "대리전 냄새를 풍겨서 '박심(박근혜 마음)'을 자극하고, 박근혜 전 대표도 노골적으로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가 그러면 안 된다"며 "내가 전당대회장에서 연설할 때 박 대표가 자리를 뜬 것은 사실상 연설방해 행위로 밖에 안 보인다, 내가 원내대표 할 때 그렇게 잘 모셨는데 한 마디로 배신행위 아니냐"고 발끈했다.
전날(11일)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의 연설 도중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 연설무대 정면에 있는 귀빈석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8명의 후보 중 7번째로 나온 이재오 최고위원이 연설을 시작하자 갑자기 연설무대 옆에 마련된 장애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당 대표 사퇴 이후 처음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터라 박 전 대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의원들과 취재진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고, 사진기자들이 박 전 대표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대의원들에게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연설이 박 전 대표의 이동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이 최고위원 측 지지자들은 즉각 "연설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박 전 대표 옆에 있던 이성헌 사무부총장은 "투표를 가장 먼저 하기로 돼 있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몰려 예정대로 할 수 없을까봐 미리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이 최고위원의 연설을 듣기 싫어 자리를 옮긴 꼴이 된 셈이다.
이 최고위원은 강재섭 대표에게 패한 뒤 "한나라당 내 색깔론이나 대리전, 부패 정치를 온몸으로 나서 청산하겠다"며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내부의 분열을 조작하고, 특정 후보의 대리가 되서 이 당을 쪼개려고 한다면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해, 경선 과정에서 쌓인 불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한편 12일 첫 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언론이 후유증이 있을 것처럼 쓰고 있는데 절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시골 이장 선거를 해도 끝나고 나면 후유증이 있는데 제 1야당 전당대회를 하고 나서 어떻게 갈등이 조금도 없겠나, 봉합해서 잘 하겠다"고 말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날 소나기가 내렸다"며 "비가 내리면 패이기도 하고, 물이 고이기도 하기 마련"이라고 말해, 이재오 최고위원의 불참을 '소나기'에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