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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최고위원이) 전화를 안 받으시는 것 같은데,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다."

12일 첫 회의를 주재하고 나온 강재섭 신임 대표가 한 말이다. 전날(11일)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패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결국 첫 회의에 불참했다. 강 대표는 "언론이 자꾸 갈등을 부추기려고 한다. 내 마음에는 갈등의 씨앗이 없다"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사전 통보도 없이 불참한 것에 대해 "그것은 아니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실제 이 최고위원과 나는 인간적으로 굉장히 가깝다"며 "그 분은 솔직 담백한 면에서 날이 분명한 투사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이재오 최고위원도) 엄청난 표를 얻어서 최고위원이 된 분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망이 높다"며 "그 분의 생각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이후 대선주자들에게 전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못했다. 앞으로 천천히 하겠다"면서도 "나도 벼슬이 높아졌고, 내가 심판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내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휘슬 불고 옐로카드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부터 경선 관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금년 한 해 동안 대선주자들은 링 밖에서 본인의 이미지 강화와 실력을 쌓는 것이고, 당은 당대로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담아낼 수 있도록 변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전대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색깔론 논란에 대해 "와전된 것이고, 색깔과 관계 없는 것까지 색깔론이라고 하면 역색깔"이라며 "토론 과정에서 나온 것이니까 그만 얘기하자"고 화제를 돌렸다.

전날 전당대회 연설에서 "이회창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이 한 몸 바쳤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탄핵 정국에서 나도 출마할 수 있었지만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내 몸을 버렸다"며 "과거에 몸을 버렸다는 것이지 앞으로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었는데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 대표는 "한 달 전만해도 대선주자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대선주자들과 거리를 두고, 자존심을 갖고 행보했다"며 "특정주자에게 편든다든지 하는 입장이 아니다"고 공정 경선 관리를 강조했다.

이어 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만든 비빔밥이 나물이 좀 부족하니, 고기가 좀 부족하니, 양념이 좀 부족하니 하는 것 안다"며 "젊은이들이 권영세 후보의 탈락을 아쉬워하고 나도 아쉬움이 있다. 그게 양념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양념을 쳐야 한다"고 말해 대표에게 주어지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권영세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강재섭 대표와의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요지이다.

"어제 경선을 마치고 수락연설을 할 때 전직 대표들에게 당을 잘 이끌어줬으니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그런데 왜 손학규 전 지사와 이명박 전 시장은 얘기 안했냐고 하더라. 그것은 내가 대표가 됐으니까 전직 대표에게 박수 쳐달라고 한 것이다. 언론이 자꾸 갈등 부추기려고 하는데, 그러지 마라. 내 마음에 갈등의 씨앗이 없다.

(언론이) 전당대회 연설도 오해해서 썼더라. 과거 최병렬 대표 체제가 탄핵으로 무너질 때 내가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어서 당권경쟁을 한다고 너도나도 출마하면 국민들이 '돌았다'고 한다. 그 시점에서 '즉효약이 누구냐' 했을 때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 만들자고 의원들과 의논해서 총대메고 바람 잡았다. 내가 출마할 수 있었는데 내 몸을 버렸다. 앞으로 버리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과거에 버렸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명박 전 시장이든 손학규 전 지사든 원희룡 의원이든 공정하게 경선관리하겠다. (언론이) 선입견을 가지고 이해하니까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나도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대선주자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분들과 거리를 두고 자존심 갖고 행보를 해왔다. 특정주자에게 편든 자든지 하는 입장이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만든 비빔밥이 나물이 좀 부족하니 고기가 좀 부족하니 양념이 좀 부족하니 하는 것 다 안다. 원내대표 경선하면 또 부족한 것이 나올 것이다. 그것은 인사를 통해서 메울 것이다. 맛이 좋은 비빔밥이 되도록 하겠다. 젊은이들이 권영세 의원이 탈락한 것을 아쉬워하고, 나도 아쉬움이 있다. 그게 양념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양념쳐야 한다. 보수화에 대한 여러가지 우려도 균형을 맞춰야 하고, 노장도 맞춰야 하고, 지역적 균형 같은 문제도 제가 맞추겠다."

- 권영세 의원에 대한 양념 얘기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대한 배려를 말하는 것인가?
"그런 것을 충분히 고려해서 하겠다. 내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결정되어야 알 수 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뛰어왔기 때문에 인사에 대한 구상은 전혀 없다."

- 박근혜 전 대표도 지명직 최고위원을 1년 반 있다가 선임했는데.
"나도 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 가다가 급한 일 있으면 해야겠지만, 꼭 당장 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오늘 첫 회의 진행한 감회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제가 5선 의원인데, 이 역사의 고비에서 내 역할은 뭘까 생각해 봤다. 온 국민이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해서 나라를 바로 세워달라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다. 여기에 내 한몸 던져서 밀알이 된다면 나의 정치인생으로서는 성공한 것이다. 모든 생활 태도와 내 영혼까지도 새로운 변화를 주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한나라당도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 몸부림 쳐야 하고 나도 부정적인 이미지 있으면 씻어내야 한다."

- 이재오 최고위원이 불참했는데, 사전에 통보 없이 불참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아니다. 마음을 식히고 오겠다는 것인데…. 이재오 최고위원과 저는 실제 인간적으로 굉장히 가깝다. 경쟁하다 보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분은 솔직 담백한 면에서 날이 분명한 투사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더구나 이렇게 출범하는데 엄청난 표를 얻은 한 분으로서 국민의 여망이 높다. 그 분의 생각이 당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반영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갈등을 부추기지 마라. 그런 상황은 아니다."

- 당 대표에 선출되고 나서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전화했나?
"아직 못했다. 앞으로 천천히 해야지. 나도 벼슬이 높아졌는데, 천천히 하지 뭐. 내가 심판인데 그 분들이 내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휘슬 불고 옐로카드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하"

- 경선 과정에서 박심이 작용했다는 것은 강 대표도 인정했다. 향후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하면서 부담이 되지 않겠나?
"대선후보 경선 관리는 지금부터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경선관리는 내년부터 해도 된다. 지금은 대선 주자들이 밖에서 본인의 이미지 강화와 실력을 쌓는 것이고, 링 밖에서 하는 것이다. 나는 링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받아서 당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을 변화시켜서 당이 국민에게 다가가도록 하는 것이다."

-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본인의 출신 지역이 문제가 되면 대표직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
"공만 잘 던지면 어디 출신이든 구원투수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후보가 정해졌는데, 나보다도 여건이 좋은 대표가 있다면, 또 그 사람이 몇 표라도 더 모을 수 있다면, 나는 정권창출을 위해서 나선 사람이기 때문에 대표를 계속 할 필요가 있겠나. 정권창출을 위해서라면 뭘 못하겠나. 내일 모레라도 나보다 더 좋은 사람 있다면 언제든지 (대표직을) 던질 수 있다. 자리를 떠나는 것이 오히려 자리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

- 경선 과정에서 색깔론 등이 제기되면서 구태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와전된 것이고, 색깔과 관계 없는 것을 색깔이라고 하면 역색깔이다. 토론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지난 얘기니까,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