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이완구 충남지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이 지사는 고발된 사건의 대부분은 당시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박태권 후보 측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일원)는 20일 오후 316호 법정에서 이 지사와 서천 모임 식비를 지불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기사 조모씨에 대한 항소심 첫 심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와 변호인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예산·부여·서천 모임에 참석한 것은 지지를 호소하기 위함이 아닌 출마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여론수렴의 과정이었다"며 "'잘 부탁한다'·'지켜봐 달라'는 발언은 지지를 호소했다기 보다는 정치인들의 의례적인 말이었다"고 항변했다.
또한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서천모임을 계획적으로 조직하고, 모임의 식비를 지불하는 기부행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모임에는 군수 후보·도의원 후보·군의원 후보 등 다수의 후보가 참석하는 자리였다"며 "우리 쪽에서 만든 자리라면 왜 그들을 참석시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선거를 전에도 치러봤지만, 어느 후보가 백주대낮에 그것도 공개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기부행위를 하겠느냐"며 "식사비 지불은 운전기사 조모씨의 우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번 사건들의 고발자와 고발과정, 의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변호인이 이 지사에게 "부여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경쟁후보였던 박태권 후보의 사조직 회원이었으며, 고발자들이 모임 참석자가 아닌 박 후보 캠프 사람이었다는 것이 1심 증인심문 과정에서 밝혀졌다"며 "이는 박 후보 측에서 일부러 모임을 만든 뒤 이 지사를 초청, 녹취와 사진을 찍어 고발한 함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지사는 "딱히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정황과 증언, 1심 재판 이후 드러난 새로운 증거 등을 놓고 볼 때, 그러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새롭게 찾아낸 증거라며 "검찰이 부여모임 참석자들의 전화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를 보니, 모임주선자 이모씨와 참석자 박모씨가 모임이 있던 시기를 전후해 무려 150회 이상의 통화를 했고, 이모씨는 박태권 후보와도 6번이나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또 "함정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단언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됐던 서천모임 녹취록에 대한 증거능력에 대한 공방이 또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발언자와 참석자들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채록된 녹취록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 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거로 인정했었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이 지사 측은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은 녹취 당시 원본과 대조할 때 상당히 차이가 있어 조작된 의혹이 있다"며 자신들이 원본테이프를 입수해 녹취한 녹취록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본에 대한 대조의 필요성이 있어 검증과정을 거치겠다"면서도 "녹취된 내용이 이 사건 전체적인 공고사실과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11월 3일에 열리며, 이날은 예산과 부여·서천 모임에 참석했던 참석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낮 충남 서천군 S식당에서 한나라당 당원 20여명에게 경선 및 선거에서 지지 등을 호소하며 운전기사 조모씨와 함께 식비 35만7000원을 제공하고, 같은 달 26일에는 충남 예산과 부여의 식당에서 당원 7~10여명에게 지지를 호소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