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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칼의 유명한 식당에서 먹은 생선요리. 데코레이션이 범상치 않다.
말라칼의 유명한 식당에서 먹은 생선요리. 데코레이션이 범상치 않다. ⓒ 김동희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저녁을 함께 했다. 하루에 한 명씩 멤버는 추가되었다. 인도 음식점에서 만난 폴은 숙소가 시내에 있어서 항상 저녁 7시가 되면 인도 음식점 앞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다음 날은 함께 다이빙을 하던 리차드가 함께 했다. 식당에 가면 이렇게 저렇게 만난 다이빙 하는 사람들로 모임은 항상 커져 갔다.

또 매일매일 식당을 새롭게 찾아 다녔다. 첫날은 인도 음식, 둘째 날은 멕시코 음식, 셋째 날은 말라칼에서 찾은 유명한 음식점에서 스테이크를. 모두가 함께 한 마지막 날은 태국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시내를 뒤지다 찾지 못해 너무 멀리까지 이동해 버린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탔다.

"태국 음식점(Thai Restaurant)이 있다는데 혹 아시나요? 우리 그곳에 가고 싶어요."
" 암요. 알고 말고요. 타이 레스토랑."

다시 솟아나는 희망으로 우리는 태국 음식을 생각하며 즐거워 했는데 그는 우리를 인도 음식점에 내려주고 사라져버렸다. 인도 음식점 이름이 타지(Taj)였다. I와 J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타이와 타지를 같다고 생각한 운전기사 아저씨를 보내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팔라우에서 인도 음식을 이틀이나 먹어야 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다이빙 에피소드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속에서 공기 떨어진 이야기를 해주니 마이크가 거든다.

"아까 가이드가 말한 갑자기 몇 미터 떠버린 사람 말이지 그 사람이 나란 말이지."
"오늘 리차드 배 뒤에서 자는 거 너무 웃겼어. 사진도 찍어놨어."

"아까 나 봤어? 바다에 들어가서 레귤레이터를 물었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거야. 가이드에게 공기 통이 이상하다고 해서 보니까 내가 공기 통 밸브를 안 열고 바다에 뛰어든 거 있지."

배를 타고 한 시간 씩 이동하고 두 번 다이빙을 하고 다시 한 시간 동안 되돌아 오면 땅에 밟아도 배에 타고 있는 듯하게 내 몸이 흔들거린다. 이런 상태에 미국에서 온 마이크, 사이판에서 온 마크, 영국에서 온 폴 그리고 호주에서 온 조까지 거침없이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면 내 머리 또한 흔들거렸다.

어느 순간까지는 기를 써서 집중하면서 동참하지만 그 후는 듣기를 그리고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기를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낮에 있었던 다이빙 에피소드 이야기 할 때는 달랐다. 그 순간만큼은 언어를 넘어 바다를 함께 공유했다.

물 속에서 우리 다이빙 팀.
물 속에서 우리 다이빙 팀. ⓒ Mark from Saipan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과 견줄 만한 즐거움은 바로 사진을 보는 재미였다. 우리가 보고 가져온 바다 속 풍경들도 함께 모여 보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나는 내 몸 가누는 것도 힘들어 보지 못했던 작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찍어 놓은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비록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 사진들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바다 속 친구들을 추억할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매일 팔라우 밤 하늘에는 수많은 추억의 별들이 총총이 박혔다.

덧붙이는 글 | 2007년 1월 13일부터 9일간 팔라우 여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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