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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의 사퇴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모습.
ⓒ 윤평호
'이변'은 없었다. 여직원 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권연옥(71) 천안문화원장. 지난 1월 첫 공판 후 4개월여 동안 법정 공방이 계속된 끝에 재판부는 권 원장에게 대부분의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원장의 1심 유죄 선고 사실이 알려지며 천안문화원 안팎으로 '당연하다'는 반응과 함께 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권연옥 원장과 변호인은 1심 선고 당일인 13일 항소장을 제출, '사퇴불가'를 강하게 암시했다.

1심 재판부, 원장의 강제추행 대부분 인정

▲ 법원의 1심선고에서 강제추행이 인정돼 지난 13일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된 권연옥 천안문화원장.
ⓒ 윤평호
권연옥 원장의 1심 재판 선고는 지난 13일 오전 10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렸다.

천안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선고에서 "2005년 10월 일자불상에 권 원장이 원장실에서 문화원 여직원 양모씨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원장실에서 2006년 3월 일자불상에 요리강사 강모씨의 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1회 추행한 점에 대해 피고인은 완강히 부정하지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 인정의 배경으로 "강모씨와 양모씨, 검찰의 진술이 일관되며 목격자와 문화원 직원,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전부 유죄가 인정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원장이 71세의 고령이고 30년 전 한 차례 벌금 전과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고 원장으로 근무하며 직원과 갈등을 빚었지만 나름대로 노력한 점을 언급하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항소 시에는 1주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권연옥 원장과 변호인은 증인신문 등을 통해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강제추행 발생장소로 지목된 원장실이 구조상 추행이 발생하기 어려운 여건임을 강변하며 법원에 현장검증을 요청, 성사시켰다.

또한 원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문화원 직원 양모씨와 요리강사 강모씨가 원장과 갈등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무죄 입증에 주력했다. 하지만 1심 선고결과 변호인의 주장은 대부분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선고 뒤 원장은 곧장 법정을 나섰다. 항소여부를 묻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지만 권연옥 원장은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묵묵부답으로 황급히 자가용에 승차했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권연옥 원장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1주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며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13일 오후 권 원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로시스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천안문화원 안팎, 권 원장 퇴진 여론 고조

권연옥 천안문화원장의 1심 선고 법정에는 지난해 9월4일 원장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문화원 여직원 2명도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1심 선고 결과에 직원 2명은 "예상했던 것에는 선고 결과가 미치지 못하지만 유죄가 선고된 점에 안도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상담과 법률지원을 맡았던 천안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노은숙 소장은 "성희롱과 성추행은 은밀한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의 판결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본인이 계속 무죄라고 주장하지만 엄연히 피해자가 있고 1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된만큼 지도층인사로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권연옥 원장에 대해 문화원 안팎에서도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일부에서는 원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단체간 연대를 통해 원장의 사퇴를 관철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이한식 천안문화원 부원장은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며 "천안문화원 임원의 한 사람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권 원장이 재판부 판결을 받아들여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며 "원장 직위를 계속 고수하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희 천안예총 지부장은 "문화원장이 하루빨리 물러나 천안문화원의 새출발과 정상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자기명예를 위한 항소도 문화원을 볼모로 삼지말고 사퇴 뒤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지부장은 문화원이나 예술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명예와 관련된 문제인만큼 다른 단체와 연대해 퇴진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1월 천안문화원장의 사퇴 촉구 성명을 발표했던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진경아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의 파행만으로도 문화원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장은 실질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직원들은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사퇴 여론과 달리 권 원장이 당장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강제 추행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직후 권 원장은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원장직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심 선고 당일날 항소한 점을 감안하면 권연옥 원장이 염두하고 있는 것은 1심 법원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2심 혹은 대법원 판결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문화원 정상운영 공방
원장 '정상운영' 주장에 시의원 "정상운영아니다" 반박

천안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위원장 류평위)는 지난 11일 오전 10시 천안문화원을 현장방문했다.

제110회 천안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앞두고 실시된 이날 현장방문에서는 문화원의 정상 운영 여부를 놓고 권연옥 원장과 의원들간 공방이 빚어졌다.

권연옥 원장은 문화원 현황 보고에서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문화원은 극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맑고 깨끗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수 의원은 "문화원장만 정상운영이 된다고 얘기한다"며 "누가 봐도 천안문화원이 정상운영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근 의원은 "천안문화원 위상이 바닥으로 내려갔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태 천안시 문화예술팀장도 천안문화원이 비정상적으로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천안문화원 2007년 확보 예산 가운데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한 예산은 정상화 될 때까지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예산 집행 보류 이외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문화원장 및 사무국장, 이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상화 되도록 협조를 당부하는 등 노력은 기울였으나 아직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송건섭 의원은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제도적 보완을 지적했다. 김영태 문화예술팀장은 문화원지원조례제정을 통한 규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2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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