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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섭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부장검사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의 불구속 기소를 발표하는 모습.
ⓒ 윤평호
검찰이 천안문화원 현직 원장과 사무국장을 모두 불구속 기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천안문화원 권연옥 원장과 이정우 사무국장을 각각 강제추행,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28일과 올해 1월 23일 불구속 기소했다.

두 달여의 시간차를 두고 현직 원장과 사무국장이 모두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지만, 두 사람은 검찰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26일 현재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단체 등 지역사회에서는 권 원장과 이 국장이 명예회복을 앞세워 천안문화원의 권위와 명예를 산산조각내고 있다며 즉각적인 동반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업무상 횡령 등 적용해 불구속 기소... "억울"

대전지검 천안지청 형사2부(송진섭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이 국장의 혐의로 크게 네 가지를 발표했다.

첫 번째 업무상 횡령은 2000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천안문화원 수강생들 모임인 화미회와 다미회의 전시회 팸플릿 인쇄비용을 문화원 예산 등으로 지출하고 수강생들에게 인쇄비 명목으로 받은 500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것.

2002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천안 문화의 집' 예산 가운데 총 348만원을 법적 근거 없이 '프로그램 진행비' 명목으로 인출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도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천안문화원 수강생 모임인 화미회에 공금을 지원할 사유가 없는데도 2004년 6월부터 2006년 8월까지 강의료라는 명목으로 244만원을 불법 지출해 문화원에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사문서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죄 혐의와 관련, 검찰은 2005년 '천안시민의 상' 추천과 관련해 천안문화원장 명의의 공적조서와 추천서를 원장 동의 없이 위조해 제출한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RI@불구속 기소 소식에 이 국장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 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소명자료를 충분히 제출한 만큼 기소가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서는 "문화원 예산안에 편성돼 매년 적법하게 집행했는데 이를 문제 삼은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문화원의 특수성에 대한 검찰의 이해 부족에서 내려진 결정인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거취와 관련해 이 국장은 "지금 물러나면 혐의를 전부 수용하는 것으로 비칠까 곤혹스럽다"며 "그러나 자리에 연연 않고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혀 사퇴 의사를 암시했다.

문화원 안팎 "원장과 사무국장, 함께 물러나야"

검찰의 이정우 사무국장 불구속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천안문화원 안팎에서는 원장과 사무국장의 동반사퇴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한식 천안문화원 부원장은 "두 명 모두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만큼 책임지고 동반 사퇴해야 한다"며 "이 국장만 물러날 경우, 가뜩이나 원장의 사설문화원 체제로 굳어가는 천안문화원의 파행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도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사퇴해서는 안 된다"며 원장과 사무국장의 동반사퇴가 현재 천안문화원의 파행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천안문화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천진욱 집행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천 집행위원장은 "억울한 점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명예를 찾겠다는 명분 아래 천안문화원과 지역사회의 명예를 희생양 삼을 수는 없다"며 "문화원의 책임 선상에 있는 원장과 사무국장이 함께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사퇴 요구와 관련, 당사자인 두 사람의 입장은 엇갈렸다. 이 국장은 "문화원 정상화를 위해 동반사퇴가 합당하지만, 원장이 물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본인이) 사퇴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권 원장은 동반이든, 단독이든 사퇴는 없으며 현직을 유지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안문화원 직원 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28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권 원장의 첫 공판은 3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1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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