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가족과 함께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수승대를 찾았다. 수승대는 경남 거창에 있는 휴양지로 덕유산에서 시작된 여러 계곡의 물이 거창 위천에 모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계곡이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덕유산 IC에서 빠져나와 무주 리조트로 향하였다. 리조트에서 설천봉에 오를 생각으로 곤도라 매표소로 다가갔다. 실망스럽게도 태풍으로 인하여 오늘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거리를 달려온 허탈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다시 차를 몰아 무주구천동으로 향하였다. 거창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덕유산 고갯길을 돌고 돌아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멀리 남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금원산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수승대가 있는 곳이다. 먹구름이 하늘에 무겁게 걸려 있고, 살짝 열린 구름 사이로 바쁘게 햇빛이 쏟아진다. 백두대간의 길목인 남덕유산 고갯마루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조화를 부리며 산자락을 이리저리 나는 모습은 산풍경을 신비롭게 그리고 있다.
저녁 해거름이 되어 거창군 위천면에 있는 수승대에 도착하였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수승대는 잘 정리된 넓은 주차장과 함께, 깨끗한 모습으로 산뜻하게 변해 있었다. 예전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고택에서 연극을 보았던 곳이기에 감회가 새롭다.
전에 있던 수승대호텔이 지금도 공원의 중심에서 등대처럼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큰 은행나무 아래로 민박집들이 시골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이곳 수승대는 70미터 정도의 넓은 하천에 맑은 물이 상시 흐르며, 하천 주변에는 잘 갖추어진 야영장과 나무 숲길이 하천을 따라 길게 나 있다. 하천을 따라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거북 모양을 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냇물을 건너려는 듯 목을 길게 빼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거북바위 위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병정처럼 버티고 서 있고, 그 밑으로는 맑은 물이 바위 주변으로 휘감고 시원스레 흐르고 있다. 언뜻 보면 거북이가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로 이곳이 거북바위가 있다 하여 구연대 또는 암구대라 불리는 수승대의 명소다.
이 암구대 주변에는 넓적한 바위와 계곡을 건너는 예쁜 구연교 다리가 있고, 요수 신씨 선비가 노닐던 정자로 알려진 요수정이 있다. 넓은 바위와 암구대 사이로 푸른 빛의 맑은 물이 흐르고, 암구대 앞에는 소나무 섬이 있는데 그 풍경이 신선대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든다.
암구대에는 퇴계 이황이 쓴 시를 비롯하여 많은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글자 한 자 한 자에 정성이 깃들어 있는 글씨다. 어떻게 큰 바위에 저토록 글씨를 새겨넣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곳 수승대의 원래 이름은 수송대였다.
연유를 살펴보면 백제가 멸망할 무렵 신라로 사신을 보내기 위해 이곳에서 송별회를 하였는데 거의 돌아오는 사신이 없었다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신을 보낼 때마다 근심걱정을 하며 보내게 되었다 하여 근심 '수(愁)', 보낼 '송(送)' 자를 써서 수송대라 하였다. 이후 퇴계 이황이 주변에서 머무르며 명승지를 찾는다는 뜻의 수승대로 이름을 새롭게 지었다 한다.
수승대 암구연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북쪽을 바라보면 멀리 높이 솟아 있는 덕유산자락이 보인다. 30분 정도 북쪽으로 차를 달려가면 월송 계곡과 송계사가 있고, 주변에 1000여미터의 높은 금원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등산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이곳 수승대는 넓은 바위와 기암괴석, 소나무숲 그리고 푸르고 맑은 물로 가족들과 휴양하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는 사계절 썰매장이 있고 뱀사골 못지않게 맑고 푸른 계곡이 있으며, 거창의 국제 연극제가 항시 열리기 때문에 가족휴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리고 옛날 요수 신씨가 머문 고택이 고풍스럽게 잘 보존되어 있고, 원각사라는 조그마한 절이 있어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연극은 휴가철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매일 열리는데, 노천극장이 새롭게 지어져 멋진 공간에서 연극관람을 하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
이곳에서의 숙박은 주로 민박이며 호텔과 펜션이 있는데 아직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곳은 야영장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텐트를 치고 물가 주변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으며 야영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주변에서 야영하는 이들의 구수한 찌개와 맛있는 불고기 냄새로 수승대에서 음식축제를 여는 듯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이면 까치들이 큰 은행나무에 올라앉아 떠들어대며 야영객들의 아침잠을 깨우는데, 꼬마들이 물로 제일 먼저 뛰어들며 물장구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낮에 시원한 물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영을 하며 마음껏 놀고 저녁에는 연극을 감상하며 즐겁고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 거창군 위천면에 있는 수승대는 우리나라 어느 곳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나라 각 지방에도 이와 같이 볼거리 즐길 거리로 내용 있고 감동을 주는 휴양지가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