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경남 거창의 명승지 수승대 주변에서 펼쳐지는 연극축제 거창국제연극제가 27일 수승대 돌담극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그 19번째의 막을 올렸다.
인천시립극단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시작으로 막을 연 거창국제연극제는 8월 15일까지 수승대 주변의 축제극장, 돌담극장, 무지개극장을 비롯한 7곳의 공연장에서 10개국 50개팀이 210회의 공연을 펼치게 된다.
국제연극제에 걸맞게 외국작품은 독일, 캐나다, 일본, 필리핀, 루마니아, 러시아, 스웨덴, 우크라이나 등의 공연이 올려질 예정이다.
국내 작품은 연희단 거리패를 비롯, 6월항쟁 20주년 행사 때 공연을 펼친 진주 큰들문화센터, 극단 민중, 부산시립극단, 극단 성좌 등 22개 팀의 공연이 펼쳐진다.
27일 개막식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메운 1000여명 관객들의 열기 속에 진행됐다. 이번 연극제의 주제인 '순결한 욕망, 그 끝없는 상상'을 관객들이 다함께 외치는 의식으로 시작된 개막식에서 개막선언은 우리나라의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프랑스인 하르베씨가 맡았다.
외국인이 개막선언을 맡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하르베씨는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연출가로 거창연극제의 프랑스 순회공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알려졌으며, 이번 개막식 행사 중 공로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어 각계인사들의 축사와 축하공연으로 준비된 박호빈 무용단의 공연 등으로 열아홉번째의 막이 오름을 알렸다.
개막식에서 조직위는 관객들이 입장할 때 가면을 나눠준 뒤 그것을 착용하게 한 후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이 가면을 쓰는 순간 모두가 배우가 됨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런 퍼포먼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면을 쓰고 올라와 인사말을 한 거창국제연극제 이종일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극장을 늘려 순회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편히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했다"면서 관객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요쳥했다.
거창국제연극제의 매력은 수려한 수승대의 풍경 속에 피서를 즐기며 연극을 보는 '문화피서'에 있다. 낮시간 동안은 시원한 강가와 그늘진 숲속에서 물놀이와 휴식을 즐긴 후 더위가 가시는 느즈막한 저녁 시간 하나둘 불이 켜지는 야외극장에서 관람하는 연극은 여름 휴가철을 개최 기간으로 잡는 거창연극제만의 특색이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된 27일, 관객들은 이런 특색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오전부터 수승대로 모여든 사람들은 이날 식전 행사로 벌어진 독일 스타피큐렌의 거리극 <사커맨>과 군악대의 축하공연 등을 보며 연극제를 즐기려는 채비를 보였다.
개막식 후 개막작인 인천시립극단의 <한 여름 밤의 꿈> 공연을 보기 위해 800석 규모의 축제극장으로 발을 옮긴 관객들은 좌석을 가득 메웠고, 선선한 날씨 야외극장에서 펼쳐지는 한 여름 밤의 연극에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식전행사에서 관심을 끈 <사커맨>은 해외기획공연에 초청된 작품으로 5명의 사람이 축구선수 모양의 인형을 조종하는 독특한 마임이다. 다양한 자세를 보여주는 동작과 관객들을 향한 장난으로 시선을 모았다. <사커맨>은 러시아의 민속음악 <루시>, 우크라이나의 무용극 <엘마스>와 함께 행사기간 내내 무료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또한 거창국제연극제는 연극공연 외에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해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두차례의 학술세미나와 공연되는 작품들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론전이 준비돼 있으며, 연극지도교사 아카데미와 어린이 청소년 연극교실, 연극배우 전무송씨의 특강이 펼쳐진다.
특색있는 행사로는 생명평화결사와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주관하는 한반도 생명과 평화를 위한 액팅으로 생명평화활동가들의 토론회와 통일교육 커뮤니티 등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