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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내 밥...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내 밥... ⓒ 이현숙
시골 할머니댁에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니러 왔다. 어린 손자는 무얼 그리 많이 먹었는지 자주 뒷간을 들락거렸다. 아마 뒷간이 아니라 마당 끝이었을 것이다. 요즘 아이가 그 무서운 푸세식 변소를 들어갔을 리 만무하니.

그런데 할머니가 뒷간 가는 예쁜 손자에게 소리치길, "이놈 썩지도 않는 똥을 뭬 그리 자주 누노" 했단다. 이보다 더 심각한 말이 있을까? 인간의 배설물은 썩어서 거름으로, 그 다음 식물의 영양소로 작용해 우리 몸으로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나에게는 큰고집이 하나 있다.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다. 조물주는 사람을 그렇게 부실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되지, 꼭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따로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말이 많다. 공기가 나빠졌고, 식품이 오염됐고, 잘 챙겨먹을 시간이 없어서 영양제나 보조식품으로라도 보충해야 저항력이 강해지고 힘이 생긴다며. 그러나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먹다 보면 은연중 그것에 기대게 되고, 자연히 음식을 등한히 하게 되면서 더 부실해지기 쉽다.

또 영양제나 보조식품을 만드는 과정도 간과할 수가 없다. 그들은 몸에 좋은 영양소를 다 넣었다고 하고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한다. 그러나 몸에 좋은 영양소란 부패도 쉽고 보존도 어려워 어떤 방법으로든 방부제나 첨가제를 넣어야만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남해안 섬으로 여행을 갔다. 파를 많이 재배하는 섬이었다. 장마라 일기가 고르지 않았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쯤 날이 개었다. 습기 찬 날씨였지만 섬의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한다며 차창을 열었다.

못 생겼어도 예쁘게 봐줘야 하는 친환경 농산물...
못 생겼어도 예쁘게 봐줘야 하는 친환경 농산물... ⓒ 이현숙

그런데 얼마 못 가 창문을 닫아야 했다. 넓은 파밭 중간 중간에 서서 뿌려대는 농약 냄새가 원인이었다. 파나 마늘은 뿌리를 먹는 채소다. 뿌리 채소에는 유난히 구더기가 잘 생긴다. 누렇게 구정잎이 지면 뿌리에 구더기가 생겼구나 의심해 봐야 할 정도다. 그래서 구더기가 잘 생기지 않는 개흙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이젠 개흙에서도 벌레가 번식을 하는지 농약을 뿌려대는 것이다.

파뿐 아니라 마늘, 양파, 고추도 농약을 많이 살포하는 채소다. 그것들은 모두 균이 아니라 충이 끼는 채소이기 때문에 약도 독하다. 그리고 점점 더 독해진다. 이놈의 벌레에도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래 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일본 농촌의 예를 보았다. 어려서는 영리하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능아가 되어갔다. 그런데 비단 그 아이뿐이 아니어서 역학조사를 해 본 결과 농약으로 인한 공기의 오염이 아주 심각했다고 한다.

시골과 농촌이 동의어라면 우린 우선 맑고 신선한 공기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그 농촌이 농약에 의한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오염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밥... 곡물은 꼭 유기농으로 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밥... 곡물은 꼭 유기농으로 한다. ⓒ 이현숙

오분도미 4㎏, 수수1㎏, 찰보리1㎏, 찹쌀1㎏, 서리태1㎏. 이것은 내가 한 번에 주문하는 곡류의 양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3개월 먹는다. 물론 유기농이다. 생협조합에 주문하면 배달해준다. 매주 금요일에 주문하고 다음주 화요일에 받는다. 번거롭긴 하지만 난 가능하면 채소도 이렇게 해서 먹고 싶다. 그런데 혼자 먹다보니 양이 적어서 주문하기가 어렵다.

내가 유기농 곡류를 주문해 먹는 걸 보고 주위에서는 그거라고 믿을 수 있느냐며 핀잔을 준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는다. 유기농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나는 나 하나가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 유기농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오염된 식자재가 덜 팔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농사를 짓는 분들도 농약이나 비료의 폐해를 새롭게 깨닫고 친환경 쪽으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친화적인 먹거리는 우리가 우리 몸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
자연친화적인 먹거리는 우리가 우리 몸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 ⓒ 이현숙

그런데 위험은 농산물에만 있지 않다. 올 봄 나는 테마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여러 곳을 다녀 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해산물을 잡아서 산 채로 파는 해안가의 장이 있다. 바닷물이 담긴 빨간 플라스틱 대야에는 생선이 살아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싱싱함에 반해 나도 몇 번 그 생선을 사다가 조리해 먹었는데 정말 맛이 기가 막혔다. 그런데 우리 손님 중 한 분이 그 대야에 스프레이로 뭔가 뿌리는 것을 봤다고 한다. 과연 그 액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물을 뿌릴 리는 없을 것이고. 방부제나 항생제가 아니길 바라지만….

딸기밭에서 딸기를 먹고 작은 팩에다 딸기를 담아가지고 오는 딸기밭 체험도 있었다. 그런데 팩에 담아 온 딸기가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열어 보면 벌써 짓무르기 시작한다. 딸기밭에서 바로 따가지고 온 것인데 그렇게 금방 짓무르다니! 그렇다면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딸기는?

전날 딸기밭에서 수확해 다음날 시장을 거쳐 우리가 사 먹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적어도 하루 이상 걸려야 우리에게 오는 것인데…. 이런저런 정황을 상상하다 보면 정말 머리가 지끈거린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한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나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이 먹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올바르지 않은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 식탁만 지키는 게 아니다. 이 땅의 모든 동식물을 함께 지키는 것이다. 오염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위협임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유기농#먹거리#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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