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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작가의 로맨스소설 <경성애사>가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표절한 대목은 총 9군데로 확인됐다.
 이선미 작가의 로맨스소설 <경성애사>가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표절한 대목은 총 9군데로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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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작가 이선미씨의 로맨스 소설 <경성애사>가 소설가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표절한 대목은 총 9군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누리꾼들이 찾아낸 5군데보다 4군데가 더 많은 것으로 또다시 추가 표절 대목이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환규 부산대 교수(컴퓨터공학과, 전산학 전공)가 개발한 문서표절 추적 프로그램('devac')에 의해 밝혀졌다.

조 교수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 학생들의 리포트 표절을 검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경성애사> 표절 기사를 보고 그 프로그램을 가동해 <태백산맥> 10권과 비교해보니 표절이라고 단정할 만한 대목이 9군데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태백산맥> 2·5권-각각 3군데, 3권-2군데, 1권-1군데 표절

조환규 교수가 문서표절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성애사>는 <태백산맥> 1권과 2권, 3권, 5권의 일부 문장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2권과 5권에서 각각 3군데, 3권에서 2군데, 1권에서 1군데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난 것.

조 교수에 의해 새롭게 드러난 표절 대목은 다음과 같다.

<태백산맥>
"엿 사시오 엿 사. 아들 밥 비벼주다가 숟가락 몽딩이 동강난 것, 부부 싸움하다가 놋사발 오그라든 것, 누룽밥 긁어먹다가 양은 냄비 빵구낸 것, 원수 같은 막내둥이 괘종시계 고장낸 것, 생과부 등살에 놋요강 찌그러진 것, 동서지간 싸움하다가 솥뚜껑 깨묵은 것, 호랑이 같은 시에미 몰래 태워 묵은 고무신짝 쓰자 하니 못 쓰겠고 내버리자니 아까운 것, 뭐든지 갖고 와서 엿하고 바꿔 먹어요. 자야 엿들 사시오. 달고 맛난 찹쌀 엿. 빨리 빨리 갖고 오쇼. 늦으면 못 먹습니다. 자 꿀보다 단 찹쌀 엿."


<경성애사>
"엿들 사씨요 엿들 사아. 아들 밥 비베주다가 숟가락 몽딩이 부러진 것, 부부 쌈허다가 놋사발 내붙인 것, 누룽밥 긁어묵다가 양은 냄비 빵구낸 것, 재앙시런 외아들이 붕알시계 고장낸 것, 생과부 오줌발에 놋요강 찌그러진 것, 동서지간 싸우다가 솥뚜껑 깨묵은 것, 쓰자 하니 못 쓰것고 내뿔자니 아까운 것, 뭐이든지 갖고 와서 엿허고 바가 묵어. 달고 맛난 찹쌀 엿. 어허어 싸게싸게 갖고 와. 늦어뿔먼 못 묵어. 어허어 찹쌀 엿. 달고 만난 찹쌀 엿."


<태백산맥>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굶주림에 비비틀려 허깨비 걸음을 걸으며 어리럼증에 휘둘리고 부황기는 눈에까지 퍼져 흰자위가 누르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움직임이 없는 물체마저 흔들리고 어릿거리며 출렁거려 보였다. 오전의 비가 완전히 개인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경성애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굶주림에 비비틀려 허깨비 걸음을 걸으며 어리럼증에 휘둘리고 부황기는 눈에까지 퍼져 흰자위가 누르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움직임이 없는 모든 물체마저 흔들리고 어릿거리고 출렁거려 보였다. 그런데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조환규 교수가 문서표절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찾아낸 표절 대목들.
 조환규 교수가 문서표절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찾아낸 표절 대목들.
ⓒ 조환규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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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내리고 있었다. 땅이 촉촉하게 젖을 만큼 내리는 세우였다. 하늘이 낮았다. 남산 중턱이 가려질 정도로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게다가 폭풍이라도 몰아칠 것처럼 험상궂어 보였다. 바람기는 전혀 없었고 바닥들 구르던 나뭇잎들이 함초롬히 몸을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기온은 싸늘했다. 냉기…."


<경성애사>
"내리고 있었다. 땅이 촉촉하게 젖을 만큼 내리는 세우였다. 하늘이 낮았다. 제석산 중턱이 묻히고 선수머리까지의 포구가 반나마 가릴 정도로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큰비라도 쏟아낼 것처럼 험상궂어 보였다. 바람기는 없었다. 어디서 행보를 시작했는지 모를 가랑잎들이 갈 길을 멈춘 채 함초롬히 몸을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기온은 싸늘했다. 냉기…."


<태백산맥>
"저 깊은 속에서부터 솟아올라 터지는 것 같은 그 길게 늘어지면서 감기고 다시 풀려 휘돌아 흐르는 소리는 서러운 울음인 듯 괴로운 통곡인 듯 9월의 허기진 누름 속으로 물굽이를 이루며 퍼져 나가고 있었다."


<경성애사>
"저 깊은 속에서부터 솟아올라 터지는 것 같은 그 길게 늘어지면서 감기고 다시 풀려 휘돌아 흐르는 소리는 서러운 울음인 듯 괴로운 통곡인 듯 사월의 허기진 푸름 속으로 물굽이를 이루며 퍼져 나가고 있었다."


<태백산맥>
"솔가지를 꺾어 송기를 빨아대거나 솔순을 분질러 입 안에 몰아 넣는…."

<경성애사>
"솔가지를 꺾어 송기를 빨았으며 솔순을 분질러 입에 몰아 넣었다."


조 교수 "조사 등 살짝 바꿔서 표절... 질이 안좋다"

조환규 교수는 '절대유사도'라는 개념을 통해 <경성애사>의 표절 정도를 분석했다.

'절대유사도'란 표절 부위의 크기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표절은 더욱 확정적이다.  조 교수는 "절대유사도가 150 이상이면 표절로 판정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경성애사>가 <태백산맥>을 표절한 9군데의 절대유사도는 평균 216.78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경성애사>의 표절은 확정적이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이 정도의 절대 유사도라면 <경성애사>가 <태백산맥>을 표절하지 않았을 확률은 서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같을 수 있는 확률과 비슷하다"며 "그것은 이선미 작가가 <태백산맥>을 전혀 안보고 <경성애사>를 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선미 작가는 메모를 옮겼다고 해명했는데 그대로 갖다 썼으면 모르겠지만 조사 등 일부분은 살짝 바꾸었다"며 "이는 좀 (표절의) 질이 안좋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태그:#경성애사, #이선미, #조환규, #태백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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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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