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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순례단’과 참석자들이 KT 군산지점 앞에서 “성 구매는 절대 안 돼!”, “여성인권 보장하라!”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들레순례단’과 참석자들이 KT 군산지점 앞에서 “성 구매는 절대 안 돼!”, “여성인권 보장하라!”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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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업소 집결지 폐쇄와 성 구매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전국투어를 하는 ‘민들레순례단’과 ‘(사)군산여성의 전화'는 19일 오후 1시 전북 군산시 중앙로 KT(한국통신) 앞에서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 행사를 열고 임피 승화원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군산 시민과 여성 사회단체 및 지방의회 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 익산이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조배숙 의원이 참석, 성매매 관련법 제정 및 경찰의 대응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조 의원은 2004년 여·야 의원 86명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 안을 국회에 제출해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데 앞장섰으며 오래전부터 여성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주로 전북 지역 여성단체들과 시민들이 참석한 이번 추모행사는 2000년 대명동, 2002년 개복동 화재 참사 지역을 순례하면서 참혹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여성 인권과 성 구매 근절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갖고, 구 군산역 광장에서는 지자체와 경찰에 보내는 메시지 대신 ‘지자체와 경찰은 행동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되고송’을 부르기도 했다.  

임피 승화원에서는 건물 앞마당에서 종이학에 위로의 글이 적힌 쪽지를 붙여 희생자들에게 띄워 보내고 추모관에 들러 8년 전 대명동 화재 당시 무연고자들을 승화원에 안치하게 된 사연과 명복을 비는 것으로 추모행사를 마쳤다.

 행사 진행자 ‘군산 여성의 전화’ 민은영 사무국장과 행사장 분위기. 남성 참가자들과 여성 참가자들이 ‘NO 성구매’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행사 진행자 ‘군산 여성의 전화’ 민은영 사무국장과 행사장 분위기. 남성 참가자들과 여성 참가자들이 ‘NO 성구매’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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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시 10분 KT(한국통신) 군산지점 앞

날씨가 무더웠던 19일 오후 1시 전북지역 14개 시·군 여성의 전화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과 ‘민들레순례단’이 탄 버스 두 대가 전신국 앞에 도착했고 관련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사가 시작됐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센터장은 개회사에서 “우리가 성매매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었던 것도, 여성의 인권유린을 고민할 수 있었던 것도 군산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이 계기가 되었다.”라며 “이제는 단체가 아닌 시민의 힘으로 경찰과 지자체를 움직여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사말을 하는 조배숙 의원.  성매매방지법을 무력화 시키려는 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알맹이 없이 감사를 끝낸 감사원을 질책하고 있다.
 인사말을 하는 조배숙 의원. 성매매방지법을 무력화 시키려는 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알맹이 없이 감사를 끝낸 감사원을 질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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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받은 조배숙 의원은 인사말에서 4년 전 성매매 방지법이 통과되고 그동안 변화도 있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며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해온 여성가족 청소년부를 여성부로 통합, 기구를 축소한 현 정부와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단체들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인 감사원의 알맹이 없는 감사를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조 의원은 성매매방지법 시행 만 4주년이 되는 23일을 앞두고 탈 성매매에 관한 다큐멘터리(언니) 영화를 국회에서 상영했고, 어제(18일)는 법 제정 4주년 세미나를 국회에서 열었다며 “2002년 1월 개복동 화재 참사는 국회에서 성매매 방지법 제정을 고민하게 했던 사건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이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대세력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끝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부당한 성매매가 없어질 때까지 여성들이 힘을 다해 투쟁해나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조 의원은 어청수 경찰청장 친동생의 성매매업소 관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당에서도 언급했듯 성매매를 감시해야 할 경찰 총수의 친동생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성매매관련 업종에 관련됐다고 한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군산시 기초의회 서정환 의원(민주노동당)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부끄럽고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어머니, 아내, 어린 두 딸이 있는데 자신의 가족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성 구매를 근절하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주변 친구들에게 알려 많은 남성이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폭력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원불교 김현진 교무는 "대명동, 개복동 성매매 집단 지에 화재가 나기 전부터 덕경을 다녔다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당시 현장을 회상했다. 김 교무는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지금까지 7년째 갈 곳이 없는 성매매 피해자들의 쉼터를 운영해오는 처지에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치운동(movement)을 하고 있다는 정건희 씨는 “2000년 대명동 화재는 모두가 공범이었다. 그녀들의 인권을 철저히 짓밟은 포주뿐만 아니라 술 취하면 찾아가는 우리가 모두 공범이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매매 업소나 술집을 없애게 되면 경제에 문제가 많다며 공창제도를 두어 합법화 하자고 하는 기업인에게 '당신 집 옆에 성매매 촌을 만들면 어떻겠냐?'라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들레순례단’ 정미례 단장은 "대구를 출발 지금도 성매매업소 간판이 붙어 있는 광주에서 울분과 분노를 마음 가득히 안고 군산으로 왔다며 우리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성매매를 근절시키고 평등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행진"이라며 "지자체와 경찰은 즉각 행동에 나서달라"고 요구하며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폐쇄하라!"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 오후 1시 40분 2002년 개복동 화재현장

 개복동 화재 현장 모습. 14명을 화염의 불길로 사라지게 한 성매매 업소 ‘대가’와 '아방궁'이 붙어 있던 건물에서는 당시 아픈 상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기 전 성 구매 근절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개복동 화재 현장 모습. 14명을 화염의 불길로 사라지게 한 성매매 업소 ‘대가’와 '아방궁'이 붙어 있던 건물에서는 당시 아픈 상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기 전 성 구매 근절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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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한국통신) 군산지점 앞에서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200m 정도 떨어진 개복동 골목 화재현장까지 도로행진을 펼치며 이동, 전북여성단체 연합 이미정 정책국장에게 6년 전 성매매업소인 ‘아방궁’, ‘대가’에서 일어났던 화재와 그에 얽힌 사연들을 듣고 성 구매 근절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 국장은 딸이 어디에 사는지 소식도 모르고 지내던 유가족들이 시청의 연락을 받고 달려와 오열하던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화재 10일 만에 장례식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을 설명해나갔다.

이 국장은 화재가 나자 소방관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지만, 밖에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계단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14명이나 사망했다며 인권을 유린당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던 여성들을 기억해서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성매매업소 폐쇄와 성 구매 근절을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군산 여성의 전화 민은영 사무국장은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성매매집결지는 많이 사라졌지만 단속된 업주나 성 구매자들은 늘어나는 상태라며 주택단지와 오피스텔 등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성 구매를 근절하려면 정부와 경찰은 물론 남성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호소했다. 

개복동에서 추모식이 끝나자 행사 진행을 맡은 민은영 국장은 대명동 화재 참사 현장까지 이동하려면 10분 정도 거리를 행진해야 한다며 무더운 날씨에 참석해준 단체들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오후 2시 10분 2000년 대명동 화재현장

 2000년 9월19일 화재가 일어났던 대명동 성매매업소 건물 앞에서 추모집회를 준비하는 ‘민들레순례단’과 참가자들. 부근 상가 주민들이 나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00년 9월19일 화재가 일어났던 대명동 성매매업소 건물 앞에서 추모집회를 준비하는 ‘민들레순례단’과 참가자들. 부근 상가 주민들이 나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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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동 화재현장에서 추모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NO 성 구매’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동안,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은 “또 무슨 데모가 났느냐?”라며 놀라는가 하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초가을의 따가운 햇볕에 땀을 흘리며 대명동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8년 전 희생당한 5명의 성매매 여성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마침 화재 참사 8주년을 맞는 날이어서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했고, 상가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관심 있게 지켜봤다. 

 8년 전 대명동 화재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듣는 젊은 참가자들. 착취와 감금의 상징이었던 쇠창살 자국은 볼 수 없었으나 굳게 잠긴 자물통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8년 전 대명동 화재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듣는 젊은 참가자들. 착취와 감금의 상징이었던 쇠창살 자국은 볼 수 없었으나 굳게 잠긴 자물통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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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방을 통해야만 출입할 수 있었던 건물에서 죽어간 여성들의 억울한 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젊은 참가자 중에는 8년째 내려져 있는 셔터와 흉물스럽게 변한 벽을 바라보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오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어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방들이 벌집처럼 붙어 있는 성매매업소 건물들이 밀집된 시장 골목(일명: 시파리골목)을 거쳐 구 기차역 앞마당까지 현장탐사를 했다.

구 기차역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대명동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담당하는 역전파출소를 향해 “성 구매는 절대 안 돼, 여성인권 보장하라!”,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폐쇄하라!”, “지자체, 경찰서는 행동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성 구매 NO, 안하면 되고 그 말하는 당신 너무 멋져부러···”로 시작하는 ‘되고송’을 부르는 것으로 시내 행사를 마무리하고 임피 승화원으로 이동했다.

 ‘민들레순례단’과 참가자들이 구 기차역 앞에서 대명동을 담당하는 파출소를 바라보며 ‘지자체, 경찰서는 행동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들레순례단’과 참가자들이 구 기차역 앞에서 대명동을 담당하는 파출소를 바라보며 ‘지자체, 경찰서는 행동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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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시10분 임피 승화원

시내 행사를 마친 회원과 참가자 100여 명은 버스 두 대와 승용차 편으로 임피 승화원에 도착, 추모관 앞마당에 마련된 추모탑에 향과 촛불을 밝히고 묵념과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쓰기 편지 낭독,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민들레송’을 불렀다. 

‘인천 여성의 전화 여성자활 지원센터’ 이정은 씨가 ‘희생자 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는 분위기가 숙연해지면서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마당에서 조문을 마친 회원들은 5~7명씩 짝을 지어 유골이 안치된 추모관 안으로 들어가 ‘민들레순례단’ 정미례 단장에게 절박했던 화재 당시 상황을 듣는 것으로 군산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임피 승화원에 도착한 젊은 참가자들이 종이학에 붙여 희생자 언니들에게 보낼 위로 쪽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
 임피 승화원에 도착한 젊은 참가자들이 종이학에 붙여 희생자 언니들에게 보낼 위로 쪽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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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친 정 단장은 추모관을 나오며 순례단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들판에 버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꾸준히 퍼져 나가는 민들레를 상징해서 2006년 지역차원에서 꾸렸는데,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도시를 돌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정 단장은 “광주 송정동 화재와 서울 하월곡동 화재 현장도 가봤지만, 대명동 화재사건 현장이 가장 참혹했었다.”라며 “화재가 난 며칠이 지나서야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창문을 쇠창살로 막은 밀폐된 공간에서 저항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죽어간 여성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행사는 대전, 평택, 인천을 거쳐 성매매방지법 시행 4주년이 되는 23일에 서울에 도착, 6박7일의 일정을 정리하는 것으로 ‘성매매업소 집결지 폐쇄와 성 구매 없는 평화의 행진’ 전국투어를 마감한다.

 무연고로 떠돌던 대명동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관에 안치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상황 설명을 정미례 단장에게 듣고 있는 남녀 참가자들
 무연고로 떠돌던 대명동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관에 안치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상황 설명을 정미례 단장에게 듣고 있는 남녀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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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필통(http://blog.hani.co.kr/chongan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방지법#민들레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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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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