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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일 새벽 강도 높은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일 새벽 강도 높은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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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파파라치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파파라치는 흥행을 위해 선정적으로 먹고 살지만, 언론은 공공적 책무를 위해 진실을 가려야 한다. 이번에 그런 차이가 있었는지, 정말 가슴 속에 우러나오는 절절한 마음으로 권고하고 싶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언론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는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계 차원의 깊고 넓은 성찰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만난 양 전 비서관은 우선 노 전 대통령이 언론과 싸우는 인물로 묘사되는 것에 대해 '악의적인 평가'라고 일축했다. "참여정부 5년 기간을 합쳐서 잘못된 보도에 대응하거나 다툼을 벌인 일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기사들을 겸허히 수용한 사례가 많다"면서 "바보스럽게 원칙을 지킨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그는 "매일 확정되지도 않은, 확인되지도 않은, 있지도 않은 내용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쏟아냈다"면서 "그것을 그대로 기정사실화해서 국민한테 알리는 일 외에 과연 진실이 무엇이고, 실체가 무엇인지 언론 스스로가 규명해 보기 위해서 노력한 단서들이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노 전 대통령은 공인이고, 언론으로서는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는 이에 대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건,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자기들이 쓰고 싶은 권리만 있었지 국민의 알권리와 무관했다. 검찰 브리핑으로 노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파탄 난 사람이며, 일가족이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논두렁에 시계 버렸나? 사건 초기에 근거도 없는 금액들도 확인됐나? 아니지 않느냐.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그는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와 그것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 관행만큼이라도 당장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 방안을 찾지 않는다면 억울한 사람은 재판에서 결백이 입증되어도, 법원 재판 전에 이루어진 여론재판에 의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지금의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지난해 말부터 봉하마을에 머물면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그는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 언론보좌역을 지냈으며, 선거 당시 '노무현 브리핑'이란 매체의 편집장을 맡았다. 그 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 공보비서를 거쳐 청와대 국내언론 국장과 비서관을 거쳐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다음은 양정철 전 비서관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수원에서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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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장' 일정을 마쳤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지를 정해 안장도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마무리도 해야 한다. '국민장'이 엄숙하고 차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장의위원회와 유족들이 감사 인사를 드리는 일도 남아 있다. 49재 준비도 해야 한다. 국민장 관련 자료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데, 기록을 받아서 정부에 제출할 건 하고, 남길 것은 남겨야 한다. 비정부분야의 자료를 취합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 49재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직 정확한 시간이나 참석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49재는 자체적으로 유족 중심으로 추진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맨 처음 어떻게 알았나. 그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집사람이 수원에 산다. 주말 부부다. 전날 잠시 집에 들렀다가 새벽에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곧바로 급히 차를 몰아서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향했다. 계속 운전이 힘들 정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막막했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수원에서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 국민장 기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예상치 못한 일이다. 범국민적인 애도와 추모의 분위기인데, 배경도 잘 헤아리지 못하겠다. 민심의 도도한 흐름이라 본다. 그런데 지금도 정확히 그 배경을 분석하지 못할 정도다. 국민한테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데 모셨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뒤늦게나마 대통령의 가치나 철학, 자나깨나 나라 걱정하셨던 그분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새롭게 해석되고 평가되는 것이라 본다. 그런 차원에서 추모 되고 있는 점이 다행스럽다."

- 노 전 대통령은 왜 서거하셨다고 보는지?
"모셨던 분의 참으로 어려운 결정에 대해, 잘 모시지 못하고 남아있는 참모들이 그런 해석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모셨던 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 각자가 대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런 선에서 저희들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이라고 해서 보복한 적 한 건도 없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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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대통령의 여러 정책과 가치·철학이 이제 와서 제대로 이해되고 평가되는 측면이 있듯이, 노 대통령과 언론과의 관계나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 국민들과 언론인들이 제대로 헤아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수언론들에 의해 끊임없이 언론과 싸우는 모습으로만, 일종의 조작된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정부권력과 언론권력, 모두 국민들 삶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인데 강력한 권력들이 일탈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유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계셨다. 과거처럼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절하게 야합하고 타협하면서 하면 정보와 여론, 정책 등을 두 개의 야합한 권력들이 얼마든지 진실되지 못한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는 폐해를 과거 역사라 보여 주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부분에 대한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분도 정치를 오래 하고, 국정운영의 지도자로서 언론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과거 관행들을 답습했다면 그리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바보스럽게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관행으로부터 익숙하지 않은 언론, 과거의 편안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언론들로부터 심각한 도전과 견제를 받은 것이다.

도전과 견제를 넘어서서 일부 신문의 경우는, 임기 내내 대통령이 감내하기 어려운 모욕과 폄훼를 했던 것이다. 실제 대통령이 언론과 싸운 것이 아니고, 잘못된 보도 내지 잘못된 관행, 잘못된 관계 설정에 대해 당신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밝히며 고치려 했던 부분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이라고 해서 보복하거나 취재 보도에 압박해서 제한한 적은 한 건도 없다.

언론의 기능 자체를 대단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바꾸려고 했다. 실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 잘못된 보도가 아니고선, 비록 적대적인 언론사라 하더라도 청와대나 정부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나 지적의 보도에 대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모니터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이 제도로 이어지도록 선순환의 시스템을 고안하고 독려해서 끌고 간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 5년 기간을 합쳐서 잘못된 보도에 대응하거나 다툼을 벌인 일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기사들을 겸허히 수용한 사례가 많다. 바보스럽게 원칙을 지킨 것뿐이다.

국정 운영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시간을 나눠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겠나. 참으로 많은 매체를 고루 접하면서, 일선 공무원들이 담당자들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당신이 챙겨서, 좋은 지적이 있으면 담당자한테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수시로 했다. 언론과 싸움만 일삼았다는 것은 대단히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다.

-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실무를 맡으면서 가장 내세우고 싶은 부분은?
"대통령을 모셨던 언론분야 참모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재임 중에 청와대가 전국의 어느 언론사든, 전국 어느 언론인이든 취재 보도 편집 편성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감을 느끼게 할 어떠한 잘못된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절제했고, 그 모든 것은 대통령이 수도 없이 강조한 원칙 때문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지적은?
"대단히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다. 검찰의 수사형태나 수사 관행에 대한 문제점은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검찰의 그런 행태로부터, 검찰이 그렇게 했으니까 자유로울 수 있느냐? 저는 많은 언론인들이 취재 보도의 관행에 대해 정말이지 깊이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매일 확정되지도 않은, 확인되지도 않은, 있지도 않은 내용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쏟아내면, 그것을 그대로 기정사실화해서 국민한테 알리는 일 외에 과연 진실이 무엇이고, 실체가 무엇인지, 언론 스스로가 규명해 보기 위해서, 노력한 단서들이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검찰과 언론에 의해 이미 모든 재판을 다 받았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으신 것이다. 그 재판이 뭐냐.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관련 보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장례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의 여러 행태에 대해 더 책망하거나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언론이 국민적인 추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더 이상 그런 여론재판에 이용당하거나 앞장서는 일은 중지되어야 한다."

- 소위 진보 언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결국은 정도의 차이다."

"해당 언론사가 왜 그런 대우 받는지 깊이 돌아 봐야"

지난 5월 28일 봉하마을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취재 기자들에게 마련된 임시 기자석. 봉하마을은 '기자들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지난 5월 28일 봉하마을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취재 기자들에게 마련된 임시 기자석. 봉하마을은 '기자들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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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봉하마을 취재 현장에서도 주민과 언론사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마을 주민들이기에 아무래도 노 대통령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취재의 어떤 금도, 취재의 기본적인 예의 부분에 대해 주민들도 대통령 못지않게 많은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 그렇다 보니 조금은 격하게 반응하고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들이 자제를 당부했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이 직접 겪은 말도 안 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어느 주민이 선의로 인터뷰에 응해서 말한 내용이 둔갑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동네 개 한 마리가 배회하며 털갈이를 하고 있었는데, 털이 빠진 모습까지도 턱도 없는 해석을 달아서 나온 기사까지 있었다. 그런 기사가 나오면 주민의 마음은 어떠하겠나?"

- '국민장' 기간에도 조․중․동과 KBS 등 일부 언론에 대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주민이나 노사모 회원, 조문객, 심지어 노제에 참석했던 적지 않은 시민조차도 근거 없이 주관적인 느낌만 갖고 그런 태도를 취했다고 보지 않는다. 해당 언론사가 현장에서 왜 그런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돌아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1980년대 특정 언론사가 비슷한 상황들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당시에도 시민 항변이 이유 없는 게 아니었다. 해당 언론사 중 일부에서는 회사 내에서 그런 자성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언론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보도 방향이 특정한 목적이나 타깃을 정해놓고, 금도를 벗어난 것은 아니었든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한번 돌아보기를 정중하게 권고하고 싶은 입장이다."

- 전직 대통령은 공인이고,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 않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건,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의혹이 있다면 수사기관이든 언론이든 일반 국민과 똑같이 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 브리핑하는 내용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실규명도 하지 않고, 기정사실화해서, 심지어는 한발 더 나아가서 해석과 단정을 다해버린 것이다. 검찰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와 확증을 가지고 수사해야 하는 것이 정도다.

언론은 그것이 누구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확인과 진실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언론인의 양식에 기초해서 판단을 내리거나 여론형성을 위한 논평, 편집의 방향을 잡는 것이 정도다. 이번 경우에 과연 그렇게 했겠나.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자기들이 쓰고 싶은 권리만 있었지 국민의 알권리와 무관했다. 검찰 브리핑으로 노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파탄 난 사람이며, 일가족이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논두렁에 시계 버렸나? 사건 초기에 근거도 없는 금액들도 확인됐나? 아니지 않느냐.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카메라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카메라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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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설명한다면?
"취재 과정도 대단히 유감스럽다. 전직 대통령을 떠나서 한 시민에 대해서도 사생활이 있다. 대통령 내외분이 집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뜰을 거닐거나 하는 것까지 국민들이 알고 싶어 했을까. 아들 노건호씨가 귀국했을 때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 촬영에 응했다. 그런데 몰래 빠져나간 것도 아닌데, 기본적인 취재 관행에 응해주었는데, 심야에 활극을 보듯 카메라를 들이대고 했다. 국민들이 그것을 알고 싶어 했을까?

기자와 파파라치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파파라치는 흥행을 위해 선정적으로 먹고 살지만, 언론은 공공적 책무를 위해 진실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 그런 차이가 있었는지, 정말 가슴 속에 우러나오는 절절한 마음으로 권고하고 싶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사한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인데, 더 이상 그런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 거듭 말하지만 떠난 분을 두고 이제 와서 새삼 원망하는 차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온 국민이 비통해하는 커다란 사건 하나를 겪었으면 제도적으로, 관행상으로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의미가 반감된다."

- 취재 관행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지?
"한 지도자에 대한 평가, 한 시기 정부에 대한 평가, 이런 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있는 사실 그대로 이루어져야 하듯이, 깊은 생각 없이 가해졌던 테러에 가까운 수사 관행, 보도 관행이 있었다면, 뭔가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런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에서다. 물론, 사건이 한창일 때 대단히 일선에서 고생했던 기자들의 수고는 안다. 저는 기자 개개인이 일각에서 당시 사건 보도에 대해, 돌아보거나 자성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도 아니겠지만, 진보언론을 포함해서 언론 전체가 대체적인 취재보도 관행이 바뀌어야지, 개인의 자성이나 후회로 개선될 일은 아니다.

언론이 최근 20년 동안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굵직한 촌지 사건으로 기자들의 윤리문제가 진일보했고, 몇몇 인권 사건으로 자성의 계기가 되어 인권 문제에 대한 보도의 기준으로 발전했다.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런 엄청난 일을 국민 모두가 겪었는데 언론도 이 일을 계기로 해서 무엇을 바꿀지에 대해, 언론계 차원에서 깊고 넓은 성찰과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게 간절하다."

- 여러 가지 많은 지적을 했는데,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한다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드릴 경황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그리고 공표한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 이 하나만큼이라도 당장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방안을 찾지 않는다면 억울한 사람은 재판에서 결백이 입증되어도, 법원 재판 전에 이루어진 여론 재판에 의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지금의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피의사실을 검찰이 공표하고 언론이 대서특필해서 여론 재판하면 사법부는 왜 있나. 재판은 왜 하나. 판사는 판결 보고 이야기하듯, 검사는 기소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기소 이전에 이런저런 방증만 갖고, 법원이 아닌 기자실에서 기소장을 읽듯이 하는 태도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나. 그것이 모두 확인된, 확증된 판결문도 공소장도 아닌 내용을 확인도 안 되는데, 확인도 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전하는 것은 정말 억울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생매장하는 일이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언론,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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