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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점금씨가 9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봉하마을 방문객들로부터 받은 130여장의 기록이 적힌 전지를 모아 놓고 보여주고 있다.
 최점금씨가 9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봉하마을 방문객들로부터 받은 130여장의 기록이 적힌 전지를 모아 놓고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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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금(68·부산 중구)씨. 그는 누구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가장 슬퍼하는 사람이다. 그는 피를 토할 정도로 가슴 아파했던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서 완전히 미쳐 버린 사람이라고 할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 안장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봉하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이 귀향했던 지난해 2월부터 봉하마을에 들를 때마다 그를 자주 만났다. 심지어 '봉하마을 사람'이거나 '노사모' 회원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최씨는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봉하마을 방문객들로부터 받은 기록이 적힌 전지를 묶어 봉하마을 분향소 앞에 걸어 두고 있었다. 그가 받은 전지는 무려 130장이 넘는다.

최점금씨는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을 때, 언론 등을 통해 알고 찾아갔던 것이다. 당시 그는 부산 사하구가 지역구였고, 노 전 대통령은 지역구가 달랐다. 그는 오랫동안 야당 생활을 해왔는데, 서석재 전 의원을 돕기도 했다.

최씨가 노 전 대통령이 좋아 적극 나선 때는 2007년부터였다. 노 전 대통령이 야당과 보수언론 등에 당하는 상황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없는 돈에 1.3톤 트럭을 구입했다. 트럭을 탑차처럼 만들어 짐칸 쪽에 펼침막을 매달았다. 내용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언론이나 국회의원들이 조금만 협조했으면 더욱 잘한 정치가 되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만 하면 유명인사로 착각하는 과대망상과 환상을 버려야 한다. 언론에서도 비판만 하지 말고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이 잘 한 점을 국민에게 보도하자.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탄핵으로 발목 잡고 비판과 파국만 일삼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인기에 진념하지 않고 국가 미래 발전을 위해 개혁정책으로 역대 대통령보다 잘한 점이 많다. …."

펼침막 때문에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당해 고초 겪어

최씨는 이같은 내용의 펼침막을 붙여 국회의사당 앞에서 2007년 6월 2일부터 20일까지 있었다. 잠은 트럭 안이나 한강 둔치에서 잤다고 한다. 이후 부산 서면과 영도, 서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트럭을 몰고 갔다. 심지어 정월 초하루에도 사람들한테 펼침막 내용을 읽히기 위해 나가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는 압박을 많이 받았다.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어 선관위와 경찰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조사를 받으면서 "이게 무슨 선거법 위반이냐"며 항변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은 되었지만 처벌은 받지 않았고, 단지 조사만 받았다. 심지어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가면서도 펼침막이 달린 트럭을 몰고 갈 정도였다.

일반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않느냐"면서 "노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을 써서 펼침막을 붙이고 다니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칼로 펼침막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트럭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앞바퀴 타이어는 3번, 뒷바퀴 타이어는 6번이나 피해를 입었다. 칼로 타이어에 길게 찢어 놓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했다.

국회의사장 앞에 트럭을 주차해 놓자 서울 영등포구청이 '과태료․견인 부과대상'이라는 스티커를 발부했다. 그는 지금도 당시 받았던 스티커를 증거자료로 갖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고스톱 치다가도 돈을 잃으면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을 할 정도 아니었느냐"면서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 옛 일이 되어 버렸다"고 술회했다.

오해도 많이 받아... "그게 남아 있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 공사 현장 가림막에 추모글을 붙여있자 지나가는 추모객들이 서서 읽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 공사 현장 가림막에 추모글을 붙여있자 지나가는 추모객들이 서서 읽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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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전부터 봉하마을에 자주 들렀다. 역시 트럭에 펼침막을 붙여 마을 주차장에 세워놓기도 했고, 마을 곳곳에 각종 주장과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펼침막도 내걸었다.

오해를 많이 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생가 입구에 베니어판 12장을 나열하듯 설치해 놓고 방문객들이 소감이나 격려의 글을 적도록 했다. 그런데 며칠 뒤 와서 보니 베니어판이 없어졌더라는 것. 공사를 하면서 포클레인으로 파서 묻어 버렸다고 한다.

그는 "아마 그게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이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게 바로 국민의 소리인데, 치워버렸던 것"이라며 "베니어판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봉하마을에 와서 흥분하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는데, 노 전 대통령한테는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린다고 보고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한다. 봉하마을에서 그를 만나 자주 연락하는 정연하(58)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고문은 "최씨야말로 진정 용기있는 사람으로, 이전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할 때 그는 한결 같은 마음이었다"면서 "여러번 그를 만났지만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으로, 방문객들이 소감을 적을 수 있도록 한 베니어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봉하마을에서 장사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그는 "정말 봉하마을 사람이 되어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일도 하고 봉사하면서 살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저의 뜻과 상관없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그를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부인과 딸 넷에 사위도 있다. 그는 "집사람뿐만 아니라 사위들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돈도 생기는 일이 아닌데다 돈을 쓰고 다니니 더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 귀향 3개월 뒤 사저에서 처음 만나

이랬던 최점금씨가 노 전 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딱 한번뿐이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지 3개월 정도 지나서였다. 최씨가 했던 일들이 노 전 대통령한테 알려진 것이다. 최호철 전 비서관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초대'받아 갔던 것.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만나 '귀향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서울에 집을 두고 봉하마을에서 한두번 다녀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귀향해 주셔서 고맙다'고 했다"면서 "봉하마을 땅 한 평만 주면 물건을 팔아 봉사도 하고 마을을 위해 쓰겠다고 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09년 5월 23일 아침. 최씨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소식을 듣고 곧바로 부산에 있는 부산대병원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노무현 죽었으니 이제 부산사람들 박수 치겠네"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다시 노 전 대통령이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동했다. 김해 진영읍에 있는 펼침막 제작업체로 가서 10m 길이의 펼침막을 만들어 양산으로 갔던 것. 거기서도 그는 울면서, 때로는 고함을 질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누구보다 서러워했던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냐"고 했더니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떨어졌던 봉화산 부엉이바위에 가서 떨어져 죽을 거다"고. 그는 "지금 마음은 자살하고 싶다는 것 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혼자 고초를 당하셨고, 저는 못 배웠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잘한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을 해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해야지"라고 말했다. 49재 뒤 노 전 대통령이 잘했던 일들을 펼침막에 낱낱이 적어 트럭에 매달아 전국을 다닐 것이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잘한 일 적은 펼침막 매달고 전국 다닐 것"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 공사 현장 가림막에 추모글을 붙여있자 지나가는 추모객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 공사 현장 가림막에 추모글을 붙여있자 지나가는 추모객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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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정치평론가처럼 견해를 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돼서 영호남 지역감정 없애려고 열린우리당 만들었다. 그래서 고초를 당했는데, 지금 노 전 대통령을 위한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동네 사람이 아니라고 받아들이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큰일 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정비사업을 벌인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이 망해가는 길이다. 강은 굽이굽이 흘러야 한다. 이전에 준설사업 쪽에서 일을 해봐서 안다. 강을 2~3미터 준설한다는 허가가 나면 업자는 그보다 몇 미터 더 깊이 판다. 모래를 준설하고 나면 거기에는 뻘층이 생기고, 그러면 썩는다. 바로 구정물이 생기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는 간간이 울먹이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옳은 일은 옳다고 끝까지 말할 것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잘한 일이 많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다"였다.


#노무현#최점검#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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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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