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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문 갤러리 '포토 클래스' 10주년 개관 기념, 이덕문 개인전
▲ 사진전문 갤러리 '포토 클래스' 개인전 현수막 사진전문 갤러리 '포토 클래스' 10주년 개관 기념, 이덕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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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성남2동 육교 가까운 곳에서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갤러리 간판이 하나 있다. 불모지와도 같은 지역에서 10년째 전시를 해오고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 '포토 클래스'.

주변 간판들에 가려져 왜소하게까지 느껴지는 간판을 겨우 찾아 전시장으로 향한 좁은 계단을 오르면 밖에서 볼 때와는 아주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온통 하얀색 바탕의 전시장 내부는 깔끔하다 못해 긴장감마저 감돌고 서너 개로 나눠진 전시공간은 각자 특유의 팽팽한 다소곳함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겉보단 속이 알차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분명 하나의 공간이 자아내는 이미지는 그 공간의 주인이 가진 성품도 반영하기 마련이다. 오로지 사진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이 공간을 이끌어온 사람은 사진가 조인상씨. 그는 92년 개인 작업실로 사용해 오던 공간을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 연중 사진만 전문으로 전시하는 사진 전문 갤러리로 새롭게 오픈하였다. 예술에 대한 일념 하나로 10년 동안 이 공간을 지켜왔다는 것은 흡사 '지역문화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는 실제로 갤러리 운영으로 몇 차례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어왔으나 이제 지역에서도 사진 및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인식이 자라나고 있음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조인상 관장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개인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는 이덕문(43)씨의 사진전('바람이 분다')이 열리고 있고, 10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었다. 이날 사회는 조인상 관장이 맡았다. 40여 명의 사진 애호가들이 모여 이덕문 사진작가의 사진작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갔다.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때때로 열띤 토론이 일기도 했다. 이날은 '작가 죽이기'라는 부제를 달아서 토론을 할 만큼 작가에게도 관람객들에게도 치열한 날이었다. 물론 토론이 끝난 후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지난 3일부터는 이덕문(43) 씨의 사진전(‘바람이 분다’)이 열렸고, 10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10일)에는 사회는 조인상 관장이 맡았다. 40여 명의 사진 애호가들이 모여 이덕문 사진작가의 사진작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갔다.
▲ 이덕문 개인전 '작가와의 만남' 지난 3일부터는 이덕문(43) 씨의 사진전(‘바람이 분다’)이 열렸고, 10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10일)에는 사회는 조인상 관장이 맡았다. 40여 명의 사진 애호가들이 모여 이덕문 사진작가의 사진작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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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문씨의 전시 작품들은 모두 원색이 전혀 섞이지 않은 흑백 사진들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6년 정도이고, 이번 전시 작품들은 최근 3년 동안 찍은 사진들 중에 선별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단순한 성격 탓인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흑백만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원색에 대한 동요나 유혹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작품은 계속 흑백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이덕문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이번에 전시라고 들었다. 첫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사진을 찍을 때 어려운 것은 없었다. 전시가 결정될 때까지도 자신을 펼쳐 보이겠다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전시를 며칠 앞두고 혼자 전시장에 나와서 미리 선별한 30여 장의 작품을 걸어놓고 그 사진들을 제대로 바라볼 시간이 생겼다. 그때부터 복잡하고 힘들었다. 부족한 것들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나는 외양에서 풍기는 것과 다르게 성격은 약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사진을 찍을 때면 내가 바람의 입자가 되어 사물이나 피사체에 부딪치는 걸 느낀다. 내 자신이 바람이 되어 대상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 이덕문 개인전('바람이 분다') 전시 풍경 "나는 외양에서 풍기는 것과 다르게 성격은 약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사진을 찍을 때면 내가 바람의 입자가 되어 사물이나 피사체에 부딪치는 걸 느낀다. 내 자신이 바람이 되어 대상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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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의 주제가 '바람이 분다'인데, 관람객들의 제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 보인다. '바람'이라는 소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외양에서 풍기는 것과 다르게 성격은 약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사진을 찍을 때면 내가 바람의 입자가 되어 사물이나 피사체에 부딪치는 걸 느낀다. 내 자신이 바람이 되어 대상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대상을 흑백으로만 표현하는 사진을 찍다보니 더 바람의 존재가 잘 닿아온다. 이질감이 없다."

- 바람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는데, 이것이 갖는 내적 의미는 어떻게 보면 좋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외로움 같은 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내면의 풍경이다. 아직도 마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욕심이 많다. 욕심이 개입되지 않으려는 싸움이기도 하다."

- 작품을 찍을 때 좋아하는 구도가 있다면?
"이번 작품들은 모두 풍경사진에서 잘 쓰지 않는 '정사각형(6x6) 포맷'이다. 나에게는 이 포맷이 참 편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포맷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에 2분의 1에 해당하는 '반' 구도를 즐겨 쓰기 시작했다. 나는 대상의 선, 즉 라인을 좋아한다. 지평선, 수평선, 하늘의 라인 등이다. 가끔은 싫증이 나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나는 대상의 선을 보게 된다."

- 이번 전시한 작품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을 좀 부탁한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 역시 바로 그런 구도를 가진 사진이다. 옛날 담벼락은 아주 까맣고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그와 대조적으로 지붕에는 새하얀 눈이 쌓였다. 눈 내린 날이었다. 담벼락과 지붕의 명도가 상당히 대조적이라 노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구름 위 한편에서 쏟아지는 태양빛을 의도적으로 더 들어오게 강조했다. 이상하게 이 사진이 나 자신을 잘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간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앞에 서 있는 사진작가 이덕문 씨. "옛날 담벼락은 아주 까맣고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그와 대조적으로 지붕에는 새하얀 눈이 쌓였다. 눈 내린 날이었다. 담벼락과 지붕의 명도가 상당히 대조적이라 노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구름 위 한편에서 쏟아지는 태양빛을 의도적으로 더 들어오게 강조했다. 이상하게 이 사진이 나 자신을 잘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간다."
▲ 이덕문 씨 개인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앞에 서 있는 사진작가 이덕문 씨. "옛날 담벼락은 아주 까맣고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그와 대조적으로 지붕에는 새하얀 눈이 쌓였다. 눈 내린 날이었다. 담벼락과 지붕의 명도가 상당히 대조적이라 노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구름 위 한편에서 쏟아지는 태양빛을 의도적으로 더 들어오게 강조했다. 이상하게 이 사진이 나 자신을 잘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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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현재는 가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생업이 주는 부담감으로부터 사진은 나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다. 우연한 기회에 출품했던 사진이 '2030 청년 작가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사진에 대해서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은 알면 알수록 더 깊어져서 자꾸만 파고들게 한다."

- 생업이 있으면서 작품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사진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
"거의가 그럴 것이지만, 사진은 혼자 찍으러 다니는 편이다. 나의 외로움과 닮았거나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피사체 앞에서 셔터를 누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사진 찍을 때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
"눈으로 보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은 수행'이라는 하는 말을 들었던 것이 이제는 믿어진다. 욕심을 버리는 보다 본질적이고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어렵다."

- 앞으로의 작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보는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의 연장이 될 것이다.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더 넓고 깊게 보고 싶다. 좀 더 넓어진 시각을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한계들을 담아내고 싶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지 모르듯이 자신도 다는 모르겠다."


조인상 관장은 3년 전, 이덕문 씨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자신을 가장 괴롭힌(?)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약속 없이 불쑥 찾아와서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난해한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그의 질문은 언제나 복잡했기 때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주기가 곤란해다는 것.

조인상 관장이 바라보는 이덕문 씨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이나 풍경들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라 했다. 그의 타고난 성품에 걸맞은 특유의 여성성과 서정성이 작품에 잘 투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문 씨의 개인전은 이달 23일까지 계속된다.

이 갤러리에서는 필름 100통 이상을 찍은 자에 한에서만 전시기회가 주어진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다. 비록 많은 작가들이 작업 자체가 생업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 어떤 외부적 조건(학벌이나 수상 경력 따위와 같은 것들)보다 사진에 대한 열정만을 먼저 보겠다는 철저한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본질을 더럽히는 그 어떤 불순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그 각오와 뚝심을 앞으로도 더 굳건히 지역문화의 큰 축으로 뿌리내려 가길, 갤러리 개관 10주년에 부쳐 소망하는 바이다.


태그:#포토클래스, #이덕문, #사진전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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