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원유유출 사고가 난 지 3개월 정도가 지난 2008년 2월 29일 오전 11시 30분, 김징완 당시 삼성중공업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지역발전기금으로 1000억 원을 출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표가 피해주민에게 알려지자 주민들은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르는데 1000억 원의 피해지역발전기금 제안은 여론의 비난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반발했다. 이후 국토해양부는 삼성출연기금에 대한 지자체와 피해주민들 의견수렴에 나섰고, 전라도 지역은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힌 반면 태안피해주민들은 발전기금 규모가 주민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이유로 수용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원유유출사고의 중심에 있는 태안군이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국토부와 충남도는 삼성출연기금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없이 관망한 채로 3년여의 세월을 흘러보냈다. 결국 삼성출연기금은 실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출연기금 있긴 있는 걸까, 있다면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삼성중공업이 출연한 1000억 원의 출연기금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월 3일 원유유출사고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정부 3개 부처 합동설명회와 11월 9일 열린 국토해양부의 피해 배상관련 'HS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지역 순회 토론회'를 통해 삼성중공업 출연 지역발전기금에 대한 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국토부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1000억 원 출연의사 표명 후 3월과 4월에 걸쳐 국토부는 삼성중공업과 출연기금을 기금 또는 신탁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에 따르면 출연기금의 구체적인 관리방법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분명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출연기금 발표 이후 줄곧 이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해 온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대책지원총괄본부 관계자는 삼성출연기금의 실체와 관련해 "출연기금 1000억 원은 분명히 확보되어 있고, 삼성중공업이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관리방법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만약에 피해주민들이 요구하는 바와 같이 삼성출연기금 발표 이후 은행권에 별도의 계좌로 해당 기금이 관리되었다면 수십 억 원에 해당하는 이자가 발생했을 것이고, 발생한 이자 또한 고스란히 지역발전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측은 1000억 원 이상은 출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기금 관리방법에 대한 의문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유류피해 주민들, "지역발전기금 추가 출연해야" 한목소리
|
▲ 삼성은 이 영상을 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지금의 태안을 되살린 건 태안주민과 123만 자원봉사자였습니다. 제1 가해자 삼성은 무엇을 했습니다. 유류사고 3년. 지금도 태안피해민들은 검은 재앙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지금이라도 태안피해민들에게 사과하고 협상테이블로 나와 도덕적인 책임을 다 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 영상은 지난 7일 원유유출사고 3년 보고대회에서 방영된 영상입니다.
|
ⓒ 태안군 제공 |
관련영상보기
|
'더 이상 (기금을) 출연하기 어렵다'는 삼성측 입장에 대해 피해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태안원유유출 사고 3년을 맞아 태안군과 서산시, 보령시 등 심각한 유류피해를 입은 지자체들은 피해 배·보상의 조속한 해결 촉구 등과 함께 삼성중공업 측에 지역발전기금 추가 출연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는 충남도 이외에 추가 피해를 입은 전라도에서 삼성출연기금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기금 전액을 충남도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 2월 유류 피해 주민의 처지를 목숨 바쳐 알리고자 했던 고 성정대 열사의 안타까운 희생 이후 충남지역 유류피해 6개 시군 단체장들은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긴급 회동을 통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삼성출연기금을 받아내자고 결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태안군을 제외한 나머지 충남도 5개 시군의 발전기금에 대한 입장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출연기금은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삼성이 내놓은 기금으로 타 지역과는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태안을 위한 기금'이라며 100% 태안발전기금으로 받아내겠다는 논리를 펼치는 태안군과는 달리 보령시 등 타 지자체에서는 추가 발전기금 출연 이외에 기금 출연 발표 이전 다른 지역들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피해지역의 국제기금 사정율에 따라 공정히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기금 배분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1000억 원이 부족하니까 1500억 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하는 기금 활용방안"이라며 "기금운영안과 (지자체별) 갈등 해소방안까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요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출연기금은 서류로 작성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충남 내에서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배분방법 및 활용방안은 미수립된 상태"라며 "조만간 해당 지자체가 한 자리에 모여 협의체 구성시기 등을 논의하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출연기금 요구하려면 '지자체별 합의점' 모색해야
그런데 삼성출연기금의 실체가 확인되었다면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충남도 관계자는 가장 큰 이유를 '피해주민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든다. 특히, 삼성출연기금 발표 이후 가진 의견수렴에서 수용반대 입장과 조건부 수용 입장 등 피해주민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자 지역발전기금을 출연한다던 삼성중공업측에서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피해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국토부에서도 피해대책위원회가 중심이 된 협의체를 구성해서 삼성중공업, 지자체와 접근해보려 하지만 의견수렴 결과가 일치되지 않아 삼성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의견수렴은 피해대책위원회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보상진행과정에서도 (지역발전기금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발전기금을 보상차원에서 개개인으로 나누는 것보다 지역발전차원에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에 대한 발전기금 추가 출연 요구에 대해서는 충남도도 주민들과 의견을 같이 한다며 "발전기금과 관한 본격 논의는 보상이 70~80% 정도 진행된 다음에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삼성측과의 기금 협상에서 )강하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민들의 갈등만 조장하며 실체도 없이 떠도는 유령기금이라는 풍문과는 달리 삼성출연기금 1000억 원의 실체가 확인된 이상 피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추가 출연 요구 등 대삼성을 향한 조직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지난 3일 개최 예정이었던 국무총리 주재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를 앞두고 삼성중공업 출연기금과 관련해 삼성중공업, 피해대책위원회, 지자체 간 원활한 합의 도출을 위한 중재 등을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24일(당초 17일에서 또 연기 되었다)로 예정되어 있는 특대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