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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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0일 오후 자유선진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이해찬 후보 막말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에 관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도자료에는 "기사 자체의 신뢰도 및 자가당착, 모순점이 있어 이를 명확히 짚고자 한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자유선진당의 보도자료로 촉발된 논란
우선 자유선진당이 문제 삼은 기사를 쓰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9일 오전 '자유선진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명의로 <내편 안든 공무원 협박했다는 이해찬 후보>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됐습니다. 여기에는 "연기군청 고위 공무원에 '지역 이장단 모아 놔라' 거절당하자 고성 막말 논란"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보도자료는 "이 후보가 연기군청을 찾아가 연기군 윤호익 부군수에게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설명할 테니 연기지역 이장단 모임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를 거절하자 막말을 퍼부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막말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국회의원이 되든 안 되든 네 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 '네 자리를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고 했고 "펄펄 뛰고 고함을 질러대 옆 사무실 직원들은 물론 군청을 찾았던 민원인들까지 다 들었을 정도라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경악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곧바로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후보 측과 연기군 부군수를 통해 확인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얘기를 나눈 두 사람만이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 측으로부터는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을 들었지만, 사실 관계를 규명할 연기 부군수는 10여 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할 때마다 '상담 중' '회의 중' '외출 중' 이라는 비서실 직원의 답변이 돌아왔고, 그 때마다 회신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연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소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게 연락해 취재를 요청했고, 김소라 시민기자는 이날 오후 3시경 군청에서 연기 부군수를 직접 만나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소라 기자는 현재 연기 지역에서 발행하는 주간신문 <세종포스트> 기자로 이전에는 수 년동안 이 지역에서 인터넷신문 기자 및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문제의 기사 또한 저와 김소라 기사 공동바이라인으로 보도됐습니다.
기자에 따라 답변 달라진다? 이건 아니지요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은 10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연기군 부군수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하고 있고, (해당 인터뷰 내용은) 시민기자가 근무 중인 언론사에는 기사화되지 않고 오마이뉴스 측에만 게재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기자가 취재원을 인터뷰하면서 어느 매체, 어떤 기사에, 어떻게 사용할 것이라는 사전 고지도 없이 실명까지 기사에 기재한 것은 명백한 목적이 있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연기 부군수를 인터뷰한 시민기자가 어느 매체에 실릴 것인지를 알리지 않은 것은 실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소라 기자에 따르면 오랫동안 연기군청을 취재해 왔고, 부군수에게 <세종 포스트> 기자임을 밝혔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일하고 있는 <세종포스트>는 인터넷 사이트가 없는 종이로 발행되는 주간신문이기 때문에 아직 기사화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때문에 자유선진당이 말하는 '명백한 목적이 있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언론 매체에 따라 진위 여부에 대한 답변이 달라져서는 안 되니까요. 어제 시민기자가 인터뷰해 보도했던 윤 부군수의 답변 내용을 다시 한 번 옮겨보겠습니다.
"이 후보께서 후보등록 이후 두 차례 찾아오셔서 이장단들에게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의 선거 중립에 관련한 얘기를 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민감해 그런 얘기를 할 자리를 소집하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이 후보께서도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께서 모임을 주선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
"이 후보께서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있는데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의'를 요청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한 증거가 드러나게 되면 범법행위이니까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고 제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동의했다. 절대 위협감을 느끼거나 그럴 말한 일은 있지도 않았다. 아마도 밖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공무원들이 큰 소리가 난 것처럼 오해해 말이 확산된 것 같다"
윤 부군수는 이 후보가 군청 측에서 이장단들에게 선거중립을 지키도록 얘기해 달라고 한 것이지, 직접 나서 선거 관련 얘기를 하기 위해 이장단 모임을 주선해 달라고 요구한 일이 없고, 대화 도중 위협감을 느낄 만한 일이 절대 없었다고 밝힌 겁니다.
이를 자유선진당은 10일자 보도자료에서 '이 후보가 연기지역 이장단들을 모아주면 (공무원의 선거중립에 관해) 직접 이야기 하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마이뉴스>가 "이 후보가 이장단 모임 주선을 요청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라고 자의적 해석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에 하나 자유선진당 같은 오독을 낳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사실을 명백하게 전달하지 못한 기자의 실수입니다. 때문에 보도자료를 접한 후 자유선진당 측에 "윤 부군수는 이 후보가 군청 측에서 이장단에게 선거중립에 관한 얘기를 해달라고 한 것이지, 이장단 모임을 주선하면 직접 얘기하겠다고 말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오독을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그런 뜻으로 읽지 않았다'는 자유선진당의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보도자료 오류를 지적했지만 '우리는 그런 뜻으로 읽지 않았으니 정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때 유행했던 말처럼 '나는 그렇게 들었는데...' 식입니다.
현장 있었다던 공무원 "이해찬 후보 온 줄도 몰랐다"
일부 언론(<뉴시스>)은 자유선진당의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인용, <이해찬 파문 '일부언론 왜곡' 의혹>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기사는 '선거일을 하루 앞둔 10일... '왜곡 취재' 의혹으로까지 확산되는 등 파장을 낳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는 언론 매체가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고 취재해 '잘못된 취재'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랍니다.
취재원인 해당 부군수가 자신이 말한 내용이 잘못 보도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닌데도, 기사가 게재될 매체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고 '왜곡 취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왜곡' 아닐까요?
<오마이뉴스>는 10일에도 연기군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혹 있었을지도 모르는 막말 여부를 취재했습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 측이 어제 보도 이후 당일 현장(부군수 비서실)에서 상황을 지켜봤다고 지목한 한 공무원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때문에 이 후보께서 오신 줄도 몰랐다"며 "다른 공무원들에게 (막말이 있었다고) 전해 들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여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탐문 취재를 했지만 연기 부군수의 해명을 뒤집을 어떤 증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작 논란의 열쇠를 쥔 해당 부군수는 '그런 막말이 없었다'고 했는데 '카더라'에 의존한 관련 보도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10일 또다시 연기 부군수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자유선진당과 일부언론에 묻습니다. '카더라'로 시작된 사건의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 핵심 당사자를 인터뷰해 보도한 것이 '왜곡 취재'인지요? 핵심 당사자의 해명을 애써 외면한 카더라 식 보도자료와 베껴쓰기는 바른 취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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