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9일 오후 2시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시민사회가 본 민선5기 전반기 대전시정 평가 토론회장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났습니다.
임연희 <중도일보> 기자가 염홍철 대전시장의 지난 2년 시정에 대해 토론을 하던 도중 들려 온 소리입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토론회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대전지역 10여 개 시민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한 토론회입니다. 대전시정에 대해 그동안 감시와 견제역할을 해 왔던 시민단체들이 각 분야별로 대전시정의 지난 2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습니다.
단체들의 성격으로 보나 토론회의 취지로 보나 어쨌든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전시정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실 '용비어천가' 같은 칭찬만 들으려면 뭐 하러 토론회를 하겠습니까?
'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크게 울려퍼진 한 마디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통'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매우 잘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에서 보기에는 비판을 잘 듣지 않거나 자신과 통하는 그룹하고만 소통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토론에 나선 임 기자도 이런 취지로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객석에서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한 남자가 소리를 쳤습니다.
이 남자는 바로 대전시의 모든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한선희 기획관입니다. 이날 한 기획관은 1부에서 '민선5기 전반기 대전시 약속사업평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마친 뒤 2부 발제와 토론을 듣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한 기획관은 발제자와 토론자의 잇따른 지적에 화가 났던가 봅니다. 임 기자가 "염 시장님이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하고도 소통해야지, 듣고 싶은 사람들과만 소통하면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할 때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한 기획관의 이 한마디로 토론장 분위기는 분위기가 완전히 싸늘해 졌습니다.
재빨리 사회자는 한 기획관에게 "지금은 토론자의 시간이니 나중에 질문해 달라"고 제지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런 자세가 소통을 안 되게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임 기자도 "지금은 제 시간이니 언론의 자유를 허락해 주시지요"라고 말하면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비판'을 쏟아내는 시민단체 사람들이 미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자리는 그런 비판을 서로 나누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더 나은 대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된 '토론회' 자리입니다.
그런데 잘못을 지적했다고 발끈하고 나서고, 더욱이 토론자의 발언 중에 객석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은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참으로 무례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대전시정의 '소통'의 문제를 논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토론자의 발언을 '언어폭력'으로 받아들인다는 한 공직자한 기획관의 무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회자는 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나고 자유토론시간이 되자 한 기획관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한 기획관은 "시민단체의 평가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서로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게 150만 시민 모두의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의견은 다 다를 수 있다, 특히 공식석상에서 공직자로서 듣기 거북한 표현을 쓰면서 비판하는 것도 하나의 '언어폭력'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언어폭력, 그 단어가 나오자 토론회장은 더욱 냉랭해지고 말았습니다. 시정평가 토론회장에서 비판적인 말을 한 토론자의 발언을 '언어폭력'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에 취재기자인 저 조차 기가 막혔습니다.
다시 반론의 기회를 잡은 임 기자는 "저는 이 자리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석했지 대전충남기자협회장 자격이나 저희 회사 편집국장 자격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또 그렇게 이야기 한 적도 없다"면서 "그냥 언론인 한 사람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런데 그런 한 언론인의 의견에 대해 '언어폭력'이라고 말하는 그런 발언이 더 언어폭력이 아닌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염 시장님은 제가 쓴 칼럼에 대해 SNS 쪽지를 통해 '저에게 한번쯤 확인해서 쓰셨다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았다'고 의견을 보냈었다, 단 한 사람의 부정적 의견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못하고 묵살하려는 자세, 그게 바로 '언어폭력'이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미 임 기자의 얼굴은 붉어진 상태였습니다.
'소통'하고자 한 토론회였는데... 안타깝다토론회가 끝나고 한 참석자는 "이런 토론회해서 뭐하느냐"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칭찬과 격려를 통해 더 나은 시정을 이끌어 가는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반대로 비판과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려고 토론회도 하고 공청회도 열고 대화와 소통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시민의 평가와 지적을 자신 또는 조직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절차와 예절을 무시한 채 소리 지르며 항의하는 공직자가 있다면 참으로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직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이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대전시에는 말이죠.
간절히 바라기는 이번 일이 대전시 공무원들에게나 시민단체 회원들에게나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나은 시정으로 '시민이 행복한 대전'이 될 수 있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