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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녀석 덩치 봐. 나중에 아빠보다 훨씬 키가 크겠는걸."

지난 2013년 12월, 늦둥이를 본 K씨는 9개월가량 된 아들이 쑥쑥 크는 게 신기하다. K씨의 늦둥이는 태어날 때 키가 50cm 정도였다. 딱 신생아 평균치다.

하지만 9월 중순 현재 키는 77.5cm이다. 이는 같은 월령 젖먹이들의 평균치보다 5cm 안팎으로 큰 수치다. 현재 K씨 늦둥이 아들의 키는 생후 12개월, 즉 첫 돌이 다 된 아이들과 대략 맞먹는 수준이다.

40대 중반인 K씨의 키는 176cm로 동년배들보다 다소 큰 축에 속한다. 역시 40대인 부인 A씨는 160cm로 대한민국 40대 여성 평균 키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K씨의 늦둥이 아들이 자라 성년이 되면 아빠보다 정말 키가 클 것인가? 정답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키를 재려는 어린 아이
자신의 키를 재려는 어린 아이 ⓒ 픽사베이

최소 18개월은 지나야 예측 가능, 그 이전 키는 무의미

어린아이들의 키에 관심을 갖는 부모는 한둘이 아니다. 얼굴보다도 키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이다.

어린 아이가 성인이 돼 키가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키 가늠도 해볼 만한 '때'가 있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생후 18개월까지의 유아키로 성년이 됐을 때의 신장을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소한 18개월, 좀 더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24개월, 즉 만 두 살은 지나야 성년이 됐을 때의 키를 내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장이 최고치에 도달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키의 변화를 그래프로 그리면, 즉 성장 곡선의 전체적인 모양은 개개인 별로 보통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만 두 살 이후 또래에 비해 키가 큰 아이라면 성년이 돼서도 동년배들보다 키가 클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평균을 훨씬 넘는 키나 혹은 평균에 크게 미달하는 키는, 드물지만 내분비 질환 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질병 여부를 떠나 성인이 됐을 때의 신장을 예측하는 데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성장판 검사 등 과거에 비해 보다 신뢰도가 높은 예상 방법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신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여전히 간단치 않은 일이다.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신장치는 유전뿐만 아니라 환경의 영향 또한 적지 않게 받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변수가 너무 많다. 

물론 단순하게 얘기하면, 부모가 키가 크면 자녀 또한 키가 클 확률이 높다. 하지만 환경의 영향도 결코 유전에 못지않게 크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그렇다.

한국인만 예로 들더라도, 해방 이후 남녀 신장이 평균 10cm 이상 커졌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폭적인 신장 향상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아시아인들에 비해 평균 신장이 대체적으로 컸던 유럽인들 역시 지난 반세기에 걸쳐 신장이 대폭 늘어났다.

생물학자들은 신장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최소 200개는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들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거의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섭생이나 운동 등 후천적인 요인, 즉 환경이 이들 유전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는 거의 알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보통사람들이 손쉽게, 높은 신뢰도로 신장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청소년 연령기에 성장판 상태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성장 여력이 어느 정도이며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신장이 어느 정도인지는 예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병원을 찾는 등 전문가들의 손을 빌려야 가능하다.

점차 정확해지고 있지만, 완벽한 예측은 아직 무리

또 구미 국가의 학자들이 제기한 신장 예측 공식 가운데,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공식도 큰 오차를 허용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아들의 예상 최대 신장은 엄마의 키에 13cm를 더한 뒤 이를 아빠 키와 합하고 둘로 나눠 구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대 오차 범위가 10cm 안팎에 이를 정도로 큰 까닭에 효용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신장 예측과는 별도로 인간의 신장 변화는 제법 확실한 패턴을 갖고 있다. 한 예로 앉은키와 신장의 비율은 태어나면 0.6중반대였다가 2살이 지나면서 0.5후반대로 낮아지고 사춘기 때는 0.5초반까지 떨어진다. 이후 만 18세 정도에 이르면 이 수치는 다시 미미하지만 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앉은키와 신장의 비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바꿔 말해 전체 신장 가운데 하체의 비율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키가 큰 사람일수록 일반적으로 하체가 상대적으로 길다. 기성세대에 비해 신장이 훨씬 큰 요즘 청소년들의 다리가 특히 긴 느낌을 주는 것은, 단순히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또 청소년 키에 키가 가장 많이 큰 해에 측정된 키는 최대 성장치의 대략 92%라는 조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등장한 신장 예측 프로그램 등은 앉은키 비율 등을 충분히 감안한 추정치로서 오차를 다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장과 관련해서 축적된 방대한 통계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전산 프로그램의 개발 등으로 키 예상 '공식'의 오차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누군가가 성인 됐을 때 키를 맞추는 일은,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여전히 신의 영역에 남아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장#예상#앉은 키#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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