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 ⓒ 김형호

[기사 보강 : 27일 오전 12시 40분]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아무개(45·구속 재판 중)씨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을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정보를 건네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선배 경찰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탁씨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이 경찰관은 370억 원대 사기 사건이 10억 원대로 축소 송치된 이유, 다수 동종 전과에도 탁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배경, 그리고 진술 코칭을 비롯한 탁씨에 대한 수사 편의 제공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02호 법정에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출신 장아무개(60) 전 경무관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장 전 경무관은 탁씨로부터 18억 원대의 검경 로비 자금을 받고 탁씨 뒤를 봐주던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구속 재판 중)씨에게 4000만원을 받고 수사 정보 유출 등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장 전 경무관의 옛 부하이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금수대) 팀장으로 재직했던 박아무개(52) 경감이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박 경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직위해제됐다.
  
 서울경찰청 청사
서울경찰청 청사 ⓒ 권우성

이날 박 경감은 "장 전 경무관과 (수사가 진행 중이던 시기)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일상적 대화였을 뿐 사건 관련 대화는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검사가 2022년 9월 23일, 10월 27일, 11월 25일 탁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 및 참고인 조사가 진행되던 날 장 전 경무관과 증인이 수 차례 통화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며 대화 내용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면서도 박 경감은"이 사건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유출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사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하루 전인 25일 같은 법정에서 다른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브로커 성씨를 신문하며 제시했던 통화기록은 제시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성씨 증인신문 때 제시됐던 문서에는 2022년 9월 28~30일, 10월 27일과 11월 16일 박 경감 ↔ 장 전 경무관 ↔ 성씨 ↔ 탁씨 순으로 이어지는 통화 기록이 다수 담겨 있었다. 

검사가 기록을 제시하며 "장 전 경무관이 증인(성씨)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면, 증인이 탁씨에게 알려준 게 맞느냐"고 묻자, 성씨는 "제가 속없는 짓을 많이 했다. 연락이 오면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제가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금수대 팀장 증언 "수사 정보 유출은 있었던 듯... 내가 한 건 아니다"
팀장 - 장 전 경무관 - 성씨 - 탁씨 순 통화기록 25일 법정서 공개

이날 증인신문에선 사건 축소 의혹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박 경감은 송치 금액이 크게 줄어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 질문을 받고 "주요 피해자로 거론된 이가 사망했거나 조사에 불응하면서 결과적으로 송치 금액이 줄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질문에 앞서 검사는 탁씨 코인 투자사기(FTB 코인 판매 사기)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됐던 국가수사본부 서울경찰청 첩보팀 보고서와 탁씨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 등을 제시했다.

첩보팀 서류에는 이 사건 편취(騙取·남을 속여 재물 등을 빼앗음) 금액이 370억 원대로 기재됐으나, 서울청 금수대 수사를 거쳐 2022년 1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될 당시 경찰 서류에는 편취 금액은 11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탁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사건 담당 수사관이던 안 아무개 경장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단 한 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수대 조사 과정에서 피해 금액이 대폭 줄었던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상부에서 수사팀에 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라고 지시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도 했다.

반면 같은 법정에 앞서 지난달 27일 증인으로 나왔던 탁씨는 "브로커 성씨와 성씨의 뒤를 봐준 고위직 경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에 대해 불구속 수사한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증언했다. "저에게 불리하지만 솔직히 증언하겠다"고 강조하면서다.

박 경감은 탁씨에 대한 서울청 금수대의 2차 조사가 진행되던 2022년 9월 30일 조사실에서 수사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 역시 부인했다.
  
 검경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3)씨. 광주지방법원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7억1300만 원의 추징도 선고했다. 성씨 등이 연루된 경찰 인사 비리 등 관련 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검경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3)씨. 광주지방법원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7억1300만 원의 추징도 선고했다. 성씨 등이 연루된 경찰 인사 비리 등 관련 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 독자 제공

검찰은 당시 수사팀장이던 박 경감이 조사실에 있던 담당 수사관을 내보낸 뒤 탁씨에게 사건의 주요 내용과 쟁점, 진술 등 수사 대처 방법 등을 알려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장 전 경무관의 부탁을 받은 박 경감이 수사 정보 유출, 진술 코칭, 사건 축소는 물론 다수 동종 전과와 누범 기간임에도 탁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기본적 시각이다.

반면 박 경감은 당시 수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이날 줄곧 주장했다. 박 경감 자신도 검찰 수사를 거쳐 최근 재판에 넘겨진 것이 이런 증언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 경감은 나아가 "탁씨가 경찰 수사를 받았던 참고인(피해자)과 몰래 연락하면서 금품을 주고 경찰 수사 정보나 향후 수사 방향을 눈치 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그러나 탁씨는 지난달 27일 같은 재판부 심리로 열린 장 전 경무관 공판 증인으로 나서 박 경감 증언과 엇갈리는 증언을 한 바 있다. 

서울청 금수대 수사팀장 박 경감→ 피고인(장 전 경무관)→ 브로커 성씨를 통해 수사 정보가 유출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한 것이다. 

더욱이 박 경감의 이날 증언은 지난 25일 성씨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통화기록 증거, 성씨의 증언과도 배치된다.

재판부는 이날로 검찰 측 증인신문을 마치고 다음 달 9일 오후 4시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을 출석시켜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관련기사]
"경찰 최고위직 참석 '한식집 회동' 후 수사팀 기류 확 바뀌었다"... 로비자금 건넨 탁씨 "370억대 사건이 10억대로 축소" https://omn.kr/27lbx
 
 광주지방검찰청
광주지방검찰청 ⓒ 안현주


   

#브로커#코인투자사기#탁씨#경무관#서울경찰청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