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란 사회적인 관계, 의사소통, 인지 발달의 지연과 이상을 특징으로 하고, 제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모두 지칭한다.(서울아산병원) 보건복지부는 등록 발달장애인이 지속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여 2025년도 활동지원 예산을 2조 5323억 원으로 증액하여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한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살고 싶은 지역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분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공존(共存)」 소속 서포터 심재성(62) 은퇴자다. 그는 일은 힘들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점차 지역사회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기자 말
- 2022년 12월말 부천시 공무원 정년퇴직
- 2023년 5월 사회적협동조합 공존 취업(성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지원)
- 자격‧면허 : 사회복지사 1급(1990년)
- 은퇴 후 소감 한 말씀.
"직장 생활하면서 조그마한 일에 너무나 많이 얽매였던 것 같아요. 나와서 보니까 직장에서의 승진 문제처럼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것들에 매달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가장 중요한 거는 나 자신이 지금 행복하냐이죠. 또 후배들한테 내 주장을 많이 내세운 게 후회되더라고요. 30년 이상의 경험과 지식이 후배들과의 소통을 많이 방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옛날 사람이다 보니까 공무원들이 1순위로 생각하는 게 직장이었어요. 가정은 두 번째로 밀려났죠. 근데 MZ세대 젊은 직원들과 대화해보면 직장도 중요하지만 내 삶도 중요하다고 얘기해요. 제가 퇴직하기 1~2년 전에야 가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가정에 소홀히 했던 거 우리 가족한테 너무 미안했기 때문에 지금은 싹 바꿨어요."
- 지금 하시는 일은 어떤 일인가요?
"이 일은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주간 활동을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발달장애인들은 말 그대로 평생 돌봐야 되고 평생 교육을 받아야 돼요. 활동지원가들이 함께하면서 계속 반복적으로 교육을 하는 거죠. 서비스 예시는 건강 지원, 교육 지원, 지역사회 기술지원, 정서 지원, 일상생활 지원을 계속하는 거예요.
발달장애인 기준이 심한 정도가 되면 지능지수가 70 이하로 거의 한두 살 정도이며, 교육을 안 받거나 집에만 있으면 대소변도 못 가려요. 그런 장애인을 계속 반복적으로 가르쳐서 웬만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장애인 분류에서 발달장애가 저는 심각하다고 봐요.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은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대신 의사전달을 해주는 것이기에 그분들을 포함해야 돼요. 장애인 복지만큼은 개인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그 가족이나 부모들을 도와줘야 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퇴직 후 사회에 나와서 보니까 내가 이렇게 무의미한 존재였나 싶었고 나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누구를 만나더라도 제 자신이 손가락질받는 것 같았어요. 노인요양원은 사회복지사 1급이면 시설장이 될 수 있었지만, 직장 생활하던 지역이라 할 수 없었어요. 서울이나 인천, 김포 같은 다른 지역에 가고 싶었어요. 직장 후배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회적협동조합 '공존'에서 서포터 채용공고한 걸 보고 연락해서 면접을 봤어요. 조합 이사장님이 작년에 정부가 주관하는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 공모에 응모했었다고, 퇴직공무원 2명을 모집하는 거라고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하셨어요. 이거는 후배 직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업이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 일하시는 동안 특별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드문 일이지만 발달장애인이 키도 크고 덩치 큰 장애인도 있기에 간혹 돌발 행동을 하면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해요. 아무리 사회복지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대처하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어느날 장애인들과 함께 어떤 식당에 갔는데 우리 장애인이 음식, 반찬 할 것 없이 막 흩어놨어요. 그걸 제가 치우려고 했더니 식당 주인이 치우러 온 거예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식인 줄 알았나 봐요. 식당 주인이 '괜찮아요. 제가 치울게요. 얼마나 힘드세요?'라고 하시는데 제 마음이 뭉클했어요. 대상자는 나중에 와서 안아줘요. 마음이 싹 풀리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널 지켜줄게' 이런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 이 직종은 어떤 매력(보람)이 있나요?
"처음에는 하루 6시간을 발달장애인과 함께 있다가 집에 오면 녹초가 돼요. 우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점심시간도 없어요. 점심 먹는 것도 도와줘야 하니까 점심 먹을 때가 최고로 힘들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일반 식당에 가요. 처음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요. 6시간 동안 바짝 긴장해요.
처음에 저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복지를 해보니까 행정으로만 복지를 떠들던 제가 너무 미안했어요. 각자 할 일이 따로 있는 거지만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과 입장바꿔서 볼 필요도 있구나 싶었어요.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 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공단에서 매월 활동비로 144만 원 이내로 줘요. 활동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어요. 시간당 3만 원으로 하루에 6시간씩, 일주일에 화, 목요일 두 번 나가요. 한 달에 8번 출근이죠."
- 은퇴 후 두 분 생활비는 얼마나 드나요?
"저도 아내한테 물어봤어요. 한 300만 원 될 것 같대요. 덜 들어갈 때도 있고 경조사가 있는 달에는 더 들어가고 그런 차이가 있기에 평균적인 생활비라고 보면 돼요. 경조사비가 만만치 않아요."
- 이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공무원 재직 10년 이상 경력이 있고, 만 50세 이상 만 65세 이하 남성이면 응시할 수 있어요.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도 줘요.(표 참조) 자원봉사 활동 실적도 가산점 부여로 우대해요. 무엇보다 사명감이 있어야 돼요.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그 정신이 필요한 거죠."
-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 하는 현실 조언?
"저는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탈무드에 나오는 말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똑똑하기보다 친절한 편이 낫다.' 공무원들이 이 격언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법 규정을 따지는 똑똑한 면보다 친절을 베풀었으면 해요. 호주 출신 TV 방송인 샘 해밍턴이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때 한국말을 못 하니까 질문을 많이 했더니 사람들이 '야! 그것도 모르냐? 바보같이'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때 이분이 얘기했던 게 '질문에는 바보 같은 게 없다'고 했어요. 이 두 가지를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진짜 명심해야 할 거예요. 질문하는 사람은 모르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잖아요.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하루에 똑같은 거를 100번도 더 물어봐요. 그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려요. 그때마다 설명하고 또 설명해요. 엄청 힘들고 또 스트레스 많이 받지만, 그것도 복지라는 거죠.
노후 준비, 특히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삼고(三苦)가 있다고 해요. 첫째, 외로움이죠. 둘째, 건강. 셋째는 경제예요. 저는 다른 거는 모르겠지만 경제는 노력하면 되거든요. 본인이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야죠. 젊었을 때 진짜 필수적으로 노후 대책을 세워야 돼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근무하실 계획이신가요?
"공모사업이라 올해 연말에 끝나요. 연말까지 2년이에요. 최초 공모 때는 1년이었는데 1년 더 연장됐어요. 만약에 또 사업이 연장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서 사업을 계속할 수도 있어요. 인원을 많이 채용하지 않는 일인데다 공모사업이라 정부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기에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현재까지 총 48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