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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과 거래했는데 '당했다'?... 그 이유는요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가격 흥정하는 중국

등록 2022.05.26 14:31수정 2022.05.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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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값을 깎다, 한국어와 중국어 사이의 차이는 크다. ⓒ 오마이뉴스

 
한국 '깎다' : '가격을 깎는다', 그러니까 사과 껍질을 깎듯 물건 가격을 살짝 벗겨 내는 일.

중국 '깎다 (따저, 打折)': 따(打)는 '치다'는 의미고 저(折)는 '부러뜨린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가게 주인과 흥정하면서 물건 가격을 강하게 쳐서 부러뜨리는 일.

  
한국과 중국에서 사용하는 '가격을 깎는다'라는 표현 역시 그 어감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일을 두고 '가격을 깎는다'고 한다. 사과 껍질을 깎듯 물건 가격을 살짝 벗겨 내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물건을 많이 깎을 수 없다.

중국에선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일을 '따저(打折)'라고 부른다. '따저'에서 따(打)는 '치다'는 의미고 저(折)는 '부러뜨린다'는 의미다. 가게 주인과 흥정하면서 물건 가격을 강하게 쳐서 부러뜨리는 것이다. 물건 가격을 부러뜨리면 최소 원래 가격의 반 정도는 싸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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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가격을 놓고 겨루는 모습 ⓒ 중국 바이두

 
또 중국에서는 '가격을 깎는다'는 표현을 칸지아(砍价)라고도 한다. 칸(砍)은 어떤 물건을 도끼로 찍는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칸지아(砍价)'는 가격을 도끼로 찍어서 잘라내는 행위다.

'가격을 깎는다'는 한국말과 '가격을 세게 쳐서 부러뜨린다'는 중국말에서 중국인의 흥정 기술을 추측해볼 수 있다. 중국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을 팔 때, 손님이 최소한 반은 깎을 거라 예상하고 최초 가격을 말한다. 손님이 가격을 깎지 않으면 당연히 더 많은 이윤이 남는다.

상품을 구매하는 일 외에도 일상적 계약, 회사 업무, 사업을 위한 계약 등 모든 거래가 위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한국인이 중국인과 경제적이든 비경제적이든 어떤 일을 거래하면서 손해를 봤다면 중국식 흥정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운이 없어서, 혹은 나쁜 중국인을 만나서 당한 게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국식 흥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고, 한국식 흥정 방식으로 거래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당하기 일쑤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 나오는 글귀다. '사람이 착하면 사람에게 속고, 성격이 온순한 말만 사람이 탈 수 있다(人善被人欺馬善被人騎)'. 사람은 성격이 온순한 말만 탈 수 있는 것처럼, 착하고 어진 사람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바가지를 쓴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착하기만(善) 해서는 세상을 살기 어려우니 상대방과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과 흥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사람과 수요하는 사람이 서로 흥정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인터넷 상점에서 물건값 깎기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그리고 '징동'이다. 세 개 인터넷 쇼핑몰 플랫폼 모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직접 메신저를 통해 가격을 흥정하는 메뉴가 있다.

사는 사람이 한꺼번에 상품 개수를 많이 산다거나 상품에 포함된 옵션을 제외하고 사려고 할 때, 파는 사람과 직접 문자로 대화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두 사람이 흥정해 가격을 결정하면, 파는 사람이 바로 플랫폼에서 흥정한 사람에게만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메뉴를 이용해 거래를 마무리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카카오택시에서 택시와 손님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즉시 배차와 우선 호출 상품 출시를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어났다. 즉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저녁 등 택시를 이용하려는 손님이 많아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택시 기사에게 웃돈을 제시해 고객이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카카오택시 프로그램 기능에 넣겠다는 것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밤 늦은 시각에 위험한 도로에 내려가서 택시를 향해 '따블'을 외치기보다는, 카카오택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손님과 택시 기사가 적정한 추가 요금을 상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접근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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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유자동차 디디츄싱 ⓒ 중국 바이두

 
중국에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는 자동차 호출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손님에게 상업용 택시를 이용할지, 아니면 일반인의 공유 승용차를 이용할지 선택해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휴대전화로 자동차 호출 앱에 접속해 영업용 택시나 공유 승용차를 이용하면, 자동차 운전기사와 손님의 실명 정보가 데이터로 기록되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하다. 그리고 GPS와 연결된 '디디추싱' 자동차 호출 앱이 승용차 요금을 산정하기에 바가지요금이 불가능하다.

프로그램 메뉴에는 자동차를 호출할 때 '합승'을 선택하는 기능이 있어서 바쁘지 않은 손님은 요금을 절약할 수도 있다. 손님은 요금을 절약해서 좋고, 기사는 한 번에 여러 사람을 태워 돈을 많이 벌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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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유자동차 디디츄싱 앱 프로그램에서 택시 요금 1.5배를 제안하는 핸드폰 화면 ⓒ 중국 바이두

   
뿐만 아니라 디디추싱에는 '따블' 기능까지 구현돼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려는 손님은 많고 자동차가 부족한 시간에 이 앱을 이용하면, 앱 화면에 '요금을 추가해 택시 기사가 호출에 응하도록 하세요(加價鼓勵司機接單)'라는 메시지가 뜬다. 가령, 현재 인근엔 손님 6명이 차량을 부르고 있는데 대기 자동차는 1대밖에 없는 경우, 자동차 기사가 평소 이용 가격의 10%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추가요금을 내면 바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추가 요금을 내고 지금 차량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더 기다렸다가 평소 가격을 내고 이용하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중국에는 일상생활 곳곳에 흥정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구현돼 있다.

흥정하지 않은 장사꾼
 

어떤 상황에서도 꼭 흥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중국 옛날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한국 전래동화를 하나 살펴보자. <은혜 모르는 호랑이>라는 이야기다. 어느 날 호랑이가 함정에 빠졌다. 지나가던 스님이 이 호랑이를 구해줬는데 호랑이는 은혜도 모르고 스님을 잡아먹으려고 했다. 때마침 여우가 지나갔다. 스님이 여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여우는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으니 본래 있던 상황을 재현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는 다시 함정에 들어갔고 여우는 스님에게 가던 길이나 다시 가라고 권한다.

중국에도 비슷한 옛날 이야기가 있다. 명나라 시대 어느 장사꾼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배가 뒤집혀 물에 빠졌다. 마침 부근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가 배를 몰고 가서 물에 빠진 장사꾼에게 다가갔다.

장사꾼은 어부에게 '나를 구해주면 황금 100냥을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어부는 장사꾼을 물에서 건져냈다. 그런데 육지에 도착한 장사꾼은 어부에게 황금 백 냥 대신 황금 10냥만 주면서 '어부가 하루 일해서 아무리 많이 벌어야 황금 한 냥도 못 번다'며 목숨을 구해준 값으로 이것만 받으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며칠 후 그 장사꾼은 같은 장소에서 배가 뒤집혀 다시 강에 빠졌고, 또 그 어부가 배를 몰아 물에 빠진 장사꾼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난번 그 장사꾼임을 확인한 어부는 장사꾼을 구해주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한국 옛날 이야기는 은혜를 입고도, 은혜에 보답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치려고 하면 결국은 나쁜 일이 생긴다는 교훈을 일러준다. 중국 옛날 이야기는 은혜를 입으면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교훈보다는 사람은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중국 친구에게 물으니 재미있는 답을 한다.
  
"물건값은 꼭 흥정해야 한다!"

이야기 속에는 물에 빠진 장사꾼의 목숨 가격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어부는 장사꾼의 목숨 값이 100냥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장사꾼은 처음에 100냥을 제시했으나 상황이 달라지자 10냥으로 말을 바꾼다. 중국 친구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쉬워했다.

"상황이 변했지. 장사꾼이 자신의 목숨값으로 100냥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게 된 거야. 그렇다면 그는 어부와 대화해서 50냥 정도로 흥정했어야 했어. 그랬다면 서로 만족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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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하는 모습 ⓒ 중국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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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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