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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우리는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를 가슴에 품고 음악을 들었다.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노래 가사를 받아쓰고, 가슴 졸이며 녹음을 하고, 마음에 오래오래 담아 두었다. 요즘은 클릭과 스킵을 하면서 음악을 빠르게 구하고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은 다 쓰면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음악을 쉽게 소비한다. 한때는 소녀였고 지금도 소녀라고 믿고 싶은 우리는 [올드걸의 음악다방]에서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마음 깊숙한 곳에 소장했던 노래를 꺼내 듣고, 누군가는 새로 알게 된 노래를 즐겼으면 좋겠다. - 기자 말

올드걸의 음악다방
 올드걸의 음악다방
ⓒ 반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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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추억의 공통점은 흘러간다는 거다. 이 두 개가 만나서 흐르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보통의 감성을 가진 내게도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있다.

30여 년 전 내 나이 14살, 충남 당진에 살 때였다. 중학생이 되자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친구의 친구까지 모이다 보니 무리는 6명으로 불어났다. 우리가 뭉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휴일에 시외버스를 한 시간 타고 당진보다 조금 더 큰 도시였던 서산으로 신발을 사러 간 것이다.

유명한 메이커 신발을 하나씩 사자는 결의로 입회식 같이 치러진 사건이었다. 모두 다 초행길이었지만, 쉼 없이 재잘거리며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그 날 엄마를 조르고 졸라 타낸 돈으로 내 발에는 날렵한 N사의 빨간색 운동화가 생전 처음으로 신겨졌다.

중간고사가 끝난 날에는, 한 친구가 우리만의 여행을 떠나자고 말했다.

"어디로?"
"부모님이 허락하실까?"
"난 안 될 거야."
"그냥 가자. 재미있을 거야"
"……"


머리를 짜내고 있는 친구들 얼굴에 설렘과 걱정이 오갔다.

며칠 후 화창한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우려와 달리 모든 친구가 터미널에 나타났다. 우리는 비포장도로에서 풀풀 날리는 흙먼지를 뒤로한 채 당진 솔뫼성지에 도착했다.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우리를 반겼고, 기념비는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독 짙푸른 소나무 아래 앉아 먹고, 떠들고, 웃기를 반복하다 누군가 노래를 시작했다. 영어시간에 배운 'Yesterday'부터 시작하여 가요와 팝송을 오가며 아는 노래를 다 부르자, 독창으로 이어졌다. 친구들의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없다. 내가 부른 노래와 어설픈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만 남아있다.

워즈 돈 컴 이지 투 미,
하우 캔 아이 파인더웨이 투 메이큐 씨 아이 러뷰
워즈 돈 컴 이지~


Words don't come easy to me,
This is the on-ly, way for me to say I love you,
Words don't come easy.
……


F. R. David의 'Words' 흐르는 음과 분위기가 좋았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고 아니, 알려고도 안 하고 내 귀에 들리는 대로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그날 이후 이 노래는 한동안 나의 애창곡으로 불렸다. 조만간 솔뫼성지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그곳에 가면 친구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려나.


태그:#올드걸의 음악다방,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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