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며 삭발식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1일의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끝난 그해 겨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하면서 지지율이 올랐다고 믿습니다.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한국에서 파업을 진압한 정부에게 지지를 보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이유였던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민 여론[1]을 물었더니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2022년 12월 6일에서 8일까지 3일간 한국갤럽이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48%로 과반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당정안이었던 시멘트·컨테이너 업종만 3년 더 연장하자는 의견도 26%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아예 없애버린 안전운임제 일몰 반대의견이 74%였던 것입니다.
국민들도 도로위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적정소득 보장을 위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 안전운임제도가 소멸되고 나서 화물노동자의 처우는 급격하게 후퇴합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확대와 화물운송사업 안전 증진을 위한 정책대회에서 안전운임제도 일몰 이후의 생생한 실태가 발표되었습니다.
컨테이너 운송사 20개의 거래명세표를 분석한 결과 컨테이너 운송료는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2023년 9월 이후 급격히 삭감되었습니다. 그 결과 화물노동자의 소득 역시 줄었습니다. 화물연대가 자체 설문조사와 한국교통연구원, 안전운임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이후 화물노동자의 소득이 무려 45% 삭감됐습니다.(2024년 3월 기준) 화물노동자들도 안전운임제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이 30% 이상 삭감되는 노동약자였던 겁니다.
화물산업도 후퇴했습니다. 대기업 화주로부터 일감을 받는 운송사들 중 98%가 안전운임제 이후 운송료가 삭감됐다고 답했고, 95.17%의 운송사들이 저가입찰 경쟁으로 물량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화물산업을 시장에만 맡겨놓으니 영세한 운송사들이 난립하고, 이들의 저가경쟁으로 운송사들과 화물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시장실패가 일어난 겁니다.
안전운임제 시행기간 동안에는 화주와 운수사들이 가격입찰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바닥으로 향한 경쟁이나 불필요한 다단계 구조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안전운임제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와 안전 효과도 있었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안정적인 소득이 확보 가능했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면서 성능과 안전이 보증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여유시간도 증가해 차량 정비 시간도 9%정도 늘었습니다.
안전운임제 폐지와 함께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운송사들은 이윤이 떨어지지만 화물노동자들은 수명이 단축됩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과적은 15%, 과속은 12.8%, 과로는 18.5% 감소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화물연대가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2024년 3월 기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11.1시간 늘어났습니다. 줄어든 소득을 노동시간으로 메우고 있는 겁니다. 이는 도로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2023년 기준 사업용 화물차 사고 건수는 6233건으로 하루 약 17건의 사고와 25.6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무려 1년에 146명이 화물차와의 사고로 사망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틈만 나면 화물연대 총파업을 탄압한 것을 정권의 성과라고 자랑합니다. 그들은 도로 위 화물노동자와 국민이 죽는 것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란 말입니까?
올 겨울 노동자들의 투쟁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