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준
"지리산 휴양림까지 걸어 간다구요? 거기 오르막길이라 힘들어서 못 걸어요. 마천에서 내려서 택시 타고 가면 금방이에요. 택시 타고 가요."
지리산 백무동까지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마천에서 내리는데 버스기사 아저씨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의 목적지는 지리산자연휴양림. 마천에서 7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나는 그 길을 걸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기사아저씨가 정색을 하면서 말리는 것이다.
"7km면 걸어서 두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두 시간… 그 정도면 충분히 가겠지만… 택시 타면 금방이에요. 택시 타세요."
기사아저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택시를 타라고 강조하고, 나는 알았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기사아저씨한테 계속 걷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노란색 택시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지리산 자연휴양림을 예약한 것은 지난 2월 중순. 여러 곳의 휴양림을 다녀봤지만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거나 하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특히 지리산자연휴양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찾아가기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걷고 싶었다.
대중교통 이용해서 지리산자연휴양림 가기 알아보니 교통편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지리산 백무동까지 가는 고속버스가 있었던 것이다. 고속버스는 하루에 여섯 번 운행한다. 마지막 차편은 심야버스로 자정에 출발한다. 무박2일이거나 1박 3일의 여행을 할 작정이라면 편리할 것 같다. 단, 심야할증요금을 받는다.
고속버스 표는 하루 전에 예매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본다. 하지만 신용카드로 예매가 안 되는 건 불편하다. 좌석 자리까지 지정해서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송금을 해야 한단다. 버스터미널까지 가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송금하러 은행에 가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토요일 오전 8시 20분 첫차. 좌석이 없을 것 같아 예매를 했건만 자리는 충분했다. 우등고속버스라 자리가 넓다. 소요예정시간은 3시간 20분. 참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탄다. 버스는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함양까지 쉬지 않고 달려간다.
함양까지는 고속인데 함양을 벗어나서는 완행으로 둔갑한다. 인월에서 한 번 쉬고, 지리산 실상사 앞에서 한 번 쉬고, 마천에서 쉰다. 최종목적지는 지리산 백무동.
함양에서 승객의 대부분이 내려 좌석이 많이 비었다. 백무동까지 가는 승객이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다. 마천에서 내릴 때 기사아저씨는 택시를 타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알았다고, 고맙다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시간은 12시. 3시간 40분 만에 도착했다.
지리산자연휴양림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내일 서울로 돌아가는 차편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버스시간표가 붙어 있는 작은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간이매표소였다.
"내일 서울 가는 버스표 예매해야 하나요?"
나이든 슈퍼의 쥔아저씨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표가 없을 수 있으므로 사야한다고 알려준다. 일정을 얼추 따져보고 일요일 오후 4시 10분 버스표를 예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