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처방약을 받은 복주.
이선민
그간 나 역시 개들의 분리불안을 고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봤다. 오죽하면 용하다는 동물병원을 수소문해 신경안정제까지 처방받아 왔을까.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재미있는 장난감도 간식도 전부 내가 키우는 개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다.
개들이 원하는 건 자신이 속해있는 무리(나와 내 혈육들)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개들의 인지 능력이 두 살 남짓 된 인간 아기와 비슷하다고 하니, 이런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개들도 대체로 나이를 먹으면 점점 안정감을 찾아간다.
인정한다. 주변 반려인들 사이에서도 나는 유난스러운 보호자다.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네가 개를 키워서 망정이지 사람 키웠으면 어쨌을 뻔했냐고 한다. 남의 눈에 별다른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는 개를 키우면서도 TV에 나오는 유명한 수의사를 찾아가는데 사람이 키웠으면 아동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를 골백번 찾아가지 않겠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개를 집에 데려온 후 2년 동안 나는 개들의 사회화(강아지의 사회성을 기르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사람도 그렇지만 개 역시 배우는 때가 따로 있다. 1차는 생후 3주에서 8주 모견과 형제견들과 함께 있을 때고, 2차는 8주에서 16주 퍼피시절이다. 또 그 후 자아가 성립되는 1살까지 개들은 끊임없이 탐구하며 배운다.
물론 이 시기를 지난 개들도 계속 학습한다. 다만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잘못된 행동은 습관이 되기 전에 고쳐야 한다. 어려서 고치면 쉽다. 나이 들어 고치는 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화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개들의 훈련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회화 시기에 있는 개들에게 이 시기가 중요하니, 훨씬 더 집중해서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맥락에서 펫숍으로 유통되는 개들에게는 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어려서 부모·형제와 떨어지면 개들의 언어를 배우기 어렵다. 또 퍼피 시절 진열장에 갇혀 전시되며 배움의 기회를 잃는다. 이 때문에 강남의 한 동물행동 클리닉에서는 이렇게 펫숍에서 온 친구들에게 따로 개들의 언어인 카밍시그널을 가르쳐 주는 클래스를 운영한다.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개는 개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안 그러면 개도 외롭다. 개 역시 끊임없이 타자와 연결되고 소통해야 한다.
개들을 통해 내가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