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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근조화환 없는 오송참사 1주기... "최고의 추모는 진상규명"

[현장] 추모식에 행안부장관·충북지사·청주시장 근조화환도 없어... 야당 등은 국정조사 압박

등록 2024.07.15 21:49수정 2024.07.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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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 김화빈


"최고의 추모는 진상규명입니다." - 최은경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정부와 지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저희가 달고 있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리본의 색깔만 하나씩 늘어갈 겁니다." - 이중훈(오송 참사 유족)씨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를 맞아 이 참사 유족뿐 아니라 세월호·이태원·가습기살균제 등 사회적 참사를 겪은 유족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은 국회의 국정조사 추진을 연거푸 약속했다.

저마다 가슴에 단 녹색 리본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식이 15일 오후 4시 참사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열렸다. 흙탕물이 쉴 새 없이 밀어닥치던 1년 전과 달리, 이날은 뙤약볕이 내리쬐었다. 어두운 옷을 입은 유족들이 하나, 둘 참사 현장에 도착했지만, 희생자를 기리는 합동분향소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명의로 된 근조화환이 없었다.

앞서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은 유조이 방문하지 않은 청주시청 임시청사의 시민분향소에 헌화했고 이날 추모식엔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식엔 유족과 생존자를 비롯해 약 200명이 참석했고 연대발언, 추모시 낭독, 추모 공연, 다른 사회적 참사 유족과의 간담회 등이 이어졌다. 

추모식 참석자들 옷깃에는 충북도청·청주시의 상징색에서 딴 녹색 리본이 붙어 있었다. 녹색 리본은 "참사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지자체를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해) 7월 15일 '지금 가고 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 14명이 있습니다. (마지막 전화를 받고) 울부짖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1년이나 지나지 않았냐고, 잊어버릴 때도 됐다'고 말합니다. 마치 슬픔에도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살아남은 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생존자) 16명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그래도 너는 살지 않았냐'면서 침묵을 강요했습니다. 죽음과 사투를 벌였던 이들에게 관계기관 누구도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피해자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 들을 수 없었습니다." - 선지현(7.15오송참사 기록단)씨


유족들의 오열 "막막한 시간만 흘러"... 국정조사 촉구
 
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추모제 중 유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추모제 중 유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화빈

 
유족들은 '실무자에 그친 검찰의 기소와 더딘 진상규명, 줄어가는 시민들의 관심 속에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이 참사로 기소된 피고인은 기관별로 ▲ 충북경찰청 14명 ▲ 충북도청 7명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5명 ▲ 청주시청 3명 ▲ 금강유역환경청 3명 등 총 42명이다.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최은경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의 생존자가 발생했는데 진상규명은 참사 당일에 멈춰있다. 그저 막막한 시간만 흘렀다"고 운을 뗐다.

최 대표는 "(정치권은 참사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교과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며 "청주시장은 유족에 대한 사과가 (자신의) 형사적 (책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해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충북도지사는 민원을 이유로 지하차도 개통을 앞당기려다가 부실공사로 어렵게 되자 유족 핑계를 대며 개통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 인해 유족들이 민원인들로부터 비난받도록 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유족에게 남은 건 민의의 전당인 국회뿐"이라며 "여야 합의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최고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 김화빈

 
참사로 차에 동승한 친한 형을 잃은 생존자 A씨는 "어제 형에게 가서 (생전에) 좋아하던 양꼬치에 소주 한 잔을 주며 '혼자 살아서 미안하다고,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이렇게 만든 책임자들을 꼭 처벌받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왔다"며 "총선 전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약조했듯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채택해 빠르게 실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참사의 유족들 또한 1주기 추모식을 찾아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이 정부는 정권 안위와 여론 질타를 감추기 위한 조작과 은폐를 (자행했고), 실무자 뒤에 숨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비겁한 책임자들을 방탄했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김수진씨 아버지)은 "세월호 참사 후엔 바뀌어야 한다며 유족과 시민들이 10년을 싸웠다"라며 "그로 인해 국민인식은 바뀌었는데 왜 국가의 무책임만 그대로인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정조사 적극 추진"
 
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추모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추모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화빈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도 추모식을 찾아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은 "(우리 당과 총선 출마자들이) 공약으로 진상규명과 최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드리고 노력해왔지만, 유족분들께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라며 "매우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과 무대책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적극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또한 "지난 봄 생존자 분들께서 '우리는 구조되지 않았다. 참사 현장에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씀을 주셨다"라며 "국민 존엄이라는 기본조차 내팽개치는, 각자도생 (사회를 만드는) 윤석열 정권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국회를 비롯해 광장에서 총의를 모으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지자체 안 바뀌면 리본 상징색만 늘어날 것"  
 
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 김화빈

 
참석자들의 발언 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극락왕생 기원제'가 열렸다. 유족들은 분향소 위로 국화꽃을 올리고, 향을 피우며 눈물을 쏟아냈다. 

추모식 후엔 또다른 사회적 참사 유족들이 둘러 앉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최근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를 이야기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아버지(고 이수영씨)를 잃은 아들 이중훈씨는 "저희 참사를 취재하고 기사로 다뤄주셨던 분(<충북인뉴스> 부국장)의 남편이 안타깝게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로 돌아가셨다. 세월호, 이태원, 오송까지 겪으며 우리가 그토록 재발 방지를 외쳤는데도 막지 못했다"며 "고인의 장례식장에 가서 참사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와 지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면 저희가 달고 있는 이 리본들의 (상징)색깔만 하나씩 늘어갈 것"이라며 "모두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함께 연대해 바꿔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헌화를 기다리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헌화를 기다리고 있다. ⓒ 김화빈

 
a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추모제 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사고 현장인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진행됐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추모제 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화빈

#오송지하차도참사 #1주기 #책임자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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