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에 오락가락 입장, 오영훈 도지사 본심은?

제주도에 막대한 영향 미칠 제2공항 사업, 그 뒤에 벌어질 일들

등록 2024.09.12 10:45수정 2024.09.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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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9월 10일 제주시청 앞에서 진행된 제주제2공항 반대집회 국토교통부가 제주제2공항 사업 기본계획 고시 후 마을주민들과 도민들이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9월 10일 제주시청 앞에서 진행된 제주제2공항 반대집회 국토교통부가 제주제2공항 사업 기본계획 고시 후 마을주민들과 도민들이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 김정도


제주도민들의 반대와 환경적인 문제 등으로 진행이 지연되었던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9월 6일자로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고시가 확정되자 제주도정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고시를 환영하며,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누가 봐도 제2공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미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하여 정무수석에게 기본계획 고시를 요청한 바 있으며 8월 27일에는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본계획 고시 절차 이행을 건의하는 공문을 제주도 차원에서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문을 보낸 날 오영훈지사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의 면담에서 "고시 촉구 자체가 제2공항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2공항에 대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한다.

"제주도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단계로 가져와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 가부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라고 덧붙여 설명했는데 제주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오영훈 지사의 입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a 제2공항 관련 오영훈제주도지사의 발언들 국회의원 시절부터 제주제2공항 관련해서 했던 발언들.

제2공항 관련 오영훈제주도지사의 발언들 국회의원 시절부터 제주제2공항 관련해서 했던 발언들. ⓒ 김순애


오영훈 지사의 이러한 태도가 찬반에 대한 입장이 없기에 관리자로서의 역할만을 맡겠다는 것인지 혹은 찬반이 팽팽히 나뉘는 사안이기에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도정 책임자에 걸맞지 않는 이러한 태도로 오영훈 지사는 이전부터 제2공항 찬반 양측으로부터 '오락가락', '이중적 태도',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찬성 여론 높았던 제주 제2공항 건설, 2020년부터 분위기 바뀌어

2015년 입지가 발표된 이후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의 뜨거운 감자였다. 2013년 처음으로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는 저가항공, 중국 단체 관광 붐 등으로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했다. 2015년에는 관광객 수가 무려 1500만 명에 달하는데 같은 해 제주도의 15배 크기인 하와이의 연간 관광객 수가 100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숫자의 의미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관광객 수의 폭증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 넘쳐나는 쓰레기와 하수 처리 문제, 해양 오염 등 오버투어리즘의 전형적인 현상들이 제주도를 덮치기 시작했다. 제주도민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제2공항에 관한 여론으로 드러났다. 2015년 국토부의 제2공항 입지 발표 당시 71.1%로 압도적이었던 제2공항 찬성 의견은 이후 점점 줄어들고 반대의견과 차이가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2020년부터 반대 여론이 오히려 찬성 여론을 앞서기 시작했다.

a 제주제2공항 제주도민여론 추이 연합뉴스 2021.2.18.자 기사 참조(https://www.yna.co.kr/view/AKR20210218150900056)

제주제2공항 제주도민여론 추이 연합뉴스 2021.2.18.자 기사 참조(https://www.yna.co.kr/view/AKR20210218150900056) ⓒ 김순애


복합적인 정치적 기반의 오영훈 지사


지난 8월 보좌진과 개방형 직위를 개편한 오영훈 지사에 대해 이미 2026년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찬반 어느 한쪽이 앞도적으로 우세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영훈 지사는 정치적 이익을 가늠하며 입장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그의 정치적 기반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오영훈 지사는 복합적인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데 시작은 '서귀포'와 '서귀포고등학교'이다. 교수집단부터 공무원집단까지 제주 모든 집단에서 고등학교 파벌은 큰 힘을 발휘한다. 혈연, 지연, 학연의 영향력이 어느 지역보다 강한 제주도에서 서귀포 남원이라는 출신지와 서귀포고등학교라는 학연은 오영훈 지사가 무시하기 어려운 정치적 기반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서귀포 지역은 제2공항 찬성 입장이 반대보다 우세하다.

그 다음의 정치적 기반은 제주대학교 586세대 과거 운동권 집단이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1968년 생 오영훈지사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제주대학교 학생운동을 이끈 전력이 있으며 많은 지인들이 현재 제주의 시민운동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고 도지사가 되면서 이미 강력한 기득권층이 되었지만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처럼 완전한 변절자가 되는 것은 제주도 정치 지형에서 잃는 것이 더 많다. 현재 제2공항 반대의 중심에 서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는 100개 정도의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그들과 완전히 갈라서는 모습은 제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의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은 제주시을 지역으로 그가 직접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 곳이다. 제주시을 지역 일도2동에서 연속 도의원에 당선되었던 그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치열한 경합 끝에 극적으로 당선되었다. 그에게 재선 금뱃지를 안겨준 곳도 제주시을 지역이다.

반대 여론이 뚜렷한 제주시 갑과 찬성 여론이 뚜렷한 서귀포 지역과 달리 제주시을 지역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나뉘어져 있다. 제2공항이 건설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구좌읍, 조천읍 등이 을지역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a 제주제2공항예정부지 제주의 사진가 김수오가 제주제2공항예정부지를 사진으로 담았다

제주제2공항예정부지 제주의 사진가 김수오가 제주제2공항예정부지를 사진으로 담았다 ⓒ 김수오


제2공항 건설은 7조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 거대한 토건 사업이다. 하지만 제2공항이 들어설 165만 평 규모의 땅은 오름과 숨골과 초지가 밀집되어 있어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빗물을 빨아들여 지하수를 함양하는 숨골 등을 메울 수밖에 없기에 지하수 문제가 불거질 것이며 그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수십여 종의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 파괴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 대대로 터 잡고 살아온 주민들이 순순히 쫓겨나지 않을 것이기에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관광객과 인구가 동시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해서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물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걸 모르지 않는 오영훈 지사는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들썩이고 제주도에 수조원의 돈이 쏟아져 흥청흥청 대는 분위기는 그의 도지사 연임에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제주도의 시간'이라는 이상한 말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보가 정치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지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제주제2공항 #오영훈제주도지사 #민주당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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