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동안 예루살렘 여행하기-3

여행이 뭘까? 술취한 친구의 주정을 들어주면서...

등록 2000.08.16 17:49수정 2000.08.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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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국회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정말 이 곳, 저 곳을 둘러보았다.
특히 인디펜던스 공원에서는 늘어진 개처럼 우리 셋 모두 잔디밭에 누워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돌아다니느라 다리도 아팠고, 이 곳 예루살렘의 하늘은 무언가 더 청명하고 신성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지, 한 30분은 누워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일어나 유니온 대학으로 걸어갔다. 정말 조그만 대학이다. 문이 잠겨져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앞의 벤치에 앉아서 신이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는 동 예루살렘의 올리브 산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올리브 산은 구 시가지의 라이온 문을 나서면 키드론 계곡 너머로 보이는 산이다.
키드론 계곡을 설명하자면, 예루살렘은 모두 4개의 언덕(모리야, 아크라, 베제타, 시온)과 3개의 계곡(히놈, 티로피욤, 키드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키드론 계곡이다.

한참을 걸으니 어제 본 그 교회가 다시 나왔다. 밤에 본 것과는 사뭇 달랐고, 거기서 만난 이스라엘인으로부터 그 교회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되었다.
막달라 마리아 교회(Church of Mary Magdalene)라고 하는 굉장히 유명한 러시아 정교 교회로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찾게 되는 곳이라고 한다. 사진에서는 앞의 삼각형 모양의 지붕만 보이지만, 그 뒤로 황금빛 양파 모양을 한 7개의 둥근 지붕이 있다. 1885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가 17세기의 모스크바 양식을 본 따서 두 명의 마리아를 위하여 세운 건물이라고 한다. 두 명의 마리아 중에서 한 명은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이고, 나머지 한 명의 마리아는 알렉산더 3세의 어머니로 현재 지하 성당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이 밖에 만국민 교회(Church of All Nation), 예수가 울었던 교회(Sanctuary of Dominus Flevit), 주기도문 교회(Church of The Paternoster), 승천 교회(Chapel of Christ's Ascension)등이 올리브 산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막달라 마리아 교회처럼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승천 교회(Chapel of Christ's Ascension)는 '예수가 올리브 산에서 승천하였다'는 신약 성서의 구절을 근거로 하여 4세기에 세워진 건물이다. 건물 내부에 예수가 승천할 때 생긴 발자국 같은 것이 남아있다.


주기도문 교회(Church of The Paternoster)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문을 가르쳤다고 일컬어지는 교회이다.

예수가 울었던 교회(Sanctuary of Dominus Flevit)는 말 그래도 예수님이 올리브 산의 정상에 올라가 예루살렘을 바라보면서 그 붕괴를 예언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했다는 신약 성서 구절에 근거하여 그나마 최근인 1955년에 세워진 교회이다.


만국민 교회(Church of All Nation)는 예수가 이 곳에서 고민을 했다고 하여 일명 '고민의 교회'라고도 불리워진다.

일단 여기까지 걸어다니고, 아침과 점심을 너무 허기지게 먹었나?
우리 셋 모두 배가 고픈 관계로, 저녁식사는 조금 무리를 하기로 했다.
성 안에는 오픈 까페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25 셰켈, 그 당시 환율로 만 원정도 되는 아랍음식을 먹었다.

내가 먹은 것은 케밥(Kebob)이라고 하는 것인데, 양고기, 닭고기, 소고기를 잘게 다져서 소시지정도 크기의 경단으로 만든 것이다. 보통은 꼬챙이에 꽂아서 바베큐식으로 구워 먹지만, 집에서는 후라이팬에 구워서도 먹는다. 처음 먹는 사람은 약간 느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자주 먹으면 케밥이 주는 진짜 맛을 알게된다. 맥주와 케밥을 시켜 먹고, 내일 어떤 곳을 갈지를 의논했다. 일단 시온 언덕쪽을 주욱 둘러보고 내일이 일요일인 만큼, 샤바트라고 문을 닫았던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신은 담배 가게에서 말아 피우는 담배 타이거(Tiger)를 하나 샀다.
보통 젊은이들이 이 마는 담배에 마리화나 이파리를 조금 넣어서 함께 피운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 말아진 담배만 판매하므로, 처음 이 담배를 마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앞쪽은 조금 넓게, 흡입하는 곳은 약간 좁게 말아야 하고, 마지막 마는 순간에는 약간의 침을 묻혀서 종이가 떨어지지 않게 해야한다.

신과 나, 제리는 이 담배가 더 독한 것인지, 순한 것인지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할 토론이 정말 없었다. 흑!!) 나와 제리는 필터가 없기 때문에 마는 담배가 더 독할 것이라고 했고, 신은 보통 담배에 들어있는 것보다 담배잎이 길고 좋은 것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이라고 했다. 아마 그 결과는 신 몸 안의 폐만 알 것이다.

제리는 졸리다며 먼저 호스텔에 들어갔고, 나와 신은, 그래도 예루살렘의 펍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고가야 한다며 파란 네온싸인이 반짝거리는 펍에 들어갔다. 펍에는 이스라엘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의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맥주값은 비쌌고, 안주는 시키지도 못했다. 키부츠 펍에서는 3셰켈(천 원정도)이면 사먹는 500㎖ 오렌지붐 네덜란드산 맥주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우리는 그나마 저렴한 드래프트( 500㎖ 생맥주)를 한 잔씩 마셨다.

여행이 뭘까?
신은 술을 조금 마시자, 자신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차였다는 것이고, 아직 그녀를 사랑하며 잊지 못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정한 여행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신은 그녀와의 아픈 상처를 도려내러 이곳에 온 것일까? 그냥 묻어 두기 위해 온 것일까?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정답이 없는 것.

새로운 곳을 보고 느끼고, 감동하고 배우고, 하지만 다시 찾아와도 언제나 새로운 것, 아직 인생을 논할 만큼 길게 산 것도 아니지만, 여행이라는 것도 결국은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걷고 또 걷고, 가고 또 가지만, 아직 정복하지 못 한 곳이 더 많고,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이 더 많은, 그래서 끊임없이 방황하게 되는 우리.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가 뿜어낸 호흡만큼, 땀만큼,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더 성숙해지고, 사려가 깊어지는 것은 속일 수 없다. 그런 결과로, 한 가지에만 집착해서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지는 않게 되니까. 신에게 '그녀에게서 그만 벗어나'라는 말을 한마디 툭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그 위에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여행자를 인도해주는 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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