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끄트머리 쯤, 한 박자 쉬고 달려야 함직한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물새들이 가끔씩 길을 잃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곳이죠. 사람들은 이곳을 ‘강진’이라고 부릅니다.
도로가 사통오달인지라 비켜가는 차량들로 인해 하루 종일 몸살을 앓습니다. 특히, 땅끝에서부터 꽃잔치를 밀고 올라 갈 때는 온 동네가 콜록콜록 신열을 앓아야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교통 정리하는 경찰관(전경)들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하렵니다. 요즘 사람들은 스물 갓 넘은 교통경찰관을 여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교통법규 위반을 하고서도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기 일쑤입니다.
그 젊은이들이 괜한 운전자를 세워놓고 범칙금을 물리겠습니까. 다 그럴만한 위반을 하였으니까 붙들겠지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괜한 강짜를 부려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상스런 욕설까지 버무린 으름장을 놓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마다 근무지에 서 있는 젊은이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풀썩 주저앉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된다고 생각하니 없던 흥이 생기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마을 교통경찰 젊은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햇살처럼 톡톡 튀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하루 온종일 밖에 서있는 젊은이들에게 가끔씩 초코파이 한 무더기씩 안겨주는 사람이 있는가 봅니다.
누구이건 간에 아무렴 어떻습니까. 나랏일에 충성하면서도 싫은 소리를 됫박으로 듣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코파이 몇 개 던져준다고 저렇게 좋아 할까? 참 단순한 사람들이네?’ 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였답니다. 그런데 그게, 그것이 아니었더라고요.
출출해서 꼬르륵 배앓이 소리가 날 때마다 초코파이를 무더기로 안겨준 사람이, 아 글쎄 읍내에서 제일 높은 경찰서장이었다지 않습니까.
군번으로 따지자면 감히 앞에서 얼굴 쳐다보기가 겁나는 처지가 아닙니까. 그런 높은 사람이 끝이 보이지 않는 졸병들에게 하루하루 초코파이를 나누어주고 다녔다니요.
젊은 교통경찰들의 입가에 함박 웃음꽃이 필만도 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 높은 분이 아침 일찍 맨 먼저 하는 일이 트렁크에 초코파이 채워 넣는 일이랍니다.
이런 얘기를 전해 듣고 참말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지위가 높고 낮건, 나이가 많고 적건, 남자이고 여자이건 간에 베풀 수 있는 사랑만이 서로에게 환하게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해피데이스> 4월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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