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바흐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47

등록 2004.03.15 20:29수정 2004.03.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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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28일 구 동독 지역의 라이프치히에서는 "24시간 동안의 바흐(24hours bach)"라는 제목으로 축제의 마당을 열었다. 1750년 세상을 떠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라이프치히'는 바흐의 말년인 '라이프치히 시대'의 27년 동안의 무대가 되는 도시다. 바흐가 봉직했던 교회가 있는 곳이고, '게반트 하우스'라는 수없는 명연주, 명녹음이 있었던 전통 깊은 극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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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공연 내용 일부를 발췌 기록한 DVD는 <스윙잉 바흐(Swinging Bach)>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공연에 초청된 연주자들은 바비 맥퍼린, 킹스 싱어스, 자끄 루시에, 저먼 브라스,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과 재즈의 연주자들이다.

바비 맥퍼린은 'Don't worry be happy'라는 히트곡 이후,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재즈 보컬리스트이며 21세기의 재즈계의 앞날을 짊어질 사람 중 한 사람으로, 그리고 가장 개성이 뚜렷한 음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연에서 그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G선상의 아리아'를 '스캣(입소리)'으로 협연한다. 예전에 요요마(첼로)와의 연주에서도 좋은 연주를 들려 주었기 때문에 맥퍼린에게는 익숙한 음악이었겠지만, 게반트하우스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눈에는 신기한 사람으로 보이는 듯한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그를 따라 기꺼이 연주하는 모습들은 브라운관을 통해서라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흐의 '아베 마리아'를 관객들에게 부르게 하고 자신은 입 소리로 키보드(올겐 또는 핲시코드) 선율의 반주를 하는 대목에서는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탄성을 일으키게 할 것이다.

열여섯살에 파리의 국립 음악원에 들어가 포레, 생상, 드뷔시 등을 공부했고, 50년대 후반부터 '바흐를 연주하는 재즈 트리오'를 결성했으며, 40년이 넘는 세월을 재즈작곡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 그리고 바흐의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한 자끄 루시에. 그는 그날의 공연에서 6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에너지와 밸런스를 갖춘 연주를 들려준다.


자끄 루시에의 '주제에 의한 변주' 또는 '주제에 의한 즉흥연주'는 일종의 역사적 대물림, 혹은 '바톤 터치'일 것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시대에도 '변주'와 '즉흥연주'는 흔히 있었던 일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의 차남인 필립 에마뉴엘 바흐가 봉직했던 프리드리히 2세의 궁전을 방문했을 때, 왕이 제시한 주제를 바흐는 즉흥변주로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외에도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는 다른 작곡가의 특정한 주제를 변주하거나 요즘의 재즈에서처럼 패러디의 작곡 내용도 간혹 발견된다. 게다가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대표적인 패러디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즉흥 편곡'을 통해서 천재성을 인정받는 대목이 나오는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바흐의 사후에 태어난 첫번째 천재이고 바로크 시대의 습관이 그때에도 남아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재즈가 바로크 시대의 음악과 바흐를 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재즈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즉흥 편곡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흐를 기념하는 축제에 재즈연주자들이 초대되는 것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Swinging Bach'와 같은 공연을 보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간혹 새로운 것을 만들려거든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온고지신', '입고 출신' 등 모두 그것을 의미할 것이다. 재즈에는 바로크와 바흐 등의 온고지신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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