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88

숨겨진 비밀 (6)

등록 2004.11.01 12:50수정 2004.11.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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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들어오는 입구는 오로지 한 곳으로 반드시 좌승지인 유심선자의 집무실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에 마음놓고 대화를 했는데, 만일 누군가가 엿들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

조금 전의 대화는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극비 중의 극비사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걱정 마라. 쥐새끼들은 이미 황천(黃泉: 죽은 뒤에 가는 다른 세상(他界)의 하나. 명계(冥界), 명부(冥府), 저승이라고도 함)으로 갔다.”
“예에?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흐음! 차음신공(遮音神功)이라고 들어보았느냐?”
“차음신공이라면 어떠한 소리라도 차단할 수 있는 수법으로 그것을 연성하려면 적어도 초범입성(超凡入聖)의 경지에는 도달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공자께서…?”

“공자라니? 이런, 아둔한 놈 같으니 삼촌이라 부르라 했잖아? 그나저나 회옥이의 몸은 좀 어떠냐?”

“예? 아, 예. 조금 전에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깨어나는 즉시 내게 알리라 하였거늘…. 귓구멍에 안개가 껴서 내 말을 못 들은 거냐? 아니면 정말 아둔한 거냐?”
“……!”

아무리 삼촌이라 하지만 아직 사실 여부가 확인된 것도 아닌데 일방적인 하대에 이어 면박까지 당하자 장일정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언공자는 이회옥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너는 나가서 시신들을 수습해라.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아야 하니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쯧쯧! 또 소생이란다. 소질이라 하면 어디가 덧난다더냐?”
“……!”


장일정이 나가자 병상에 누운 채 의혹의 눈길만 보내던 이회옥의 입이 비로소 열렸다.

“저어…!”

무언공자는 무슨 뜻인지 짐작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궁금하지? 좋아,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이야기해도 되겠다. 나는 사실….”

무언공자 아니, 이회옥의 막내 외삼촌인 곽인열의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 장차 대완구로 성장할 망아지 한 마리를 맡아 성심성의껏 돌보는 게 일과였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가롭게 망아지를 돌보던 중 뒤통수에 심한 충격을 느끼고는 깊은 혼절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날 저녁,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자 수색을 나섰던 사람들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것이 분명한 망아지의 뼈를 발견하고는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곽연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유해(遺骸)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죽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때는 아직 어린 아이였으므로 호랑이가 뼈까지 먹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 곽인열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아혈(啞穴)에 교묘한 금제(禁制)를 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곽인열은 무공을 몰랐기에 머리에 입은 충격 때문에 말문이 막혀 벙어리가 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굳이 말을 하려 애를 쓰지 않았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말문이 트였다. 철룡화존이 하사한 영단을 복용한 덕분이다.

하지만 섣불리 입을 열지는 않았다. 무림천자성에 머무는 동안 어찌해야 도산검림인 강호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곽인열이 납치 당한 것은 철룡화존의 진짜 아들인 구호광을 대신 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어린 시절, 진짜 구호광은 장백산에 있는 이인(異人)에게 무공을 전수받으라 보내졌다.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르는 십팔호영(十八護影)이 있었다. 그들의 첫째 임무는 구호광의 안위이고, 둘째는 무공연마를 할 때 상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공연마를 하던 구호광은 복부가 갈라져 창자가 쏟아져 나오는 중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오장육부 가운데 하나인 간(肝)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 잘 보살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철룡화존의 편협한 성품상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죽일 것이다. 하여 마음이 다급해진 십팔호영은 당시 천하제일의로 명성이 자자한 북의(北醫) 목재충(穆在忠)을 찾아갔다. 그의 솜씨가 아니라면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본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장백산에서 천의장이 있던 복우산까지는 너무도 먼 거리였다. 그렇기에 그곳에 당도했을 때에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 너무 많은 실혈을 하였기에 설사 대라신선이 온다 하더라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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