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
서귀포 70경, 그 지도 위를 걷다
바다. 햇빛, 공기, 오름,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끝도 없이 흘러내리는 폭포의 아름다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귀포를 두고 사람들은 '복 받은 자들의 터'라고 말한다.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애절한 전설과 선인들의 지혜가 숨어 있는 서귀포. 내가 사는 곳에서 바라보는 서귀포의 하늘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날마다 걷는 것이 길이라지만, 문화와 역사, 자연, 생태학의 보물이 숨은 곳으로 떠나는 길은 늘 새롭기만 하다. 그래서 여행은 다시 깨어나는 작업인지도 모르겠다. 넘치는 부분은 나눔의 지혜를 얻게 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상생의 지혜'로 눈을 뜨게 만들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느껴보는 형형색색의 비경은 화려하지만 그 속에 숨은 인문, 사회의 비밀은 항상 수수께끼다.
2003년 9월 17일 손바닥 지도 하나 덜렁 들고 서귀포로 향하는 내 가슴은 꽁당 꽁당 뛰었다. 집 옆에 있는 공원 한 번 가려 해도 게으름을 피우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게으름뱅이가 그것도 혼자서 서귀포 70경을 기행하겠다니 이 무슨 배짱인가? 더구나 서귀포 70경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아, 70가지 하나하나에 특색이 있는 반면에 힘든 여정이 될 것임은 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