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 엄마, LA 갈비를 굽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입니다

등록 2005.11.04 14:07수정 2005.11.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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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딸아이와 맛있게 먹었던 LA갈비 입니다.

딸아이와 맛있게 먹었던 LA갈비 입니다. ⓒ 이효연

며칠 전 딸아이와 둘이서 LA갈비를 구워 먹었습니다. 어린 아이와 단 둘이서 먹자니 양이 많아 좀 부담스런 감도 있었지만 남편이 한국으로 출장을 간 한 주 동안은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도 비워보자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메뉴를 LA갈비로 선택한 이유는 사실 또 하나 있었는데 바로 출장 간 아빠를 찾으며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죠. 딸아이는 평소에도 제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부엌구경을 하고 요리 만드는 것을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심술을 부리다가도 소리 내어 울다가도 부엌에만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지요. 특히나 갈비 요리같이 보통 때 먹는 반찬보다 손이 좀 더 많이 가는 과정이 필요한 요리를 만들 때면 제법 잔심부름까지 해 가며 한 몫 거들기도 합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지요. 냉동실에서 꺼낸 갈비의 핏물을 빼고 갖은 양념을 다져 간장에 섞어 재우고 하는 과정을 구경하며 어느새 칭얼거리는 것도 잊고 온갖 참견을 하며 돌아다니더군요.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소리 내어 갈비가 익어갈 즈음에는 저도 그 고소하면서 달착지근한 냄새가 좋은지 코를 벌름거리면서 좋아했습니다.

아이의 식성은 아빠를 쏙 빼닮았는지 유난히 고기를 좋아합니다. 이제 겨우 4살이라서 가위로 잘게 썰어 줘야 겨우 먹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수저위에 제 몫으로 올려준 고기는 한 점도 남김없이 오물오물 끝까지 잘 씹어 먹습니다. '아, 고기' 하며 제비 새끼처럼 그 작은 입을 벌릴 때의 얼굴에는 마치 '내가 비록 어리지만 나도 고기맛을 안다구요'라고 써 있는 것 같습니다.

고기도 연했고 양념도 그런대로 잘 배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맛있게 구워서 딸아이와 머리 맞대고 '냠냠, 쩝쩝' 먹다보니 오롯이 갈비뼈에 붙은 힘줄만 남았겠지요. 문득 한국으로 출장 간 남편 생각이 났습니다. 얼마 전, 요즘 속이 헛헛하다며 냉동실에 넣어둔 갈비 있으면 좀 구워 먹자고 했었는데 빨리 먹어 치워야하는 다른 반찬도 있었고 좀 귀찮기도 해서 그냥 대충 대답하고 넘겼었거든요.


이 뼈에 붙은 질긴 힘줄은 제 남편이 특히나 좋아하는 부위입니다. 저는 이도 안 좋은데다가 그렇게 먹고 나면 늘 치실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하는 바람에 사양하지만 남편은, "하하, 고기 맛을 잘 모르는군.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내가 먹어주지"하면서 저와 딸아이가 남긴 것을 먹곤 했으니까요.

'남편이 있었더라면 참 맛있게 먹었을 텐데…'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웃음이 났습니다. 갈비 살코기 먹을 때에는 남편의 '남'자로 생각 못하고 정신없이 먹어 치우고 나서 발라 놓은 힘줄을 보고서야 겨우 남편을 떠올리다니 누가 보면 맘씨 고약한 뺑덕어미라고나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결국 항상 남편의 몫(?)이었던 그것들은 버리고야 말았지만, 남은 갈비뼈를 두고도 한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줄 뻔히 알면서 그냥 버리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살은 다 발라먹은 뼈만을 골라 다시 내밀기도 그렇고 해서 말이죠.


요즘 야채보다 싼 것이 고기고 또 홍콩의 고기 값은 비교적 저렴해서 '누구' 없이 고기 먹었다고 미안해 할 이유는 크게 없지요. 하지만, 어쩐지 갈비며 불고기 같은 요리는 빠진 식구 없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둘러앉아 '뜯어'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란 좀 촌스런 생각 때문인지, 마음 한 구석이 켕기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좀 만들어 주었을 걸 그랬나봅니다.

냉장고 속의 LA갈비는 이미 딸아이와 제 뱃속에 들어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삽겹살이든 불고기든 넉넉히 구워 고기 파티 한 번 해야 할까봅니다.

LA 갈비 양념, 쉽게 만들어 볼까요? 뜯어 먹는 맛이 일품인 LA 갈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양념 공식만 외우고 있으면 편합니다.

재료

LA 갈비 1킬로그램 기준
진간장 4-5큰술
설탕 1.5큰술
꿀 1큰술
청주나 미림 2큰술
양파 1/4토막보다 약간 크개 잘라서 (약 100그램)
슬라이스드 파인애플 1/2개 (혹은 작은 키위 1/4개)
참기름 2큰술
다진마늘 2큰술
다진파 2큰술
후춧가루 1/2작은술
생강가루 (즙) 1/2큰술
깨소금 약간

(저는 너무 단 맛이 싫어서 설탕 분량을 좀 줄인 것입니다. 식성에 따라 간장, 설탕을 조금씩 가감해도 됩니다.)


1.LA 갈비는 쇠톱으로 뼈를 잘게 자르기 때문에 물에 잘 씻어 쇳가루를 없애주어야 해요. 그 후 찬 물에 적어도 2-3시간 담가 핏물을 완전히 빼줍니다.

a 고기의 핏물을 뺄 때에는 물을 넉넉하게 잡아주세요

고기의 핏물을 뺄 때에는 물을 넉넉하게 잡아주세요 ⓒ 이효연

2.물을 자주 갈아주면 핏물이 더 잘 빠집니다. 이 과정을 게을리하면 고기에서 누린내가 심하게 납니다.

a 물을 자주 갈아줘야 핏물이 잘 빠집니다.

물을 자주 갈아줘야 핏물이 잘 빠집니다. ⓒ 이효연

고기에서 핏물을 빼는 동안 양념을 준비합니다.

a 파인애플 대신 키위를 넣어도 고기가 연해집니다,

파인애플 대신 키위를 넣어도 고기가 연해집니다, ⓒ 이효연

3.간장, 맛술, 참기름 등 액체 양념을 섞어둡니다.

a 양념장은 따로 만들어 쓰는 것이 맛이 골고루 스며들어 좋습니다.

양념장은 따로 만들어 쓰는 것이 맛이 골고루 스며들어 좋습니다. ⓒ 이효연

4.파인애플, 양파, 파 등을 넣고 분쇄기에 갈아줍니다.

a 작은 분쇄기나 믹서를 사용하면 무척 편리합니다.

작은 분쇄기나 믹서를 사용하면 무척 편리합니다. ⓒ 이효연

5. 3과 4의 재료를 섞어줍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양념장 색이 약간 흐려진 듯하지만 과일이 갈리면서 생긴 거품 때문이고 시간이 지나면 원래 간장색으로 돌아갑니다.

a 간장양념장과 야채 간 것이 골고루 섞이도록 잘 저어주세요

간장양념장과 야채 간 것이 골고루 섞이도록 잘 저어주세요 ⓒ 이효연

6.핏물을 제거한 고기를 위의 양념장에 잘 버무린 후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서 하룻밤 숙성시킨 후 팬에 구우면 끝입니다.

a 버섯을 곁들이고 쪽파를 잘게 썰어 올리면 더 맛이 좋습니다.

버섯을 곁들이고 쪽파를 잘게 썰어 올리면 더 맛이 좋습니다. ⓒ 이효연

덧붙이는 글 |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혼자 먹는 진수성찬보다는 가족과 나누는 돼지불고기 한 접시가 더 맛있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겠지요. 음식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혼자 먹는 진수성찬보다는 가족과 나누는 돼지불고기 한 접시가 더 맛있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겠지요. 음식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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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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