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과 예산안, 연계처리 않겠다더니...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한나라당, 지역구 사업예산 발목 잡을까?

등록 2006.12.15 08:42수정 2006.12.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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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우)와 김형오 원내대표(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우)와 김형오 원내대표(좌).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제 하루도 남지 않았다. 오늘이 가고 나면 또 한 번 공수표가 발행된다. 새해 예산안을 오늘까지 처리한다고 한 여야 합의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은 일찌감치 넘겨버렸다. 그러려니 했다. 어디 한두 해 나타난 현상인가? 오히려 15일까지 합의 처리한다는 약속이 신선했을 정도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습은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15일 예산안 처리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사학법의 최대 독소조항인 개방형 이사제 등에 대해 무성의로 일관해 왔다, 이런 식이라면 사학법 재개정과 예산안 연계처리를 적극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의 이런 입장은 강재섭 대표의 공언을 뒤집은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 주말 사학법과 예산안을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사실, 꼼꼼하게 따져보면 뒤집은 건 없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사학법과 예산안, 연계처리 않겠다더니...


@BRI@원내사령탑은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다. 그러니까 강재섭 대표의 말은 엄밀하게 볼 때 월권에 해당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단 한 번도 "연계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바 없다.

해명 논리도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의 말에는 단서가 달려있다. "이런 식이라면"이다. 즉 열린우리당이 개방형 이사제 등에 대해 무성의로 일관하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화법이다.


강재섭 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임시국회 개회 첫날인 지난 11일 하루 동안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는 건 "사학법 재개정안을 논의하자는 한나라당 제안에 여당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게 된다.

"열린우리당에 경종을 울렸지만 태도가 요지부동이기 때문에 이젠 어쩔 수 없다."

이제 종합하자. 한나라당은 오매불망 사학법 재개정에 공을 들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접을 이유는 없다.

상황이 간명해졌으니 전망도 명쾌해진다. 도 아니면 모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연계해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시키든가, 열린우리당이 군소 야당의 도움을 받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든가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너무 단순하다. 정치의 '미학'을 폄훼하는 전망이기도 하다. 다른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역구 사업예산 확보도 무시 못해

사학법 못잖게 중요한 요인이 있다. 지역구 사업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지역구 사업예산을 따내야 한다. 다른 해는 몰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내년은 특수한 해다. 대선이 있다. 대선 넉 달 뒤엔 총선이 치러진다. 지역구민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자기 지역구에서 자기 당 후보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총선 공천과정에서 말발을 세울 수 있고, 더 나아가 총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사학법도 중요하지만 생존도 중요하다. 이념 못잖게 실리가 중요하다. 이건 중요한 동인이다.

증좌가 있다. <한겨레>가 전한 소식이다. 지난 13일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국회 638호실의 문이 굳게 잠겼다고 한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공개하던 소위 회의를 이날 갑자기 비공개로 돌렸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한겨레>는 바로 이날이 예산안 삭감 심사가 끝나고 증액 심사가 예정된 날이었다고 전했다.

증액심사는 정부안에 편성되지 않은 예산을 추가하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예산을 끼워넣는 자리다.

가정해 보자. 한나라당이 끝끝내 사학법과 예산안을 연계하고,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군소 야당의 도움을 받아 예산안을 일방 통과시킬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아니 말을 바꾸자. 열린우리당이 일방 통과시키는 예산안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예산이 얼마나 반영될까?

해답은 제시할 수 없다.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증액심사를 했으니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추측할 통로가 하나 있긴 하다. 오늘 오전 10시에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열린다고 한다. 일단 의총 결과를 지켜보는 게 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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