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소문 난무하는 노 대통령 퇴임 후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현실정치 참여 맞지 않다"고 했는데...

등록 2006.12.19 10:01수정 2006.12.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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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노무현 대통령이 그냥 스러지진 않을 모양이다. "정치일선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지만 정치문화나 사회적 요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말만 놓고 보면 문제 될 게 전혀 없다. 거듭 확인하자. 이병완 비서실장은 "정치일선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부연설명 삼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꿈을 꾸는 것이 '농촌복원운동'이라고도 했다.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에 헤비타트운동을 벌인다고 문제 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농촌복원운동'을 하는 데 시비 걸 사람은 없다. 오히려 쇠락해가는 우리 농촌을 생각하면 반길 일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그런데…연기가 솔솔 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문'을 모아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 그리고 한 지인에게 "부산시장에나 출마해 볼까"라고 말했다는 소문 등이다.

역시 의혹 지점은 딱 한 곳. 현실정치 참여다. 이병완 비서실장의 표현으로 바꾸면 '정치일선' 참여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맞지 않다"고 했는데 일부 언론은 "그럴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해석차는 왜 발생하는 걸까?

"현실정치 참여 맞지 않다"고 하는데 왜...


@BRI@언론은 이전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지난 8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 핵심 회원들과 만나 한 얘기다. "정치·언론 문제는 임기 끝나고도 손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재임기간 동안의 경험을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연구도 하고 저술·강연활동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회고록을 쓰거나 특강을 하는 일은 동서양 가리지 않고 퇴임 대통령들이 주로 보이는 행동양식이다.

이쯤 됐으면 정리를 해도 될 것 같다. 색안경 끼고 볼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와 역대 퇴임 대통령의 전례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활동을 할 것이다. 문제 삼을 것도, 시비 걸 것도 아니다.

이렇게 마무리하려니 개운치가 않다.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문화나 사회적 요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궁금하다. '정치일선'과 '정치문화'는 어떻게 다른 걸까?

창이 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당대에 성공한 대통령이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학적 변화'를 거론했다.

무슨 뜻인가? 이병완 비서실장은 번역자이니까 원저자의 말로 돌아가자.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너무 싸움을 많이 한다. 대화와 타협을 이루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정치 실현에 그 답이 있다

a 노무현 대통령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편가르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오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편가르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오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 청와대


종합하자. 대화와 타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고나면 멱살잡이나 하는 우리 정치문화가 문제다. 이제 이런 정치문화를 해소해야 한다. 방법은 '화학적 변화'다. 멱살잡이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어깨동무하는, 그런 물리적 변화가 아니다. '화학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병완 비서실장이 던진 힌트가 있다.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고 소통구조를 투명화 하는 것"이다. 이게 '화학적 변화'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언론과의 관계에 한정해 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와 언론을 동등한 가치로 취급한 점을 고려하면 확대 해석해도 크게 무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이런 얘기는 정치학원론에 해당하는 것이다. 수많은 정치학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읊조린 말이다.

몰라서 못 한 게 아니라 알면서 안 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실천'이다.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소통구조를 투명화하는 것, 그래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일구기 위한 실천 방법이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적이 있다. 대연정 제안이다. 이때도 정치문화를 거론했었다. 최근에도 언급했다.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역주의에 기댄 최악의 정치구도를 문제 삼으며 "연합정치는 한국 정치의 발전과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언젠가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고, 퇴임 후에 이루길 바라는 '정치문화의 화학적 변화'는 '연합정치'의 실현이다.

이 과제는 연구·저술·강연 활동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저 멀리 물러서서 방울을 딸랑딸랑 울려댄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고양이 목에 직접 방울을 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정치권 밖에서 '훈수'를 둘 게 아니라 정치권 안에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점검사항은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려는 '정치문화의 화학적 변화'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서는 이룰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부산시장이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정치적 영향력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연구·강연·저술활동이 '외곽때리기' 효과라도 얻게 된다.

그래서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합신당파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퇴임 후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을 요량이면 이쯤에서 당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상례일텐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레임덕 최소화를 위한 자위권 발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신당파의 움직임에 맞서면서 내세운 명분은 지역주의에 기댄 최악의 정치구도를 깨고 한국 정치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었다.

그럼,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하는 '퇴임 후'의 청사진은 뭘까?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것저것 거론했지만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다르게 말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 말고는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이 말에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윤태영 대변인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지만 "정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자유의지를 아무리 갈고 닦아도 상황요인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몽상이 되고 만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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