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전월세 인상 5% 상한제의 빈틈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왜 민노당의 '아이디어' 빼버렸나

등록 2006.12.20 09:57수정 2006.12.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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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린우리당은 기존 세입자에게 연 5% 이상 전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새로운 세입자에게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열린 부동산 당정협의회에서 김근태 의장이 이미경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열린우리당은 기존 세입자에게 연 5% 이상 전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새로운 세입자에게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열린 부동산 당정협의회에서 김근태 의장이 이미경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세입자에게 연 5% 이상 전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새로운 세입자에게 확대하기로 했다. 전월세를 올리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고안해볼 만한 내용이다. 내년 초에 전월세 대란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는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봄 이사철 수요가 늘 텐데 공급물량은 부족하니 가격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경고였다.

@BRI@전월세 대란이 오면 매매가격도 들썩거리게 된다. 턱없이 오르는 전월세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은행 빚 얻어 내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뛴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다급하다. 내년 봄에 전월세 대란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열린우리당, 전월세 대란 땐 '끝장'

예방조치를 내놔야 한다. 아파트 매매 수요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죄는 방법(금감원은 투기․비투기 지역, 6억 이상 이하 가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소득 수준에 따라 제한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으로 막는다 해도 전월세 가격 상승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전월세 대란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법 개정을 서둘러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어부지리도 얻을 수 있다.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해온 다주택자의 횡포를 제어할 수 있다. 다주택자의 구명 호스를 막음으로써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취지는 좋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열린우리당은 나름대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전월세가격 5% 초과 인상분은 국가가 환수한다고 했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거절할 수 없는 사유를 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이사 올 때,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할 때로 제한했다. 전월세 계약 내용을 읍면동사무소에 신고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월세를 내기 위해 은행에서 빌렸던 돈을 갚는 경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틈이 있게 마련이다. 열린우리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양도세를 강화하자 시장에선 '다운 계약서'가 등장했다. 실제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매가를 기재한 허위 계약서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수평적 관계에서 계약을 맺는 데에도 이런 허위 계약서가 등장하는 판이다. 하물며 집주인은 '갑', 세입자는 '을'이 되는 전월세 계약서가 '변이'를 어떻게 거듭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셋방살이 해 본 사람은 안다. 부족한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전세자금 대출이라도 받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집주인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도장에 선선히 인주를 바르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 세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줄 서 있는데 왜 내가 번거로운 일을 감수하고, 계약내용을 까발려야 하냐고 반문한다.

이게 현실이다.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소득공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정상적인 계약이라도 이뤄지면 진일보하는 것이다.

백신 투입하려다 바이러스 유포로 귀결될 수 있다

a 민주노동당은 미국이나 EU와 같이 주택의 등급과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 검토해 전월세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24일 오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5적 규탄 및 서민주거권리 10대 선언 선포식'

민주노동당은 미국이나 EU와 같이 주택의 등급과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 검토해 전월세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24일 오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5적 규탄 및 서민주거권리 10대 선언 선포식' ⓒ 오마이뉴스 이종호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 그럼 이 문제를 짚자.

현재 전월세 신고제도는 없다. 따라서 5% 한도를 도입하고, 읍면동사무소에서 전월세 신고를 받는다 해도 정부가 당장 나설 여지는 없다. 한도 초과 여부를 잴 기준이 없다. 이사 가는 세입자가 읍면동사무소에 가서 이전 계약서를 들이밀지 않는 이상 정부가 나서서 5% 초과 인상 여부를 따질 기준과 근거는 없다.

집주인이 이를 놓칠 리 없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기간이 몇 년 누적되면 전월세 가격을 크게 올리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듬뿍 올릴 것이다.

자칫하다간 예방조치가 백신 투입이 아니라 바이러스 유포로 귀결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무조건 지지'를 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내년 봄 전월세 대란 예방용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EU와 같이 주택의 등급과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 검토해 전월세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바로 이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빼버렸다. 우리 여론지형에서 도입이 가능하겠느냐고 지레 짐작해 뺐다고 한다.

우려스런 점이 하나 더 있다. 속도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는 데 2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상가 주인은 선제조치에 나서 상가 임대료를 마구 올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이런 전철을 밟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주택 전월세 고삐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꼬리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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