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김근태, '스몰 딜'인가 '빅딜'인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여당 대선지형에 새 바람 분다

등록 2006.12.21 10:00수정 2006.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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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자료사진)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BRI@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대선에 출마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정적인 계기는 MBC와의 인터뷰다. 어제(20일) 방송을 탄 인터뷰에서 정운찬 전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 불참을 언론에 선언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수개월 동안 흔들면 참을 수 있겠냐'는 주변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고도 했고, "정치 참여에 대해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정치를 한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니까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발언 맥락이 이전과 달라진 건 분명하다.

상상해 볼 수 있다. 정운찬 전 총장이 출마하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질까? '장외 블루칩'이 상장 후에도 상종가를 칠 수 있을까? 답안 작성은 뒤로 미루자. 정운찬 전 총장이 실제로 출마한다면 그의 경쟁력을 살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다. 대선 판도다. 정운찬 전 총장의 출마가 대선 지형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정 전 총장 출마하면, 대선지형엔 어떤 변화?


a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해답을 얻으려면 시선을 돌려야 한다. 정운찬 전 총장이 아니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시선을 맞춰야 한다. 그럴 이유가 있다.

김근태 의장은 어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을 거론했다.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장이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불가피한" 인물이라고 했다. 고건 전 총리가 내세운 '가을 햇볕정책'에 대해 "안 맞는 얘기"라고 비판도 했다.


반면 정운찬 전 총장에 대해선 "좋은 사람이고 역량이 있으며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한껏 치켜세우며 "(정치 참여)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 서울의 모 호텔에서 직접 대면한 일도 있다고 한다.

김근태 의장이 태도를 정했다면 그 여파는 길고 넓게 미친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김근태 의장이 정운찬 전 총장의 정치 참여를 종용했다면 그와 동시에 '약속어음'을 발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경선 불출마다.

어찌 보면 이건 당연하다. 아무리 100% 국민 참여방식으로 경선을 치른다 해도 조직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정운찬 전 총장은 여권에 돗자리 펼 땅뙈기 한 평 없다. 단기필마는 고사하고 올라 탈 당나귀 한 마리 없는 정운찬 전 총장에게 김근태 의장이 무턱대고 '결단'을 강요할 리는 없다.

정운찬 전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면 "경선에서 무력하게 패배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다. 바로 김근태 의장의 지원이다.

김근태 의장이 불출마를 작심했다면 그 여파는 정동영 전 의장에게 미친다. 김근태 의장이 백의종군 하는 마당에 정동영 전 의장이 사모관대 걸치고 말을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열린우리당, 더 나아가 참여정부의 비주류였던 김근태 의장마저 백의종군을 하는 마당이다. 하물며 열린우리당 주류의 좌장이었고 참여정부 2인자였던 정동영 전 의장이 버티는 건 겸연쩍은 일이다.

여권 내 유력주자 두 명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으면 오픈 프라이머리는 말 그대로 완전히 오픈 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이 과정에서 이벤트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는 알 수 없지만 '새 바람'이 불 건 분명하다.

고건 전 총리의 앞길은?

a 고건 전 총리

고건 전 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고민에 빠질 사람이 한 명 있다. 고건 전 총리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고건 전 총리의 처지가 묘하게 된다.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의 불출마가 고건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은 단견이다.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근태 의장은 '가을 햇볕정책'을 들어 고건 전 총리를 사실상 '비평화적인' 인물로 규정했다. 결집 대상인 '평화개혁세력'에서 열외 처분을 내린 것이다.

주목할 점은 김근태 의장의 이런 '평가'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점이다.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장을 나란히 놓고 악평과 호평을 나눴다. 왜 그랬을까?

"충분히 자격이 있는 좋은 사람"이 길을 나서는데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불가피한 사람"이 가로 막고 나서면 안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좁게 해석해도 "함께 하는데 논쟁이 불가피한 사람"에 대한 논쟁을 "충분히 자격이 있는 좋은 사람"이 밟을 양탄자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근태 의장의 생각이 이렇다면 고건 전 총리의 앞날은 험난해진다. 특정 세력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도전을 감내해야 한다.

고건 전 총리가 꾀할 수 있는 방안은 정운찬 전 총장을 김근태 의장의 '대리인'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정운찬 전 총장을 '원 오브 뎀'으로 격하시키면서 다른 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희망이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려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당장 이 장애물부터 넘어야 한다. 고건 전 총리는 이미 윤색됐다. 좋게 말해 '비평화적인' 인물, 나쁘게 말해 냉전시대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낡은 인물'로 묘사돼 버렸다. 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일반 국민의 성향으로 볼 때 간단히 내칠 일이 못 된다. 어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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