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고 싶으면 스위치를 눌러라

[리뷰] 야마다 유스케 <스위치를 누를 때>

등록 2010.04.28 13:16수정 2010.04.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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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위치를 누를 때> 겉표지

<스위치를 누를 때> 겉표지 ⓒ 루비박스

▲ <스위치를 누를 때> 겉표지 ⓒ 루비박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약 1만2800여명이 자살을 한다. 하루에 약 35명이 전국 어딘가에서 40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살도 문제다.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중에서 교통사고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자살이다.

 

일본도 자살이 심각한 문제인 모양이다. 일본에서 한 해에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약 3만 명이라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다섯배 가량이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사정이 제각각인 만큼 자살의 원인을 완벽하게 분석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분류할 수는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업무나 학업이 주는 스트레스, 집단따돌림 등.

 

이런 심리적인 요인이 어느 단계 이상되면 사람은 자살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도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래도 어떤 실험을 통해서 나름대로 자료를 만들 수는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실험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서 자살을 줄이려는 일본 정부

 

야마다 유스케의 2005년 작품 <스위치를 누를 때>에서는 청소년의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 잔인한 실험을 한다. 2008년, 일본 정부는 청소년자살억제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전국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아이들을 고강도의 스트레스 환경에 두어서 청소년들의 심층심리를 분석하려는 의도다.

 

무차별적으로 선택된 아이들은 다섯 살이 되면 심장수술을 받는다. 특수한 전자기기를 심장에 부착해서 스위치 하나로 심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수술이다.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열 살이 되면 강제로 부모 곁을 떠나 전국에 퍼져있는 수용소로 보내진다. 아이의 운명은 다섯 살 때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된다.

 

아이들이 수용소에 도착하면 빨간 스위치를 받는다. 언제든지 원할 때 자신의 심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스위치다. 이때부터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수용소 생활을 한다. TV나 오락기구, 전화기도 없는 곳에서 독방 생활을 하며 하루에 특정한 시간에만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을 떠나지도 못하고 부모를 포함한 누구와도 면회하지 못한다. 이곳에서 학교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다. 먹고 자고 자신과 같은 운명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대단한 스트레스 상황이다. 이런 생활을 못견디면 자신의 스위치를 눌러서 자살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정부는 자살자의 원인을 분석해서 통계자료에 추가한다.

 

작품 속에서 일본 정부는 2008년부터 이런 실험을 해왔다. 작품의 시작은 2030년, 그동안 실험이 성공적이었는지 청소년의 자살이 줄어든 상태다. 그래도 실험은 멈춰지지 않는다. 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미나미 요헤이는 어느날 요코하마의 수용소로 발령을 받는다.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소년소녀들

 

그곳에는 7년째 감금생활을 하고 있는 17세의 청소년 네 명이 있다. 원래는 15명이었다. 그런데 2년 동안 11명이 스위치를 눌러서 자살하고 이제 네 명만 남은 것이다. 간단하게 누르는 사람, 울면서 누르는 사람, 미쳐서 누르는 사람 등 다양하다. 고등학교에 다녀야할 청소년들이 수용소에서 또래의 죽음을, 그것도 자살을 보며 생활해온 것이다. 남은 네 명은 언제까지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실험은 대단히 비상식적이다. 아무리 실험결과가 좋아서 자살율을 대폭 줄일 수 있더라도 지구상에 이런 실험이 있다면 전세계 인권단체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인권단체는 둘째치고 국민들의 반발과 시위만으로도 이런 정책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작가 야마다 유스케는 꽤나 극단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죽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자살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국가에서 법으로 제재를 가하기도 쉽지 않다. 죽으려고 독하게 마음을 먹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죽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온갖 연구로 자살의 원인을 분석하더라도,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지않게 만드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스위치를 누를 때>에서 실험이 20년 넘게 지속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 실험은 있어서도 안되지만, 자살은 그런 실험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스위치를 누를 때> 야마다 유스케 지음 / 박현미 옮김. 루비박스 펴냄.

2010.04.28 13:16ⓒ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스위치를 누를 때> 야마다 유스케 지음 / 박현미 옮김. 루비박스 펴냄.

스위치를 누를 때

야마다 유우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루비박스, 2010


#스위치를 누를 때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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