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발견된 백골사체, 그 진상은 무엇일까

[리뷰] 다카무라 가오루 <마크스의 산>

등록 2010.05.10 10:49수정 2010.05.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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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마크스의 산> 겉표지

<마크스의 산> 겉표지 ⓒ 손안의책

▲ <마크스의 산> 겉표지 ⓒ 손안의책

일본 혼슈 중남부 지역에 '미나미알프스'라는 국립공원이 있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준령이 10개나 있는 공원이다. 그 중에서 백미는 해발 3192미터의 기타다케산일 것이다.

 

기타다케산의 정상에 서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후지산이 보인다고 한다. 이 국립공원은 험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공원일 것이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산악지형인 만큼 10월 중순이면 눈이 내리고 눈보라가 치기도 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산악인이라면 눈이 내리더라도 등산을 강행할 것이다. 아니 눈 때문에 더욱 산에 끌릴지도 모르겠다.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해발 3000미터에 도전하는 산악인. 발밑은 눈의 바다, 머리 위로는 눈이 쌓인 바위와 군청색 하늘밖에 없다.

 

산에는 절대적인 냉기가 스며들어 있고, 살아있는 사람이야 말로 외로운 존재다. 속세를 완전히 벗어나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산에서 벌어진 기이한 살인사건

 

이렇게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산속에서도 살인사건이 발생할까.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은 미나미알프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시작은 1976년, 중년의 이와타 고헤이는 미나미알프스 중턱에 있는 인부합숙소에 머물며 일을 하고 있다.

 

매일 밤 한 되 가량의 술을 마시는 이와타는 술도 잠도 덜 깬 새벽에 누군가가 숙소 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는다. 술 때문에 발작적인 신경을 가진 이와타는 문을 열고 옆에 있는 삽으로 문을 노크했던 사람을 쳐서 죽인다.

 

비슷한 시기에 인부합숙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한 부부가 승용차 안에서 동반자살을 한다. 승용차의 배기가스를 내부로 끌어들여서 질식사한 것이다. 부부는 죽었지만 10살 가량의 아들 미즈사와는 구사일생으로 승용차를 빠져나와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산장에 도착한다. 목숨은 건졌지만 심각한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사람을 죽인 이와타는 구속되고 미즈사와는 병원으로 후송된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1989년, 미나미알프스 인부합숙소 부근에서 흙에 파묻혀 있던 백골사체가 발견된다. 살과 근육은 썩어 없어지고 뼈만 남은걸로 봐서 죽어서 묻힌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백골사체를 담당했던 현지의 경찰은 간신히 그 신원을 파악한 후 사망보고서 등을 작성해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사건의 본격적인 시작은 그로부터 3년후인 1992년이다. 사소한 문제로 감옥에 갔던 미즈사와가 자신을 '마크스'라고 부르면서 만기출소하고, 때를 같이해서 연쇄살인이 터지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묻지마 살인'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아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형사들도 여기에 집중한다. 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미즈사와가 출소하고 산에서 사람을 죽인 이와타는 감옥에 있다. 산에서 발견된 백골사체도 있다. 산과 관련된 이런 조각들이 전부 모이면 어떤 퍼즐이 완성되는 걸까?

 

눈바람이 드리워진 어두운 산

 

작가는 산을 중심으로한 작품을 쓰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작품에서 수사를 주도하는 형사 고다 유이치로는 '산이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몇차례 질문을 던진다. 고다도 학생시절 등산을 즐겼다. 산에 오르면 일상의 잡다한 생각은 재미있을 정도로 엷어지고, 대신 일이나 생활이나 말이라는 덮개가 떨어진 자신의 자태가 드러난다.

 

고다는 자신이 왜 그렇게 험하고 과격한 등산을 해왔는지도 생각한다. 온갖 감정과 생활, 일의 문제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자신이 향해야 할 방향을 알지 못한채 모든 걸 두들겨 부수듯이 그저 계속해서 올랐던 것이 산이었다.

 

등산에 대해서 냉소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 등산은 기껏해야 청년들의 노스탤지어와 자폐, 혹은 자연회귀라는 시시한 환상이 집약된 것이다. 폐쇄된 개개인의 적나라하고 비루한 에고(ego)다. 대신에 등산은 경찰조직이라는 복잡하고 이해 안 되는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고다는 조직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서 틈만나면 산에 오른다.

 

어두운 과거에 얽힌 미스터리도 미스터리지만, 수사국 내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해 서로 견제하고 티격태격하는 형사들의 모습도 생생하다.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눈보라를 헤치며 산에 오르는 산악인들처럼 형사들도 조금씩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마크스의 산>은 미스터리와 경찰조직, 산에 관한 이야기가 한데 뒤섞인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마크스의 산> 1, 2.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 정다유 옮김. 손안의책 펴냄.

마크스의 산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손안의책, 2010


#마크스의 산 #미나미알프스 #기타다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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