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에서 헤어진 형제, 그들의 미래는?

[리뷰] 존 하트 <아이언 하우스>

등록 2013.03.11 11:34수정 2013.03.11 11:34
0
원고료로 응원
a <아이언 하우스> 겉표지

<아이언 하우스> 겉표지 ⓒ 랜덤하우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 작가 존 하트는 작품 속에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다운 리버>에서는 가족에게서 달아난 주인공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가족에게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번째 작품인 <라스트 차일드>에서는 유괴당한 여동생을 찾기 위해서 오빠가 직접 길을 나선다. 여동생이 돌아오면 만신창이가 된 가정이 다시 화목해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아무리 흔들리고 망가지더라도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니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이 똘똘 뭉치면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테니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가족으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만큼 상처를 주기 쉬운 존재도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가족도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

존 하트가 2011년에 발표한 네번째 작품 <아이언 하우스>에서도 가족은 소중하게 다루어진다. 주인공이 고아원에서 성장한 청년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주인공 마이클은 어린 시절에 동생 줄리앙과 함께 '아이언 하우스'라고 불리운 고아원에서 성장했다. 고아원 치고는 좀 삭막하게 생각되는 이름이다.


마이클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강인했지만, 줄리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아원은 결코 평화로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줄리앙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다. 형제가 함께 있을 때는 마이클이 줄리앙을 지켜주었지만, 줄리앙이 혼자 있을 때면 그는 아무 이유없이 집단구타를 당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아원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마이클과 줄리앙은 헤어지게 된다. 이로부터 23년 후에 작품은 시작된다. 마이클은 뉴욕의 손꼽히는 폭력조직의 킬러로 성장하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마이클이 본질적으로 잔인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살인을 했으며, 자신이 죽인 사람들 대부분이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마이클은 엘레나라는 여인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손을 씻고 새출발을 다짐한다. 하지만 한번 조직에 속해있던 사람이 그 생활을 청산하기란 쉽지가 않다. 마이클은 보스에게서 조직을 떠나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지만, 그 아래의 조직원들이 그를 그냥 두지 않는다.

마이클은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엘레나와 함께 달아나는 신세가 된다. 조직원들은 마이클의 동생을 죽이겠다고 마이클을 협박한다. 마이클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동생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엘레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작가가 말하는 가족의 의미

범죄소설과 가족은 어쩌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많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하는 자식과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가족이 사라진다면 자신의 존재기반도 없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믿고 의지할 마지막 존재가 가족이기 때문에 이들은 어떤 위험에도 꿋꿋이 맞선다.

<아이언 하우스>의 등장인물들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사람은 "남자라면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나에겐 가족이 있어, 당신에게는 뭐가 있지?"라고 묻는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고아원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이런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들보다 더욱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매일매일 꿈을 꾼다. 자신의 친부모가 자신을 찾아와서 사과의 말을 하며 자신을 따뜻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데려가는 꿈을.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아들은 가장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 내 부모는 누구일까, 내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들은 가족을 꾸린 이후에도 남아있을 것이다. 존 하트의 작품을 읽다보면 범죄보다도 가족에 대한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3


#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