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신성하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면전 돌입 기사를 접하며..

등록 2000.10.13 21:15수정 2000.10.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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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10월 12일, 사복을 입은 이스라엘 병사 3명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도시 라말라에서 이스라엘 차 번호판을 알아본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쫓기자 당황한 나머지 팔레스타인 경찰서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해 이들을 살해했다고 한다. 시위대는 살해된 병사 1명의 시체를 끌고 거리를 행진했으며, CNN방송은 병사들 중 1명이 창 밖으로 내던져져 나무에 부딪쳤다가 땅에 떨어진 뒤 시위대에 뭇매를 맞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스라엘은 12일 헬리콥터를 동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팔레스타인도 이에 맞서 반(反)이스라엘 무장 테러조직 `하마스' 조직원 등을 석방하는 등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2주일째 계속되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 충돌 사태는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이미 중단된 중동평화 협상은 당분간 재개가 어렵게 되었다.

이 보복 공격은 지난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 가장 격렬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공격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지역의 주민 36명이 최소한 부상당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라말라(Ramallah)는 꽤 큰 도시로서, 예루살렘의 약간 북쪽(지도에서는 분홍색으로 마크된 3번에 라말라가 위치)에 위치하고 있으며,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로 20여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라말라는 50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대립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좀 더 자유로운 무역을 하는 곳이다. 카톨릭과 기독교학교가 세워져 있는 이 곳에서 끊임없이 무력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스라엘에는 팔레스타인 자치령 도시가 몇 곳 있는데, 지도의 4번 예리코(Jerico)도 1993년의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구가 되었다. 구약성서시대에는 '종려나무의 마을'이라고 일컬어지던 곳으로 1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예리코는 라말라만큼 시끄러운 곳이라기보다, 해발 -350m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대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이다. 풍부한 물과 온화한 기후덕택에 각종 과일이 재배되고 있는 풍요로운 곳이다.

8세기에 세워진 우마이야 왕조의 궁전터인 히샴 궁전과 신약시대에는 헤롯왕의 겨울궁전이 있었다는 유적지도 있다. 또, 예수가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았다는 유혹의 산, 자바르 카란타르라는 산도 있다.


지도의 분홍색 2번은 너무나도 유명한 골란 고원으로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땅이다. 이 땅을 되찾기 위해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대립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골란고원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마지막 분홍색 1번이 내가 키부츠를 떠나 2개월 정도 한국친구 신디, 아랍친구 솔리만과 함께 자취생활을 한 곳, 키리앗 시모나(Kiryat shmona)이다. 키리앗 시모나는 이스라엘의 북단으로는 가장 큰 도시이다.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평화로운 시기에 여행을 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먼 이국땅에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내가 가난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98년 12월 22일, 레바논의 키리앗 시모나 공격이 있었다. 이 사건은 외신으로 한국에도 보도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훈련을 받던 중, 투하된 폭탄이 레바논의 한 가정집을 파괴, 어머니와 아이들 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이었다. 모든 레바논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그들은 6개의 관을 들고 이스라엘에 보복을 해야 한다며 거리를 시위했다.

바로 그 날 저녁, 라디오와 TV, 길거리에서는 우리나라 민방위훈련 때같은 확성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초보 히브리어를 구사하는 나와 내 친구는 "무슨 일 있나? 혹시나.."하면서..(^^;) 퇴근이 늦어지고 있는 아랍친구 솔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그 아파트의 주민들이 이불과 옷가지, 귀중품을 챙기느라 혼란한 소리가 들려왔고, 아파트 지하의 방공호(Bomb shelter)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업복 차림의 솔리만은 상황과 맞지 않게 느긋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타지에서 죽고싶지 않으면 짐을 싸라고 했다. 그에게 현재의 상황을 듣고, 나와 친구는 겁에 질려 당황해하며 짐을 쌌다.

솔리만은 우리를 방공호로 데려가지 않고, 티베리아, 갈릴리로 데리고 갔다. 그가 둘러댄 이유는 우리들이 외국인이라, 좁은 방공호에서 사람들과 섞여있는 것이 생각보다 불편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솔리만의 아파트에는 아랍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물론, 그의 심성이 착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서 아파트 사람들 모두 그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내심 사람들이 레바논, 아랍, 중동,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아랍인들은 국가를 떠나 모두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리아 사람이지만 어쨌든 아랍인이고, 이스라엘인들과 같이 있어서 불편한 것보다는 갈릴리의 신선한 공기를 들여마시는 것이 나았으리라.

피난을 가는 차안에서 하늘을 바라다보니, 레바논 하늘에서 폭탄이 날아왔고, 펑펑 터지는 소리로 가득했다. 2시간이 지나자, 갈릴리에 도착했고, 더 이상 폭탄이 날라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자, 우리일행은 새벽 3시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도 방공호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간 듯 했다.

뻥! 뻥!
다음 날 아침 7시, 나는 평생 그렇게 큰 소리에 놀라서 눈을 확 떠보기는 처음이었다. 바로 일어나 창문을 보았다. 혹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폭파되지는 않았나. 친구 신디가 저쪽방에서 튀어나왔고, 다시 한 번 겁에 질린 우리들.. 폭탄 소리는 정말 너무나 가깝게 있었다. 죽음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틀동안 헐몬산에서 피난생활을 해야만 했다. 헐몬산 스키장에서 호텔업을 하는 솔리만 친구의 호텔방에서 TV를 보면서 상황을 보고 들었다. 헐몬산까지 간 이유는 레바논에서 폭탄을 쏘아도 시리아 방향으로는 쏘지 않기 때문이었다.(지도의 맨 위, 시리아와 국경을 함께 나누고 있는 산이 바로 헐몬산이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스키장이 있으며, 겨울에 온도가 가장 낮고, 눈이 내리는 곳이다. 가끔가다 그 눈이 예루살렘까지 내려오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도 역시 사람이 죽고, 아파트와 주택이 파괴되고, 길 가던 노인과 어린이들이 폭탄에 맞아 목숨을 잃고... 그런 일들이 키리앗 시모나에 있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나에겐, 폭탄소리, 파괴, 죽음, 피난, 이런 것들이 무섭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생생하고 잊지 못할 그런 것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제일 흔한 것이 군인이다. 총을 소지하고 다니는 군인들이 제일 흔하다. 길가에도, 버스정류장에도, 상가에도, 그리고 키부츠에도, 우리나라처럼 곳곳마다 부대가 있고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 하기 위해 18살에서 22살까지의 어린 남녀들이 무거운 총을 들고 이스라엘 전역을 돌아다닌다.

키부츠에서 만난 군인친구들에게서 진짜 총이냐며 신기한 듯 만져도 보고 설명도 듣고 총을 쏘는 모습까지 흉내내어 보았었다.

그들을 보면, 내 상상계의 조직들이 터진다.
그들의 총소리에 맞추어서 펑, 펑, 펑!
죽음과 삶, 전쟁과 평화....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인간들의 발가벗은 모습!
총을 만진 바로 그 손으로, 그들은 잠자기 전, 성스러운 유대교 경전에 손을 댈 것이다. 신성한 그 땅 이스라엘에서, 죽거나 혹은 신성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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