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반대? 그럼 대안이 뭔가?

아셈민간포럼에서 만난 3명의 외국 NGO

등록 2000.10.20 00:44수정 2000.10.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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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2000 민간포럼이 열리고 있는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NGO들로 북적였다. 그 곳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세계화였다. 그들이 반대한다는 의미의 세계화가 아닌, 그들이 좇고 있다는 세계화가 바로 이런 자유로움이 아닐까? 자신들의 국가와 소속기관을 알리는 책자들을 서로 관심있게 읽어보고 이야기하는 분위기에 이끌려 기자는 서먹한 눈동자의 외국인에게 감히 말을 걸 수 있었다. 다음은 3명의 NGO들과의 인터뷰이다.

* 치우(Chiu Panutampon), 타일랜드에서 온 여자 *

붉은 색 천을 땅에 깔고 조용히 앉아있는 세 여자가 있었다. “타일랜드에서 오셨나요?”

대답은 내 등뒤에서 나왔다. 자신이 통역을 하는 사람이라며 바닥에 철썩 앉아버리는 그녀의 이름은 치우, 45살의 NGO다.

<관련기사> "정의, 평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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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랜드에서 온 여성노동자NGO들 - 왼쪽에서 두 번째가 치우
ⓒ 배을선


- 이번 포럼에 참여하게 된 궁극적인 목적은?


“타일랜드의 여성노동자들이 인권을 착취당하며 일하고 있는 현실을 알리러 왔다. 한국의 여성노동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들도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타일랜드에는 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들이 많고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타일랜드의 노동가들이 좋은 조건과 대우속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알리려 한다.”

-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단지 타일랜드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온 것은 아닐텐데..


“모든 것을 함축한다. 지금도 상황은 어렵다. 하지만 세계화가 되면 어려운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우리가 쟁취하고자 하는 인권의 향상은 꿈처럼 멀어져 갈 것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세계화를 막아야 한다.”

- 하지만, 세계화를 막을 순 없다. 지금도 진행중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씨티은행에 돈을 맡긴다.

“아무도 세계화가 되고 있는 것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위한다면, 세계화는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것이 상업과 기술중심이어서는 안된다. 인간중심이어야 한다. 나도 세계화를 원한다. 타일랜드가 영국처럼, 미국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나라였으면 싶다. 하지만, 지금같은 세계화정신으로는 어림도 없다. 진정한 세계화는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 평화가 정착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인권!! 그것을 위해 이번에 한국에 왔다.”

* 세실(Cecile Alvarez), 필리핀의 아름다움을 말해준 사람 *

그녀는 15명이나 되는 예술가들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예술가? 그들은 장님, 귀머거리에서부터, 팔 한 쪽이 없는 사람, 쓰레기를 줍는 사람, 집이 없는 사람, 길거리의 부랑자들까지 다양했다. 15명 모두 정신적, 육체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나 민간포럼내내, 가장 많은 갈채와 사랑을 받았다. 그들의 퍼포먼스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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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에서 온 세실
ⓒ 배을선


- 아름다운 예술가들이다. 어떤 NGO인지 설명해달라.

“그들의 이름은 ‘Earthsavers Dreams'이다. 지구를 지키는 자들의 꿈, 하지만 여기서 Dreams는 D-Development, R-Rehabilitation, E-Education, (through) A-Arts, M-Media, S-science, 즉, ’예술, 언론, 과학을 통한 발전, 사회복귀와 교육‘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버려진 자들은 결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에게는 재능이 있다. 그런 재능을 알려주고, 학습해주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학원 겸 공연단(Academy & Ensemble)이 ‘Earthsavers Dreams'이다. 그들의 버려진 인권을 학습과 예술로 승화시킨다고나 할까?”

- 한국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시선과 이해가 나날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필리핀은 어떠한가?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는 여전히 차갑다. 그래서 우리의 공연노래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Don't laugh at me!' ’나를 비웃지마‘라는 노래다. 우리가 아무리 장애인이라 한들, 우리에게도 소중한 인권과 삶이 있다. 그런 것들은 비웃는다고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며, 가져간다고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 아셈2000 민간포럼에서 강조하는 ‘세계화반대’에 대한 당신의 대안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부자는 존경받는다. 마찬가지다. ‘부’라는 것, 그것의 영역은 너무나 넓다. 부가 있어야 사람들은 안전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부를 축적하기 전에, 마음의 문을 열고 인간으로서 어떤 것을 축적해야하는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편견을 깨트려야 한다. 끈기를 갖고 세계화에 대립하는 것, 그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것을 알리기 위해 서울에 왔다.”

* 크리스티나(Christina Cruz), 포르투갈의 NGO *

그녀는 가을에 어울리는 자주색 옷을 입고 하얀 웃음을 지어냈다. ‘탐 크루즈와 성이 비슷하네요’라고 시작한 나의 질문은 결국 탐 크루즈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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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에서 온 크리스티나
ⓒ 배을선


- 당신은 왜 세계화에 반대하는가?

“현재의 세상은 기업이 지배한다. 기업은 국가와 긴밀한 관계 속에 서로와 서로에게 이익을 넘겨주기 위해 작은 개인의 인권은 무시한다. 만약 세계화가 되면 덩치가 더 커진 기업과 국가 간의 이익문제, 상업문제, 정치적인 문제만을 다루게 될 것이다. 특히, 소수의 권력자와 부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우선하도록 세계화를 유지하고 지구를 움직일 것이다. 세계화는 인권과 문화, 평화의 연대속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 포르투갈의 현재 경제상황은 어떠한가?

“유럽국가들이 유로머니 때문에 국가간 밸런스를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 덕에 좋아진 점도 있지만, 아직 많이 어렵다. 포르투갈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수가 3만가구에 이른다. 만약 아셈 때문에 아시아국가들도 이렇게 밸런스를 맞추어야 한다면, 가난한 나라는 더욱 가난하게 될 것이다.”

- 반세계화를 위해 한국NGO들이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하는가?

“내가 일하고 있는 NGO도 많은 역사를 거쳐왔다. 한국은 그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활동을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다. 무엇보다 많은 NGO를 구성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거리로 나가 소리치고 시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식과 교육을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 후에 대안을 잘 만들어 국민들, NGO들의 목소리를 정부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정말 미션 임파서블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까지 25년이 걸렸다. 그 동안 우리가 주력했던 것은 국민들에 대한 끊임없는 계몽과 인식의 전환, 교육이었다. 대안이란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만 받는다면, 그것이 바로 대안이다. 어쩌면, 그것 또한 미션 임파서블일지도 모르지만....”

기자가 만난 NGO들 대부분이 폭력시위를 원하지 않았다. NGO의 메시지를 평화롭게 전달하는 것, 그들의 대안이 폭력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부담스럽고 무거운 의미가 아닌, 끊임없는 교육과 NGO의 성장, 누구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하지만 세계화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미션 임파서블로 만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노을이 지는 건국대 교정을 빠져나오는 순간, 등에서 땀 한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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