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값은 오르는데 장애인 할인 카드는 언제나?

336원일 때 발표...435원인데도 소식 없어

등록 2000.12.07 21:47수정 2000.12.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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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1급, 나는 5급 장애인으로 LPG 겸용 자가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집권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9월 7일 장애인에 대해서 LPG할인 카드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것은 LPG 값 인상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대책이었다.


그런데 당정협의에서 결정된 장애인 LPG카드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발표 무렵 1리터에 336원이던 LPG 값은 374원, 400원을 거쳐 12월 1일부터는 435원으로 올랐다.

제 발로 버스, 지하철, 택시 같은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에게 자가용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휠체어 탄 장애인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은 꿈도 못꾼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자니 아무리 기다려도 휠체어 탄 장애인 앞에 택시를 세우고 태워주는 일은 아주 드물다. 그러니 장애인에게는 자가용이 발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도 이것을 알기 때문에 장애인에게는 연료비가 싼 LPG 차를 구입하거나 개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차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LPG 차는 연비가 휘발유 차에 비해 3분의 2 정도로 높다. 그러니 만약 LPG 값이 휘발유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 된다면 (800원 정도) 한 달 연료비는 같이 드는 셈이다. 게다가 휘발유 차보다 힘도
적고 승차감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LPG 차를 몰고 다닌 것은 오직 값이 싸다는 이유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정부 방침이 LPG 값을 2년 만에 휘발유 값의 3분의 2정도까지 올리기로 하니 장애인들이 분노했던 것이다.

처음에 정부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중 1, 2, 3급 중증장애인만 받을 수 있는 장애 수당을 올려 준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것이 현실에 전혀 맞지 않다는 장애인들 주장을 받아들여 장애인 LPG 할인 카드를 발급해 준다고 방침을 바꾼 것이었다.


이것은 LPG 충전소에서는 할인 카드를 보여주는 장애인에게 오르기 전 값만 받고 나머지 차액은 정부에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LPG 값은 벌써 세 번에 걸쳐 99원이 올랐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오늘 낮에는 군청 장애인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신문에는 뭐라고 났던지 자기들에게는 공문이 내려오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고 한다. 새로 법을 만들거나 고쳐야 할 일이면 국회의원들이 조금만 성의를 보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것은 국회에 갈 필요도 없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행령과 산업자원부 장관 시행령을 고침으로써 충분히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

산업자원부 홈페이지 여론마당에 실린 글을 읽어보니 내년 6월 중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LPG 값이 더 오르기를 기다려서 할인카드를 지급하려 한다면 장애인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다른 일이 바빠서 처리하지 않았다면 더욱 더 큰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을 외면하고 펼치는 말뿐인 복지 행정의 현주소가 아닌가.

정부에서는 빨리 장애인 LPG 할인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값은 당정협의 발표 때 값인 리터에 336원이어야 한다. 장애인들은 정부가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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