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긴 '의문의 죽음'수사...하지만

'미군무원 박춘희씨 의문사' 진상규명 헛돌아

등록 2001.01.09 09:47수정 2001.01.10 00:18
0
원고료로 응원
지난해 8월 미국 출장길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박춘희(여. 당시 36세) 씨에 대한 미국 경찰당국의 수사가 해를 넘기고 있지만 현지 경찰은 수사결과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현지 경찰의 수사가 박씨의 자살에 대한 정황증거를 확보하는 쪽으로 기울자 박씨의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 미국 출장길 의문의 죽음...

미육군 제20지원단 사령부(대구시 남구 이천동 캠프헨리)소속 복지지원센터 예산편성담당관이었던 박씨가 미국 출장길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은 지난해 8월 5일의 일.

당시 미국 국방부 초청으로 업무출장을 나섰던 박씨는 미국에 도착한 후 1시간여가 지난 밤 9시경(미국 현지시각) 버지니아 주 495번 고속도로 상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현지 경찰은 박씨가 숙소인 호텔을 향해 타고 가던 공항 리무진택시의 운전기사가 증언한 "박씨가 달리는 차량에서 갑자기 뛰어내렸다"는 내용만을 토대로 박씨의 '자살'로 추정했다.

또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는 "신원미상의 동양여인이 차에서 뛰어내린 자살"로 보도, 이 사건이 박씨의 자살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나흘 후인 9일, 현지에 도착한 박씨의 남편 남학호(42. 화가) 씨와 유족들이 박씨가 자살할 만한 이유가 없고, 부검결과를 토대로 타살의혹을 제기하며 경찰과 언론사에 항의하자 경찰당국은 자살 결론을 번복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미 경찰당국은 재수사에 착수한 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결과에 대한 아무런 언급을 않고, 유족들에게 타살의혹을 해소시킬 만한 뚜렷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피해자인 박씨의 남편인 남씨와 유족들이 미 경찰당국에게서 건네받은 자료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8월 7일)에 시행된 시신 부검에 대한 '보고서'만이 전부.


오히려 최근 미 경찰당국은 미군범죄수사대(CID)를 통해 남씨와 박씨의 옛 동료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자살에 대한 증거확보에 더욱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지 경찰이 박씨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 지으려 한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지난 8일, 미군범죄수사대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남씨는 "재수사를 하고 있는 미국 경찰이 '자살'이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을 뿐 아내의 죽음을 자의적인 행위로 결론 짓기 위한 정황 증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남씨가 밝힌 이날 조사 내용엔 '박씨는 평소 어떤 성격의 사람이었나', '박씨의 행동적 감정적 변화를 본 일이 있는가', '박씨가 평소에 더 못 견디겠다, 죽는 게 낫겠다 등의 말을 한 적이 있는가' 등 박씨의 개인적인 성향을 묻는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는 이번 재수사가 "결국 타살의혹에 대한 해소보다는 죽은 박씨가 평소 '자살충동을 느끼지 않았는지', '성격적 장애가 없는지' 등을 물으면서 자살로 결론 짓겠다는 수사가 아니냐"고 주장하고 "자살 결론을 번복하고 타살 의혹을 수사하던 현지 경찰이 지금 시점에 와서 다시 개인의 성격 등을 문제삼으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박춘희씨 사건 관련사이트: http://www.humusa.ce.r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