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전통무용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내가 현대무용을 관람하게 되었다. 전통무용을 볼 때와는 다르게 그렇게 끌리지 않는 내 마음이 전통무용이 더 깊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통무용으로 살풀이, 소고춤, 날뫼북춤…을 관람할 때는 부단히 앞좌석에 앉으려고 노력했는데...
현대무용의 확립에 큰 힘이 되었던 이사도라 던컨은 당시 무용수들에게 기교의 세계에서 정신의 세계로의 각성을 시켜주었다고 한다. 무용에 있어서 정신적인 면 즉, 감정의 표현을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무용의 특징인데 마스크댄스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없이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전통무용과 달랐다. 살풀이를 예로 든다면 한복을 입은 여인이 조용하고 천천히 긴 치맛자락 아래에 숨겨진 버선의 곡선, 그 곡선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치마를 약간 걷어올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애잔하고도 슬픈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한을 표현하는데 그렇게 조용히 나타내는 것이다. 아마 전통적인 관습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마스크 댄스 무용수들은 노출이 많고 얇은 의상을 입으며 다리 근육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었다.
마스크 댄스는 동작이 역동적이며 빠르고 컸다. 공간을 많이 사용한다. 사회적 관습 같은 것은 아예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만의 개성이 격렬하게 정열적으로 에너지를 내뿜으면 되는 것이다. 마치 날뫼북춤에서의 신명과 흡사했다.
충격적이고 창조적인 동작을 계속적으로 보여준다. 살풀이에서 손끝이나 발끝으로 곡선을 그리는 것이 주가 되는 반면 마스크 댄스에서는 머리를 많이 흔들고 손, 다리(허벅지), 허리 등 몸의 구석구석을 다 사용하며 동작이 쫙쫙 뻗는다.
마스크 댄스 무용수들은 무표정이었으며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스크댄스는 한사람을 들어올리는 것, 다른 사람의 몸을 한바퀴 도는 것 등 자신의 신체만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필요하면 다른 사람의 신체도 이용했다. 음악에 있어서는 바이올린, 장구, 꽹과리, 북, 건반, 사람의 목소리 등 동서양악기를 함께 사용하며 훨씬 자유롭고 독특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마스크댄스는 나를 놀라게 했다.
인간의 신체로도 감정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는 것 또한….
물론 무용수들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이해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무언가 전하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후에 팸플릿을 보니, 이해 할 수 있었다.
난 서양무용이라면 흔히 발레를 떠올렸다. 발레를 보면 너무 예쁘다. 의상과 무대배경, 그리고 신체의 아름다움이 눈을 즐겁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뫼북춤이나 소고춤, 살풀이를 보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민중이나 여인들의 애환을 풀어주고 그것에 공감하며 자신까지도 정화되는 것 말이다.
평소 난 민중의 설움을 관객들과 서로 호응하여 풀어주는 우리나라 춤이 발레보다 훨씬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춤이 가장 훌륭한 줄 알았으며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마스크 댄스와 이사도라 던컨의 일화(우연히 '좋은생각'에서 이사도라 던컨의 일화를 보았다)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무지의 깨달음과 함께…….
예술은 그것 자체가 의미 있으며 평가할 수 없다는 것.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친 맘으로 잘 알지도 못한 채 미리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는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바라 봐야 제대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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