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종, 아직도 자라는 거목

대통령선거 둘러싼 살인과 음모 다루는 '더러운 게임' 집필중

등록 2001.04.05 20:50수정 2001.04.0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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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61).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추리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 문단에 '경부선 특급살인사건' 등 40편에 달하는 추리소설을 선보이며 문단에 추리문학의 뿌리를 깊게 내렸던 사람이니 말이다.

그를 사람들은 '거목'이라는 말에 비유한다. 깊게 내린 뿌리, 넓게 드리운 그림자, 포근함 등 거목이 불특정의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이 하나 하나마다 각각의 다른 의미와 사연을 담고 있듯 그가 그어 놓은 궤적을 쫓다보면 거목의 그것과 꼭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때는 창녀가 되고(어느 창녀의 죽음 1977),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에서는 여옥과 대치의 가슴아픈 사랑(여명의 눈동자 1981)으로, 달리는 기차와 국제 무대를 누빌 땐 반전에 반전을 더한 탐정가로, 4편의 창작집·10편의 장편 대하소설·39편의 추리소설을 통해 거목은 세상을 사는 갖가지 방식을 독자에게 전달했다.

그런 그가 독자와의 만남을 다른 시각으로 반전, 직접 만남을 꾀한 것은 지난 92년. 그는 사재 20억원을 들여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3만권의 장서를 갖춘 '추리문학관'을 설립했다.

"영국 방문 때 '셜록홈즈 박물관'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추리문학이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목도 세월의 풍랑을 비껴 가지는 못했나 보다. 그도 자연인이어서 백발이 성성하고 그가 문단에 남긴 발자취 마냥 주름의 깊이도 생겼다. 그러나 그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 세월의 무게는 오간 데 없어 보인다. 여기저기 단체에 관련된 일도 맡고 있고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살인과 음모를 다룬 '더러운 게임'이라는 추리소설도 집필 중이다.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해운대 바닷가. 파도의 출렁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추리문학관 2층의 볕 좋은 창가. 그곳에서 거목은 아직도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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