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바닷길 걷기 세째날!

갯벌이 극락일세그려!

등록 2001.05.16 15:56수정 2001.05.16 21:29
0
원고료로 응원
깊은 밤까지 소란하던 어은리 밤은 짧은 잠으로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침 7시!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 마을에 홍보지(생명평화연대신문과 걷기 홍보물)를 마을에 나눠주는 사람, 지원차를 운반하는 사람 등, 분주하게 세째날 걷기 아침을 준비하였습니다.

어제 너무도 좋은 노래를 들려주셨던 김정식 님이 오영숙, 정윤희 수녀님과 함께 오셨고, 군산에서도 군산대 학생들과 군산시민단체에서도 걷기참가자가 마저 도착하자, 둘째날 걷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옥구염전을 낀 긴 둑방길을 따라 걸어가자니, 왼쪽으로는 드넓은 옥구염전이요, 오른쪽으로는 둑방아래로 바다인지 강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어느쪽을 봐도 시야가 탁 트인게 거침이 없습니다.

"아니 이사람들이 새만금을 막아야지 왜 반대하고 다녀? 새만금이 되믄 전라북도가 발전한 다지 아녀?"
"여기도 개발되서 길도 나고 살기가 나아져야제...."
새만금사업으로 개발이 되면 행여 보상이라도 탈 수 있을까해서일까요? 아니면, 전북방송을 열렬히 시청하다보니 새만금사업이 전라북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세뇌당해서일까요? 옥구염전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에게서 전라북도의 현상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염정우 씨가 어민이라며 새만금을 하면 어민이 죽게된다해도 아예 들어볼 생각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새벽이와 푸른이가 아직 대열에 끼지 않아서인지 점심을 먹기로 한 월연리 오봉마을에 예정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여 둑방길을 따라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하였습니다. 보기에는 별로 길지 않은 둑방이었는데 막상 걸어보니 어제부터 걸어온 피곤 때문인지 둑방 중간쯤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전생에 스님이었대요....."
김정식 님이 한참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니, 옆에 앉아 쉬시던 뽈리나 수녀님이 "음, 그 얘기를 들어보니 바로 이세상이 극락임이 확실하네요"하셨습니다. 이에 박정운 님이 "맞아요, 바로 이 갯벌이 극락이네요! 우주 어느 곳에 이렇게 생명체들이 살기좋은 곳이 있겠어요"

신기포마을, 개울물다리에서 컵라면과 아침에 준비해온 볶음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우리 깃발을 보시고는 여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기업인과 정치인이 한통속이 되어가지고 나라를 속여먹는 그런 미친짓거리(새만금간척사업)는 절대로 하면 안돼! 안돼고 말고...."
지나가던 또 다른 아저씨는 "내가 계화도간척공사를 할 때 농업기반공사에 있었는데....전라북도는 새만금사업을 하면 다 죽어요. " 또 다른 분은 "나라에서 찬성서명을 어떻게 받아냈는지 아슈? 동네 이장을 들쑤셔 이장이 갖고 있는 주민들 도장으로 다 서명해간 것이랑게..."


" 저 둑방길로 가지 말고 사람이 다니는 신작로로 가쇼."
우리는 마을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신작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문규현 신부님과 석일웅 수사님 그리고 새벽이와 푸른이, 정명숙 님이 같이 도착을 하셨습니다.
"푸른아" "언니" "아빠"
"스님" "오 새벽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인사를 하고 넓직한 아스팔트길을 걷고 걷고 또 걸어갔습니다.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한 길보다 딱딱한 아스팔트 길은 걷는 사람을 무척이나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문규현 신부님은 걸으시고 대신 신부님차를 김정식 님이 운전을 하며 우리를 따라 오셨습니다.

한시간남짓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뾰족한 탑이 우뚝솟은 교회앞 작은 정자에서 잠시 쉬어 갔습니다. 문규현 신부님이 대야에서 사서 물에 씻어오신 방울토마토를 가지고 오는데 밑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땅으로 몇 개가 떨어졌습니다. 다들 지쳐 주울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 김정식 님이 나중에 오시다가 허리를 굽혀 두 손 가득 주워 동네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한참만에 돌아오신 김정식 님의 손에는 방울토마토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물어보니 할머니를 씻으러 갔다가 그 집 할머님께 드렸다고 합니다.
"아 글씨, 안가져와도 되는디 왜 가져왔어?"
"아 예, 할머니 이거 드세요"
"안가져와도 되는디.... 근디 당신들은 새만금을 하자는 것이여? 하지 말자는 것이여?"
"새만금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반대를 하려면 진즉에 시작할 때 못하게 했어야지 인제와서 그런데?"
"할매, 전두환이나 노태우 때는 반대하면 잡아갔었잖어유. 지금이야 김대중 대통령이니까...."
"그믄 지금은 반대혀도 안 잡아가?"
"그럼요"
"그믄 나도 반대해야겄네..."
"하하하....."

다리를 건너니 이제는 군산이 아니라 김제입니다. 군산과 김제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자니 다리 아래에서 배 한척에 3분의 어민들이 숭어그물을 거두고 계셨습니다. 김제 청하, 걷기 세째날의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 연합뉴스에서 기자분이 기다리고 있다가 갯벌 걷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하셔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 걷는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주용기 님이 숙소와 어민간담회 섭외를 맡았는데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니 이틀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 하였습니다.

드디어 숙소가 김제청하경로당으로 정해졌습니다. 권오근 이장님이 오셔서 여러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사정상 어촌계어민들은 참여를 하지 못해 주민간담회는 취소되었습니다. 어민들을 조직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3. 3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4. 4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5. 5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