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동양에도 서양에도 속하되 속하지 않는 독특한 아이덴티티의 길

등록 2001.06.08 18:00수정 2001.06.08 11:5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사람 대통령의 아들로서 게으르고 방탕하게 생활하다 어느 날 깨달은 바 있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회전이 얼마나 급작스럽고 완벽한 것이었는지 알 수 없으되, 나는 그의 대통령 당선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사회가 그다지 바람직한 사회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의 아들이 그 후광을 입어 다시 대통령이 됨은 주석의 아들이 주석이 되는 것처럼 나의 상식으로는 수용하기가 어렵다. 비교 불가능한 지도 모르겠으나, 미국이라는 사회가 극히 비정상적인 북한 체제만큼이나 단단한, 금력과 권력의 커넥션을 소지하고 있음 아니겠는지? 권력의 강보 안에서 자라 권력을 한 손에 쥔 사람이 평민의 애환을 알기란 어려운 법이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만큼이나 타당치 않은 것 같다. 부시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나서 한반도는 고통스럽고 초조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선글라스 낀 북한의 지도자를 신뢰할 수 없다, 제네바 협정을 파기하더라도 북한 땅을 이 잡듯이 들춰보아야겠다, 한국 정부는 미사일 방어체제 구상에 적극 찬동하라…… 북한과는 평화와 통합의 새 단계를 열어야 하고 중국과는 경제와 안보 양면에서 적극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은 텔레비전에 연일 등장하는 부시라는 이의 오만한 표정에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주장했다는 일본 제일주의자들의 만화방창(萬化方暢)을 보면서, 나는 이제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을 생각하게 된다. 지극히 굴욕적으로 국교가 정상화된 후 일본과의 무역역조 그 몇십 년이며 이자로 현해탄을 넘어간 달러만 해도 그 얼마인가? 민주당 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최근에 미국의 공화당 정부가 중국을 가상적국화 하면서도 수십 년 우방이라는 한국에 가하는 경제적 압박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앞으로 누구와 사귀며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것은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중국과는 천 년에 걸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는 점,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반도에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유력한 나라가 바로 그 중국이라는 점이다. 또한 북한이 아무리 야만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해도 우리는 그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재통합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앞으로 태평양 너머 서쪽이 아니라 황해 너머 서쪽을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그것이 또 하나의 편향으로 귀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절묘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어려운 시대에 중국와 미국과 일본이라는 세력을 모두 견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와 방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동양에도 서양에도 속하면서 동시에 양쪽 어느 세계도 초월할 수 있는 한반도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 그 중립의 길을 나는 원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