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반환, 공무원도 한마음"

김경언 청천1동 동장의 천막농성

등록 2001.07.10 01:47수정 2001.07.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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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천막이 서 있다.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농성', 벌써 410일째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드물었다.

천막 입구를 들추고 들어가니 여성 3인이 각자 책을 읽고 있다. 두 사람은 농성장에서 예전에도 마주친 적이 있어 낯이 익다. 처음 보는 긴 생머리의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오늘 청천1동 동장님이 하루 농성을 하신다고 해서 취재왔는데…"
옆에 있던 농성자가 바로 그 여학생이 청천1동 동장의 딸이라고 일러준다. 김경언 청천1동 동장은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계양지부 이협 사무국장과 함께 기지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갔다고 했다.

얼마 안 있어 김경언 동장이 들어왔다. 기자가 찾아온 걸 알고는 "1년 넘게 농성하느라 고생한 사람들도 있는데, 뻔히 알면서 이제야 한 번 찾아온 걸 기사화 하면 열심히 한 사람들 얼굴 보기 부끄럽다"며 싣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작년에 산곡2동 동장을 지낸지라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농성을 하는 걸 보면서 언제고 한 번 꼭 찾아가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이제야 왔다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한다.

딸 지은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배우길 바래 함께 왔다며 딸에게 이것저것 자상하게 설명하는 모습에 평소 동장으로서 어떻게 활동할지가 눈에 들어왔다.

김동장은 박수묵 부평구청장을 만날 때마다 "미군기지 싸움 열심히 하는 시민단체들한테 음료수라도 사들고 찾아가라"고 당부하곤 한다고 한다. 사실 공무원 사회만큼 보수적이고 변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대부분이 알고 있는데, 한 동의 동장이 이렇듯 자청하여 시민단체가 농성하는 농성장에 찾아와 하루 농성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그러나 김동장은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만 그렇지 공무원들, 특히나 젊은 공무원들은 모두 시민단체가 하는 활동에 지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직장협의회가 활성화되어 공무원노조가 생긴다면 공무원 사회는 크게 변할 거라고 확신했다. 자신이 있는 청천1동 동사무소의 공무원들도 김동장의 이런 튀는(?) 행동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란다.

한 마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동 행정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서민들까지 모두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게끔 펼칠 수 있을까 늘 연구하는 김동장. 일과가 끝나면 야학에 나가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김동장. 그의 환한 웃음을 보며 '미군기지 반환'의 그날이 멀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덧붙이는 글 | 지역신문월간부평 제공

덧붙이는 글 지역신문월간부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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